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주노동자 1천여명은 12일 오후 3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단속추방 반대, 40만 이주노동자 전원 합법화, 노동비자 쟁취 이주노동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주노동자 1천여명은 12일 오후 3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단속추방 반대, 40만 이주노동자 전원 합법화, 노동비자 쟁취 이주노동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 석희열
정부의 이같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 정책에 맞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1천여명은 12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한국 정부의 실효성 없는 이주노동자 정책으로 13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해고되어 또 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쓰다 버리는 장갑이나 걸레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마석의 냉장고 생산공장에서 3년 6개월째 일하고 있는 하산(25·방글라데시)은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 합법화한다더니 공장에서는 해고, 정부는 강제추방,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인간사냥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산은 이어 "이제 어느 정도 일도 배우고 한국말도 배웠는데 지금와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한국 정부에서는 출국한 다음 재입국하라고 하지만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마석지역 이주노동자들이 나와 민속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 마석지역 이주노동자들이 나와 민속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석희열
경기도 안산에서 3년째 박스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이노와르는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노동권리를 보장하라"면서 "강제로 출국시키려해도 절대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40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국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흥분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민중가수 지민주씨는 "국적은 달라도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숨쉬고 일하는 노동자 신분"이라며 "우리도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차별을 당하지 않았는가. 다음달 중순에 이들에 대한 인간사냥이 벌어진다고 들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한국 노동자들이 많지 않은 사실이 못내 서운하고 부끄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 31일 국회는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이라는 고용허가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 9월 1일부터 4년 미만 체류자에게 취업확인서를 발급하는 업무를 시작하였지만 발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업주의 고용확인신고서와 표준근로계약서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취업확인서가 발급되며, 사업주들이 고용확인서의 작성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노조 임미령 위원장은 "3년 미만일 경우 취업확인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으며 모든 권한이 사업주 중심으로 주어진다"면서 "따라서 이를 악용한 사업주들의 임금 삭감, 수당 삭감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은 현재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또 "3년이상 4년 미만의 경우 노동부에서 취업확인서를 받더라도 법무부에서는 외국인 등록증이 아닌 '사증인증서'만을 발급하여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이 출국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한번 출국하면 막대한 브로커 비용 및 수수료를 지급해야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추방 반대 △고용허가제 폐지 △산업연수제도 폐지 △노동허가제 도입 △모든 이주노동자 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3권 및 최소 5년 이상의 노동비자 보장 등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 석희열
한편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 1000여명은 "단속추방 중단하라. 기만적인 고용허가제 폐지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탑골공원에서 "우리는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리 집회를 가진 뒤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자진 해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