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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공원에는 억새밭이 지천에 가득하다
ⓒ 강현식
조금씩 눈에 익숙한 도로를 거닐다가 작은 공원을 발견한 날이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다. 발끝에 채이는 돌들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간 그곳에서 하릴없이 거닐다가 와도 그만이다.

“들 가운데 많은 봉우리는 가을 경치가 빛나고 성안의 많은 집에는 새벽빛이 선명하네”라고 가을 경치를 읊었던 소동파의 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물 흐르듯 찾아온 가을이 주는 여유를 가지라고 재촉한다.

▲ 공원에서 내려다본 월드컵 경기장 전경
ⓒ 강현식
하늘과 손잡은 억새들이 무성한 하늘공원은 도심 속에서 찾은 작은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그리 높지 않은 계단을 올라가면, 한눈에 들어오는 월드컵 경기장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난지도가 도심 속의 휴양지로 바뀌기까지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 하늘공원 입구에 마련된 표지판
ⓒ 강현식
공원에는 단풍과 함께 가을 들녘의 색깔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연출하는 억새밭이 지천이다. 수많은 환영 군중이 손을 흔들어 맞아주는 듯 억새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꽉 들어찬 마음의 무게를 일순간 가볍게 만든다.

▲ 지붕에 풀들을 이고 있는 공원 출입 관리소
ⓒ 강현식
▲ 공원에는 그 흔한 매점도 찾아볼 수 없다
ⓒ 강현식
맨 먼저 보게 되는 출입 관리소는 지붕에 다 자란 풀들을 이고 있는 품이 익살스러워 보인다. 어디에서도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공원의 주인을 자처하는 근엄한 얼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흔한 매점도 없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차들도 감히 들어설 수 없는 곳을 단정한 가르마를 탄 억새밭과 아름다운 꽃들이 차지하고 있다.

▲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은 배려가 눈에 띈다
ⓒ 강현식
▲ 자연은 그대로 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 강현식
억새는 10월 중순이 되면 절정을 맞이한다. 하절기에는 오후 6시, 동절기에는 오후 5시로 정해져 있는 공원의 폐장 시간은 흐드러지게 자라난 억새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영 무용지물이다. 자연은 그대로 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은 하늘공원에서도 통용된다.

월드컵 공원은 하늘공원을 비롯해 ‘평화의 공원’, ‘난지천 공원’ 등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을 생태 조성해 만든 공원이다. 흙들을 그러모아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 오랜만에 외출하는 중년부부, 그리고 짬을 내어 찾아온 젊은 연인들은 음악이 흐르는 공원에서만큼은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다.

▲ 오랜만에 외출한 중년부부의 뒷모습이 정겹다
ⓒ 강현식
유난히 가을이 짧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벌써부터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과 가을에 젖어들기로 한 마음을 둘로 나뉘게 한다. 가을은 눙쳐놓았던 희망으로 살찌는 계절이다. 혼자 외롭게 걸어가는 날들도 한번쯤 누군가와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 이 때, 억새들 손짓하는 하늘공원에서 만나는 가을은 무척이나 반갑다.

▲ 혼자 외롭게 걸어가는 날들도 잠시 잊을 수 있다
ⓒ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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