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한 국민 투표일이 정해 지고 있다. 유례없던 일이라 충격적이고, 어이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도 비리에 연루돼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 방법으로 국민투표 방식을 택했다.
노 대통령은 "수사결과 사실이 밝혀질 것이나 그 때까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행이 있더라도 우리 정치를 바꾸는 조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나마 제 할 몫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 직을 걸고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살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 정치의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정치뿐 아니다. 그동안 비리에 연루됐던 숱한 선출직 공인들이 보여준 행태는 국민들에게 선출직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을 뿐이었다.
그들은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도 이렇게 말해 왔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음해세력의 음모다’등등.
그러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현직을 유지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어떻게든 구차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간을 끌면서 선출직위를 내놓기를 거부했다.
그들에게서는 자진 사퇴라는 말은 불명예며, 사전에도 없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신들은 현직을 유지하면 됐다.
이런 교육위원이 있다.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았지만 선거사범이 아니라서 직위는 유지하게 됐다.
그는 ‘죄값을 씻기 위해서 사퇴하지 않고, 현직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선언하고 현재 열심히 활동 중이다. 죄 값을 씻는데도 현직 유지가 최고였던 것이다.
교육위원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해 유권자가 소환하면 위원직까지 걸고 소환에 응하겠다며 교육위 출범 당시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윤리강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휴지조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는, 어찌 보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대통령의 비리를 감쌀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며, 대통령이라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이 밝혀내는 진실을 토대로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우리 정치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누가 이런 결단을 내렸던가?
한편으로는, 대통령마저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교육위원 등 선출직 공인에 대한 주민소환제도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윗물이 깨끗하지 않고는 아랫물이 깨끗할 수 없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재신임과 관련해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하루속히, 자신들을 포함해 자치단체장과 모든 선출직에 대한 주민소환제도를 제도화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물은 후에는 그 화살이 바로, 비리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교육위원에게 향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