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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영 총장이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하자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낀 채 주변을 에워싸며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시간 동안 계속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조원영 총장은 학생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
조원영 총장이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하자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낀 채 주변을 에워싸며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시간 동안 계속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조원영 총장은 학생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 ⓒ 석희열
갑작스런 학생들의 항의방문에 놀란 조 총장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자 학생들은 "자진 사퇴하겠다는 약속과 다시는 동덕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곳을 나갈 수 없다"면서 스크럼을 짜고 길을 막았다.

학생들의 거듭된 자진사퇴 약속 요구에 대해 조 총장은 "너희들이 사퇴하라고 한다고 내가 사퇴하지는 않는다. 총장을 너희들이 뽑았느냐"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완강히 맞섰다.

이에 복도까지 가득 메운 학생들은 심한 야유와 함께 8박자 구호 및 훌라송에 맞춰 "조원영은 물러나라", "비리총장 사퇴하라" 등을 외치며 조 총장을 압박했다. 오후 5시 들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 둘 결합하면서 농성학생 수는 300명까지 불어났다.

이날 자신의 제자들로부터 "범법자는 물러가라", "고등학교는 제대로 나왔느냐", "미스터 조 반성하라", "앙클(uncle) 조 당장 꺼져라"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수모를 당하자 조 총장은 망연해 하며 눈을 감은 채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조원영 총장이 학생들에게 붙들려 몇 시간째 회의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감금상태가 계속되자 대학본부측은 종암경찰서에 신변보호 지원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 1개 중대 병력이 오후 7시경 학교 정문 주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경찰이 배치되고 학교 침탈 위기가 고조되면서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학내 6단체 대표들은 오후 8시10분 긴급회의를 열어 경찰의 개입으로 인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농성 시작 6시간만인 이날 밤 9시20분 농성을 풀었다.

총장실 입구에 붙어 있는 조원영 총장을 성토하는 대자보
총장실 입구에 붙어 있는 조원영 총장을 성토하는 대자보 ⓒ 석희열
이 자리에서 신동하 교수협회장은 "개인에 대한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동덕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오늘 여러분의 의지가 조원영 총장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보고 보다 더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쯤에서 명예롭게 상황을 종료하자"고 학생들을 설득했다.

최인혜 총학생회장은 "도덕적 명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명예롭게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하고 "경찰에선 8시30분까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전원 현행범으로 연행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우리가 해산하는 것은 그들의 협박이 겁나서가 아니라 조원영 총장으로 인해 학우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총학생회는 지난 7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하여 △7년간 동덕을 파행적으로 운영한 조원영 총장의 즉각 퇴진 △동덕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이양희 총장대행의 즉각 선임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6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감금되었던 조원영 총장은 학생들의 해산 직후 측근을 통해 "너무 지쳤다. 쉬고 싶다.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 총장의 법적 대응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 동덕여대 분규사태는 점점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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