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예정에 없이 이렇게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최도술씨 건에 대한 나의 입장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이다.
최도술씨는 약 20년 가까이 저를 보좌해왔고, 최근까지도 저를 보좌해왔다. 수사결과에서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고 할 수가 없다.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
우선 불미스런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 아울러 책임을 지려고 한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그동안 축적된 여러 가지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
재신임의 방법은 그렇게 마땅하지 않다. 국민투표를 생각해봤는데, 거기에는 안보상의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있어서 그것이 재신임의 방법으로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론에 부쳐 재신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기에 관해서는 역시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적은 시점을 선택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늦더라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생각이다. 제 말은 여기서 마치겠다."
질의응답
- 일단 충격적이다. 대통령께서 이같은 결심을 한 것은 오늘 아침인지 아니면 그동안 여러 가지 정치적 공격을 받아 생각을 해오신 것인지 궁금하고, 공론에 부친다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신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인도네시아에서 최도술 비서관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오래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결심했다. 그 다음에 공론에 부치자는 것은 무엇을 모호하게 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자 하는 뜻으로 공론을 말씀드린 것이 아니고 실제로 방법이 무엇인지를 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제도가 애매하다. 말은 중간평가, 재신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방법은 우리가 적절한 법적 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것은 좀더 국민들의 공론을 모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했을 터인데, 국민들이 지금 알고싶어하는 것들이 대통령께서 최도술 사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알고계시고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언제 인지하셨는지에 대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설명해주셨으면 한다.
"검찰의 수사가 신뢰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 이렇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는 검찰이 이 수사를 결심했을 때는 철저히 끝까지 진상을 밝힐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결과는 수사에 맡겼으면 좋겠다."
- 최도술씨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 같다. 국민들의 축적된 불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대강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그렇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단단한 신뢰를 받지 않으면 중요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해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든 그동안 저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수사결과가 어떻든 저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저는 모든 권력적 수단을 포기했다. 도덕적 신뢰 하나만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밑천일 뿐이다. 그 문제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에 이제 국민들에게 겸허히 심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로 어정쩡하게 1∼2년 내가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상당히 많은 부담을 줄 수가 있다. 그래서 가든 부든 간에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 스스로 이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 가기에는 어렵다. 조금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도덕적 신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을 때 어떤 장애라도 부딪쳐 나가고 극복해 나갈 수 있지만, 그 점에 관해서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자부심이 훼손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나.
언론환경도 나쁘고 국회환경도 나쁘고 지역적 민심의 환경도 나쁘다. 이 많은 것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권력에 대한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도덕적 자부심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최도술 비서관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이 문제는 제가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국정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이 문제가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비리나 이런 것도 아니고 일개 비서관의 비리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인데,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중간평가를 받겠다. 그리고 지금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됐는데, 그동안의 공과에 대해 평가를 받겠다 하는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가 아닌가 이런 측면이 있고, 또 검찰 수사결과 이것이 큰 비리가 아니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최씨 개인비리로, 대통령과 무관한 성격의 문제로 규정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평가를 받겠다는 말이 유효하게 되는 지 묻고싶다.
"그렇다. 수사결과가 어느 쪽으로 어떻게 나도 국민은 저와 무관하다고 생각치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만한 일로 무슨 재신임이냐고 물을 지 모르나, 우리 국민들은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
저도 신문을 보고 국회에서의 발언을 듣는다. 여러 정치하는 사람이 제게 지금 말씀드린 그 이상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 국민들도 이같은 의혹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하고, 적어도 이 같은 의혹이 있더라도 국민들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책임을 사면받은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어정쩡하게 책임을 모면해가려는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정치개혁은 지금 이 시기 모든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국가적 과제인데 대통령이 어정쩡한 태도로 `나는 관계없다. 이렇게 해서 내 일이 아니다'고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또 우리가 모두 바라는 정치개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겠나? 저는 그래서 이것이 결코 무모하거나 경솔한 선택이 아니라, 달라진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무리 발언
"제가 이같이 심판을 받을 것임을 국민에게 말했으나, 재임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해온 국정방향과 그 원칙을 조금도 흐트리지않고 책임을 다하겠다. 그리고 국정의 혼란이나 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제가 처음 임명하면서 말했듯이 `개혁 대통령, 안정 총리'라고 말했던 총리가 있다. 이전보다 더 책임있게 잘 보좌하고 국정을 이끌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정혼란이나, 하던 일이 중간에 좌절되거나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걱정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