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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페포포 메모리즈>
책 <파페포포 메모리즈> ⓒ 홍익출판사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 그림과 간단하면서도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들을 함께 전하는 파페와 포포의 이야기이다.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는 파페와 포포, 이 둘은 사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와 그녀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파페와 포포는 사랑 앞에서 혼란을 느끼는 평범한 남자와 여자이다. 그리고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을 책망하기도 하며 놓쳐버린 순간에 대해 후회하기도 하는 어리석은 우리들이다. 이 두 주인공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기에 이 책에서 전하는 소박하고 조그마한 이야기들은 작지만 큰 울림을 남긴다.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듣는 것처럼.

"그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멋쩍게 길을 가다 차가 오는 바람에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몇 초의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거리만큼이나 어색한 우리. 서로 멋쩍어 어색한 웃음을 보냈지만, 사실 그때 그가 나를 보호하면서 같이 피해 주길 내심 바랐는지 모른다. '내심...' 언제나 속마음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기대하면서도 후회하고... 배려라는 테두리로 속마음을 너무 감추는 것은 아닐까?"

선물을 주고서는 그 선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 행복을 바라지만 사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기보다는 사회적 구속에 얽매여 망설이고 주춤거렸던 삶의 모습. 이 모든 모습들은 파페와 포포만이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이와 같은 혼란을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고슴도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면서 "세상은 내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고 전한다. 어느 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에 시달리지만, 또 어느 때는 목이 타도록 사람이 그리운 느낌.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인간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항상 숙제이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매우 사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 사소함 속에서 사랑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섬세한 표현을 통해 전달하기에 큰 울림을 준다. 파도를 보면서, 개를 키우면서, 길을 걸으면서 느낀 생각과 경험들을 소박하게 전하지만, 그 속에는 삶과 사랑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오늘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은 모양이구나?' '오늘 시험을 망친 모양이구나!' 엄마와 나 사이엔 우리 둘만 아는 암호가 있다. 딱히 '엄마만 보세요'라고 쓰지 않아도 눈짓 하나, 표정 하나만으로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암호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암호가 있다. 살며시 잡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만으로도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늘 무거운 일들로만 가득 찼다면 정말 살 맛 안 나는 세상일 것이다. 가볍고 즐거운 일과 무겁고 답답한 일들의 공존 속에 우리는 소박한 행복의 맛을 느끼며 산다.

삶에서 얻는 소박한 행복처럼, 가볍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한 권을 통해 삶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함께 맛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파페포포 메모리즈 - 개정신판

심승현 글.그림, 홍익출판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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