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한글 명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13일 개별 의원들의 선호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글·한자 명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국회 사무처에 지시했다고 최구식 국회의장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한글·한자 명패 선호 여부를 확인한 뒤 조만간 명패를 교체할 방침이다.
최구식 공부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문제는 각당에서 논의한 뒤 합의에 따라 하자는 것이 의장이 취지였다"며 "하지만 각 당 총무들이 두 번 만났는데 합의가 되지 않아 오늘 의장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여전히 한자 명패 사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화 한나라당 수석부총무는 이날 김덕배 통합신당 수석 부대표에게 앞면은 한자, 뒷면은 한글로 병기된 명패를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통합신당은 "한글 명패를 사용하자는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이날 오후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논의가 이뤄지면 오히려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이미 3당 원내총무들의 양해가 있었다"며 "다른 견해가 있더라도 한글 명패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김성호 의원은 "한글 명패로 해 달라고 한 것은 한글이 우리의 국어이기 때문"이라며 "방청석을 향해서는 한글을 국회의장을 향해서는 한자를 보이도록 한 것은 우리들의 근본취지를 퇴색시킨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편, 통합신당은 지난 9일 한글 명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국회쪽에 요청했으나 국회의장이 "일주일 정도 논의를 하자"고 보류 의사를 밝혀, 한글 명패 비치가 거부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