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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의 창고 옆 작은 공터 관리가 항상 골치덩어리였다.(기자는 현재 말레이지아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곳은 앞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고 외관상 잡초가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별 불편이 없었으나 문제는 화장실이 없는 근처 공사장의 인부들이 몰래 실례를 하는 것이었다.
소변도 오래되면 냄새가 심해서 물로 씻어내야 하는데 대변의 흔적이 남아있으면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경고 표지만을 붙여 보기도 하고 인부들에게 호통도 쳐 봤지만 그런 방법이 그들에게 먹혀들리 만무했다.
그 사람들도 성인들이니 아무 곳에나 실례를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현실적인 생리작용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다가오면 이성이 잠시 마비되는 모양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그 공터에 정원을 꾸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자재를 조사하니 공사장에서 쓰다 남은 건축자재를 얻어다 쓰면 별로 돈이 들 것같지도 않아 무작정 시작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은 후 공사장에서 쓰다 남은 시멘트를 얻어다 바닥에 발라놓으니, 일단 소변을 볼 수 없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는지 그 이후부터 실례를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만들고 나니 걱정거리 하나를 덜긴 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좀더 잘 가꿔 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에 다시 공사장에서 버린 나무 판자에 페인트를 칠해 담장처럼 세워 놓았더니 전원주택의 판자 울타리처럼 보여 분위기가 좋아졌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지 남은 공간에 연못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공사에 시간을 지체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에는 수준급인 인부들이 도와줘 예상보다 쉽게 웅덩이를 파고 시멘트를 발라 물을 채워 놓을 수 있었다. 제법 아늑한 정원이 조성된 것이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자 이제는 인부들이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간만 나면 돌을 들고 와서 주변에 예쁘게 쌓더니, 어느 날 전선을 감았던 큰 감개를 놓고 위에 페인트를 칠하고 주위에 시멘트를 채운 빈 깡통을 둥글게 배치를 하니 제법 근사한 휴게실 탁자가 되었다.
그 분들은 여기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음료수도 마셨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 햇빛에 그대로 노출이 돼 땡볕에 앉아계시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져 처음으로 돈을 들여 파라솔을 하나 사다 놓으니 정말 공원은 저리가라다.
그러던 어느 날 낚시를 갔던 사람이 큰 고기를 한 마리 잡아왔는데, 먹지 않고 연못에 풀어 놓으니 원색의 파라솔이 있고 그 아래 연못에 물고기가 놀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까지 고기를 잡아 넣어 웅덩이에는 고급스러운 관상어는 아니지만 제법 많은 고기가 노닐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적당한 휴식장소가 없어 매일 땅바닥에 주저앉아 쉬던 근처 인부들은 정원같은 휴식공간에서 쉴 수 있게 되었고 자연 골치거리였던 노상방뇨 문제도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무심코 담배꽁초만 버려도 그들끼리 서로 충고를 하니 관리도 아주 쉬워졌다.
전에는 서로 감시하느라 인사도 하지 않았고 툭하면 언성을 높여 싸웠지만 이제는 휴게실 탁자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음료수도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아기자기하게 꾸민 작은 정원이 있는 집들을 볼 때마다 항상 부러워 했다. 모방을 한다고 했으나 일본의 정원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고 또 의도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무척 기쁘다.
오늘도 여기에 앉아 물고기 먹이도 주며 컴퓨터의 전자파에 지친 눈의 피로도 풀었는데, 이것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하신 그 분들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쉬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