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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정치개혁 촉구 전국대회'에서 마크대상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수건을 펼치는 정치개혁연대 소속 단체 활동가들.
14일 열린 '정치개혁 촉구 전국대회'에서 마크대상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수건을 펼치는 정치개혁연대 소속 단체 활동가들. ⓒ 권박효원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이번에는 단체활동가들이 각 국회의원들을 한명씩 마크하며 법개정 수용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의원들이 당론 뒤에 숨는 것을 묵과하지 않고,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을 추궁하겠다"는 뜻이다.

14일 서울 안국동 걸스카우트 회관 강당에서 열린 '정치개혁 촉구 전국대회'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정치개혁연대) 소속 단체 대표들은 "통상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올 11월까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개혁연대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는 이후 총선에서 유권자 운동의 주요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권자 운동의 방법이 다양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전담마크는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 내선 총선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마침 이날 전국대회가 열린 장소는 지난 2000년 낙선운동을 결의하던 곳이었다. 사회를 맡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아직 유권자 심판의 방법을 낙선운동으로 결론 맺지는 않았지만, 정치개혁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의원을 마크하는 단체가 책임지고 심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연대는 결의문에서 "정치부패로 말미암아 마침내 현직 대통령이 국민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정치부패 척결, 대선·총선자금 전면공개, 불법 정치자금 사건 철저한 수사, 정치개혁안 수용 등을 요구했다.

최병렬-박원순, 박상천-이필상, 김근태-정현백...1 대 1 마크

전국대회에 참석한 단체활동가들은 마크 대상인 의원의 이름과 소속, 지역구가 적힌 빨간 수건을 동시에 펼치며, 맨투맨운동의 결의를 다졌다.

단체활동가들이 맡은 국회의원은 총 81명. 각 정당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서울과 인천 56개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박원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이 마크하고,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필상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가 마크한다. 김근태 통합신당 대표는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전담마크한다.

수건을 펼쳐진 가운데,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수건을 펼쳐진 가운데,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 권박효원
이날 정치개혁연대는 우선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마크 대상을 발표했지만, 10월까지 각 지역 단체들이 해당 지역의 의원들을 마크해 맨투맨운동의 조직을 완결할 계획이다. 지역구에 해당하는 단체들이 마크해야 실질적인 압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강원·경기·대전/충남·충북·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전북·광주/전남·제주 등 각 지역의 사회단체가 정치개혁연대에 참가하고 있고, 이후 지역구민들의 참여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번 운동의 구체적인 방식을 보면 지난 2000년 낙선운동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달 25일까지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정치개혁안 수용여부를 질의한 뒤, 11월 4일 '정치관계법 개정 걸림돌 국회의원 워스트(Worst) 10' 등 정치개혁 거부 의원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치개혁 반대의원의 지구당을 항의방문하고 전국적인 집회 및 1인 시위, 홍보 캠페인을 전개한다.

정치개혁연대는 각 의원에게 요구할 5대 핵심과제와 26개 종합과제를 발표했다.

이중 정치자금 수입·지출시 단일계좌 사용, 수표·카드 사용 의무화,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수입내역 신고·공개 의무화 등 정치자금제도 개혁안이 첫번째 핵심과제로 꼽힌다. 1인 2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및 유권자운동전면허용, 비례대표 50%·지역구 30% 여성할당 도입, 국민참여형 경선 등의 상향식 후보선출 의무화 등이 뒤를 이었다.

정치개혁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 재신임 정국에 대해 논평한 서두 부분. 이들은 "국민투표를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던 여야 정당과 언론은 어제 한 말을 오늘 뒤집으며 국민들을 더욱 혼란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며 "재신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이나, 이를 정략적으로만 이해하는 여야 정치인들 모두 과연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이 SK 비자금을 비롯한 현재 진행되고 잇는 재벌기업의 비자금 수사에 협조하여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가 엄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해산과 정치권과 시민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즉각 구성을 촉구했다.

정치개혁연대는 전국대회를 마친 뒤 오후 3시20분 김근태 통합신당 대표를 국회 본청 123호실에서 만나고, 뒤이어 오후 4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한나라당사 7층 대표실에서 만나 정치개혁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5일에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김근태와 최병렬은 '맨투맨' 대표단에게 뭐라고 했을까
14일 정치개혁연대 한나라-통합신당 대표 면담

14일 전국대회를 마친 정치개혁연대 17명의 대표급 활동가들은 김근태 통합신당 대표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연이어 면담하고 정치개혁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는 이필상(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정현백(한국여성연합 공동대표)·김상희(한국여성민우회 대표)·김기식(참여연대 사무처장)·김제선(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박재율(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김민영(시민감시국장)이었다. 이들은 A4용지 한 장으로 된 요구안을 들고 국회 본청과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찾았다.

정치개혁연대가 내건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 정치부패를 척결할 특단의 대책 마련, 정치관계법 개정 노력,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해산 및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세번째인 범국민특위 설치안이다. 앞의 두 가지는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에 따르면, 김근태 대표와 최병렬 대표는 정치개혁연대의 요구사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근태 대표는 "단체들의 요구를 잘 알고있고 범국민특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한나라당이 추진의사만 밝혀준다면 적극 지지하고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면담 자리에 합석한 신기남 의원이나 김태홍 의원 역시 "시민단체 요구나 선거관리위원회 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실망시키지 않는 획기적인 정치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 역시 "범국민 특위를 다시 추진해볼 의사가 있다, 당장 내일 3당(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대표자 협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은 민주당 내분 때문"이라며 구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와 협의했는데, 본인의 문제나 당 내부 문제로 논의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또한 이날 오전 연설에서 언급한 '완전선거공영제'를 강조하며 "정치후원금의 상한선을 조정하는 방안이 돈 많이 드는 정치의 해결방안이다, 시민단체가 다른 당 대표자나 중앙선관위 만나는 자리를 주선해주면 언제든지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다음날인 15일 정치개혁연대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최근 무리하게 강행군을 해 피로가 쌓였다"는 이유로 면담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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