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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기 위해 내년 총선 이후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표의 이날 대표연설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나 14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대표연설과는 달리 정치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위헌 소지, 쿠데타적 발상, 경기침체 심화 등 국민투표 철회의 당위성 6가지를 설명하면서 "국회는 위헌 국민투표를 위해 법을 만들지 아니할 것"이라고 밝혀, 한나라당·자민련 등과의 3당 총무회담 합의가 반영된 결정임을 시사했다.

또한 박 대표는 "최도술이 받은 돈 11억원은 최도술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된 분에게 주는 돈이라 하겠으며, 최도술은 전달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 대통령이 스스로 최도술 비리 사건 관련 내용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박 대표가 미리 배포한 대표연설문의 1장은 그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조해 왔던 민주당의 민주적 정통성에, 2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도덕성과 재신임 국민투표의 정략성에 공격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민주당의 '야당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정략'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려는 목적에 대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검찰을 협박해 최도술 비리사건의 대통령 관련 부분 수사를 덮으려는 것이고, 재신임 지지 국민들을 신당 지지세로 끌어들여 내년 총선에서 신당을 띄우려는 정국구도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선언을 내년 총선을 노린 '벼랑끝 전술'로 몰아가 노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기존 민주당 지지 세력의 이탈과 분열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가 제시한 민생 및 경제회복을 위한 방안도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달리했다. 박 대표는 중국의 법인세 인하 여부를 보아가며 인하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측의 입장과는 달리 "투자유인책으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며 한나라당의 정책 당론과 보조를 맞췄다.

박 대표는 "부처별 담당 수석 제도가 생기면 청와대가 개입하고 간섭하는 과거의 문화를 고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토지공개념 도입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등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입장을 취해 최대한 대립각을 세웠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 국회 대표연설 전문

ⓒ오마이뉴스 이종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여러분!

나라가 어렵습니다. 경제는 침체되어 민생이 파탄 상태에 있으며, 사회는 대립과 분열, 반목과 불화가 갈수록 깊어져 위기 국면에 들어선 지 오랩니다.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긴장은, 6자회담으로 대화의 계기는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하여 내외의 위기에 대처해야 할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비롯한 위기 대책은 제쳐두고 정국구도 개편과 정치 패턴 바꾸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당 만들기 등 정치 문제에 열중하다가 이제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선언하여 국민불안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저는 오늘 시국 관련 중요현안 등 몇 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Ⅰ.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먼저, 해체 위기에서 살아난 우리 새천년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우리 당의 문제에 그치지 아니하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재신임 정국과 직접 관계되기 때문에 보고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공천 대통령후보로서 100만 당원의 헌신적 노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만들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7개월의 분규 끝에, 우리 민주당은 해체는 모면하였으나 분열을 피할 수 없었고, 지난 9·29에는 노 대통령 자신이 탈당하여 명실상부하게 야당이 되었습니다.

야당 되기를 강요당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폭거는 우리 당에 대한 배신을 넘어서,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믿고 대선때 표를 주신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며,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기본을 파괴한 민주헌정에 대한 배신입니다.

이러한 배신이 용납된다면, 앞으로 어느 국민이 정당공천을 신뢰하고 표를 줄 수 있겠으며, 정당은 어떻게 대선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겠습니까! '배신과 분열의 대통령'을 공천한 죄, 민주당을 대표하여 국민여러분께 사죄 드립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습니까? 저는 당이 분열되기 전 마지막 당무회의 직전 탈당파 책임자들에게 50년 민주당의 명맥만 유지하게 한다면 나머지 모든 것을 다 양보하겠다고 하였으나 거절당하였습니다.

민주당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것은 법통과 합리적 진보와 건전 보수가 함께 하는 '국민정당'으로서의 성격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신당파가 진정 '통합신당'을 하려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설득하였으나, 거절당하였습니다.

신당의 기본방침에 배치된다고 하여 거절한 것입니다. 신당의 기본방침은 '범개혁단일신당', 즉 각 정당에 있는 진보성향 의원들과 정당권 밖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합쳐서 하나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고 그 신당이 양대 정당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정당구도'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도개혁의 국민정당인 민주당은 신당과는 성격이 다르므로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개혁세력이 실권을 장악한 신당이 양대 정당으로 등장할 때, 한국은 '급진 대 수구적 보수'의 양극단이 대결하는 '편가르기 정당구도', '대립과 갈등의 국회구도'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념갈등, 계층갈등, 노사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이로 인한 사회불안으로 경제회생과 일류국가도약은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당을 지킨 것입니다.

이러한 신당, 이러한 정국구도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국민정당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영국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the Third Way)'이나 독일 쉬뢰더 총리의 '새로운 중도(die Neue Mitte)'는 진보정당의 국민정당으로의 전환을 말해줍니다. 국민정당인 미국의 민주당과 성격이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노 대통령이 지향하는 새로운 정당구도는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사라져 가는 '진보 대(對) 보수의 정당구도'를,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한국에 재현하려는 무모한 시도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좌·우를 넘어 중도개혁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인, 정치신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이며, 당내토론을 거쳐 실사구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마지못해 탈당파를 따라간 의원들에게도 재입당의 문호를 개방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여러분께서 청와대권력이 민주당을 해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50년을 이어온 민주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옳다, 민주당을 해체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신당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을 형성하여, 민주당 지키는 일을 성원해 주신데 대해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 민주당은 야당의 길을 꿋꿋하게 걷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반독재 민주화투쟁과 민주개혁을 이룩해낸 그 용기와 헌신으로, 야당의 길을 걷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집권할 때 한편으로는 경제발전을 위해 IT강국을 건설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서민층보호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던 중도개혁주의노선으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여러분의 권익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야당상'을 구현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가 잘하는 일은 국익과 민생을 위해 적극 도울 것이며, 잘못하는 일은 단호하게 반대하고 반드시 시정토록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개혁세력'은 민주당입니다. 93∼94년 '정치개혁입법'을 주도하여, 지방자치실현, 금품선거배제와 TV선거 도입, 합법정치자금조성을 위한 후원회제도 활성화, 정보기관의 월권행위를 종식시킨 안기부개혁, 전화도청에 판사의 영장을 받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정 등을 성사시킨 의원들이 지금 어느 정당에 있습니까. 민주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한 것도 민주당정부입니다. 만일 민주당이 이루어낸 이러한 '민주개혁'은 개혁이 아니고 신당이 개혁세력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 개혁의 실체는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의원여러분!

"뿌리깊은 나무는 결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50년 동안 국민속에 뿌리내려온 민주당은 오늘의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입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을 대거확충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으로부터 민주당을 지켜주었듯이, 다시한번 우리 민주당을 성원해 주시기를 부탁올립니다.

Ⅱ.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선배동료의원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여러분!

이제, 노무현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려하는 목적, 그 본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측근비리에 대한 사죄와 자기책임론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정략'임이 드러났습니다.

10·10 노 대통령은, 20년 측근이며 집사격인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이 SK로부터 '대통령당선축하금'으로 11억원을 받은 사건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으므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이를 책임지기 위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루만에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10·11 기자회견에서는 오늘의 국정혼란은 대통령 책임이 아니고 국회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고 감사원장 인준안을 부결시켜서 대통령발목잡기를 했기 때문에 '정국구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협박하였습니다.

국회가 고건국무총리와 대법관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승인하고 추경예산안 등을 제때에 통과시켜 뒷받침한 일은 숨기고, 대통령 뜻대로 안된 일 두 가지를 내세워 '발목잡기 국회'라고 한다면, 국회는 군사정권 때처럼 대통령 지시대로 움직이는 '통법부'가 되어야 하고 '인사청문회' 같은 것은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가 감사원장 후보자가 부적격자라고 판단하여 인준 안 해준 것과 국정혼란, 경제침체가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0·12 시정연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대통령직을 걸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개혁대상으로 '정치권의 도덕불감증'을 들었습니다. 비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사죄하는 자세는 어디로 실종되어 버리고, 갑자기 대통령 자신은 도덕적이고 정치권은 부도덕하므로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받아 정치권을 대통령 뜻대로 개혁하고 국회와 대결하겠다는 오만한 자세로 바뀐 것입니다. 참으로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들고 나온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검찰을 협박하여 최도술 비리 사건의 대통령 관련 부분 수사를 덮으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재신임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후에 재신임지지 국민들을 신당 지지세로 끌어들여 내년 총선에서 신당을 띄워 정국구도를 바꿔보겠다는 것입니다. 사죄한다는 분이 오히려 몽둥이를 들고, 한쪽으로는 검찰을 협박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국민들을 협박하겠다는 정략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의원여러분!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정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正道)로 가라"고 했습니다. 우리 당은 이러한 자세로 입장을 결정했습니다.

□ 먼저, 우리 당은 노 대통령에게 재신임 국민투표제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사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는 위헌이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밖의 사항을 가지고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국회를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정한 헌법의 대의정치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계의 통설입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국민투표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나, 대통령이 비리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중요정책'이 될 수 있겠습니까. 헌법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은 우리헌법이 국민투표를 제한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국민투표는 선동과 여론조작으로 권력자의 뜻대로 안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나폴레옹, 히틀러, 그리고 후진국의 독재자들이 국회를 무시하고 직접 국민들을 상대로 하여 뜻을 관철하는데 악용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국민투표에 대통령직을 걸어 관철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국회를 국민대표기관으로 하는 대의제도 헌법체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헌법 제72조가 외교, 국방, 통일 등 외치(外治)에 관한 중요정책만을 국민투표대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점은, 과거 히틀러의 국민투표정치를 뼈아프게 체험한 독일이 헌법(기본법)에서 국경과 영토 변경에 관한 국민투표 외에는 어떠한 형태의 국민투표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과 그 배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둘째,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는 단순한 위헌의 정도를 넘어서 '정략'이 개재된 쿠데타적 발상이므로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재신임 투표에 승리한 후 국민 지지가 높아졌다고 선전하여 신당을 띄워서 정국구도의 변혁을 기도하고 국민의 이름을 빌려 국회를 억압하려는 정략입니다. 이것은 이른바 민중주의(populism), 대중영합주의 노선으로서 대의정치 헌법체계를 파괴하는 총칼 없는 쿠데타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도술 비리 사건 등에서 대통령 관련 부분을 왜곡시키려는 것도 검찰수사의 중립성, 공정성을 해치는 불순한 기도라고 할 것입니다.

셋째, 재신임 국민투표는 경제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므로 철회되어야 합니다. 국정혼란과 국민불안을 가중시킬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합니다. 또, 공식 국민투표비용 1천억원 외에 선전선동 비용으로 얼마의 돈이 풀릴지 모릅니다. 사퇴할 경우 또 한번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 비용은 수조원이 될 것입니다. 돈이 풀려 물가는 오르고 국민불안으로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입니다.

넷째, 재신임을 받든 받지 못하든 어느 경우도, 국정혼란의 근본원인은 해소될 수 없습니다. 국정혼란의 근본원인은 노 대통령 자신과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고 재신임 여부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투표 참여자가 과반수에 미달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국민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현행 국민투표법은 재적유권자 과반수 참여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이 경우도 국민투표는 유효하게 성립됩니다).

다섯째, 이것이 선례(先例)가 되어 앞으로 대통령들은 걸핏하면 국민투표로 의회민주주의 압살을 기도할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후일의 역사를 의식해야 합니다.

여섯째, 국회의 협조 없이는 재신임 국민투표는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일로 국민불안을 부채질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법 적용대상을 헌법 제72조 국민투표와 개헌 절차에 있는 국민투표, 두 가지로 제한하고 있어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거나 새법을 만들기 전에는 재신임 국민투표는 실무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국회는 위헌 국민투표를 위해 법을 만들지 아니할 것입니다.

□ 다음, 우리 당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최도술 비리사건 관련 내용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요구합니다. 재신임 투표가 아니라 이 방법이 최도술 비리사건으로 인한 대통령의 도덕성훼손을 회복하는 정도(正道)입니다. 최도술이 받은 돈 11억원은 '당선축하금'이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돈은 최도술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된 분에게 주는 돈이라 하겠으며, 최도술은 전달자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10·10 "(최도술의) 그 행위에 대하여 제가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애매모호하게 언급하면서 국민 앞에 사죄하셨는데, 그 진상을 정확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진정한 사죄'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진상을 고백하시지 않는다면, 국회는 국정조사에 나설 것입니다.

국회 상황을 보면 국정조사권이 발동될 것이 확실합니다.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선언으로 위축된 검찰이 이 사건의 대통령 관련 부분을 축소·왜곡하였을 때에는 특별검사가 다시 수사토록 할 것입니다.

□ 노 대통령과 국회는 대통령의 독점적 권력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국정차질을 막을 근본대책을 '대안'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의 국정혼란을 근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에 대한 노 대통령과 국회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써 재신임 정국이 비로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신임 정국의 발단이 된 최도술 사건은 왜 생겼습니까.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과 같이 대통령의 독점적 권력에 근원이 있습니다. 제 말에 의심이 생기면, 어떻게 역대 대통령이 모두 부정부패에 관계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전·노 두 대통령은 자신들이,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은 아들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노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다섯 분의 대통령들이 특별히 부패 가능성이 큰 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권력이 불러온 부정부패입니다.

지금은 다원화시대입니다. 이제 국회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행헌법은 미국식 순수대통령제에 없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제도를 두고있고, 국회의 국무총리에 대한 인준권, 국회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권 등을 두고 있어서, 국회의 과반수 당 연합과 내각이 일치되지 아니하면 국정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어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두 가지 문제점, 즉 대통령쪽의 부정부패,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을 나누어 분권화시켜야 하며 ▲그 방법은 내각을 국회과반수연합이 맡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교·국방·통일 같은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아 임기동안 초당적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그 밖의 내치(內治)분야는 국회과반수연합으로 구성된 내각이 맡는 제도가 '분권형 대통령제'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13개국이 30년 내지 70년간 시행하여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실증된 제도입니다.

이 문제의 결론을 말하겠습니다. 지금 개헌을 하기에 이르다면, '분권형 대통령제'를 우리 헌법의 국무총리·국무위원 제도를 활용하여 개헌 없이 시행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내년 총선으로 구성되는 제17대 국회부터 시행해야 합니다.

총리는 노 대통령이 지명하여 국회의 인준을 받게 됩니다. 책임총리제는 노 대통령이 약속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쪽의 부정부패와 국정차질을 막을 수 있고, 다원화된 세력들이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국민통합의 정치'를 할 수가 있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책임총리제'는 내년 총선 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은 2006년경 하겠다고 공약하였습니다. 이 방안은 노 대통령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시행할 수 있다는 대목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국회에 재신임 정국으로 인한 이상의 모든 문제를 협의할 '4당 협의기구'를 둘 것을 제의합니다. 4당 대표와 원내총무들로 8인 회의를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좋을 것입니다.

Ⅲ.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선배동료의원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여러분!

정부의 경제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먼저 노 대통령은 신당 등 정치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10·13 시정연설에서도 "경제는 시간을 두고 최선을 다하면 살릴 수 있다"고 하고 재신임 국민투표를 강조하였습니다.

지금 민생은 파탄상태에 와있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으며, 빈곤자살율은 2000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하여 올 상반기만 405명이 자살하였습니다. 청년 실업율이 전체 실업율의 2배에 이르고, 올해 대학졸업자 40여만 명중 취업자는 2만명에 불과합니다. 경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시급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2. 경제운용의 시스템부터 보강해야 합니다. 경제부총리의 리더십회복과 청와대경제수석실의 부활이 필요합니다.

3. 특단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시급합니다. 투자 유인책으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입장은 중국의 법인세 인하여부를 보아가면서 인하하겠다는 것이나,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인하가 추세이며 중국과 투자유치 경쟁을 하기 위하여도 먼저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 계획과 수준이 결정되면 이를 미리 발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제는 심리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노사문제 안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투자 기피의 최대 원인이 노사문제입니다. 대통령께서는 10·13 시정연설에서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관계 혁신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한다고 하였는데 그 약속이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관계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노사관계에 '법의 지배'를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4. 청년실업 감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고용창출 능력이 큰 벤처기업,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단기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직업훈련기회를 제공하는 대책을 확충해야 합니다.

5. 부동산문제에 있어서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세제와 토지공개념 등 투기억제책도 필요하지만, 부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증시와 채권시장쪽으로 흐르게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강남의 경우 교육정책이 큰 몫을 합니다. 부동산문제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대학입시에 내신성적 반영확대와 쉬운 출제는 사교육비 감소와 강남주택 가격억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6. 장기대책으로, 기술혁신과 신기술보호, 우수인력 육성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신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현행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법」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7. 수출확대를 위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FTA는 많이 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상국을 잘 고르고 협정내용을 유리하게 협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우선 농산대국을 골랐다는 문제점과 함께 협정내용도 EU와 칠레간 FTA보다 현저히 불리하게 되어있습니다. 비준 동의에 난항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8.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국회·정부간의 초당적 협의기구로서 「경제대책협의회」를 설치할 것을 제의합니다. 경제 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회의 재경, 산자, 노동, 과학, 기술 등 경제관련 위원회의 위원중에서 선정한 의원들과 정부경제 관련부처가 함께 하는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코드'맞는 분들만의 협의로는 폭넓고 균형 잡힌 대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국회대책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Ⅳ.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의원들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여러분!

몇 가지 당면 현안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 밖의 현안들은 우리당 의원님들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밝힐 것입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지혜롭게 현재의 대결상황을 풀고, 편가르기를 하지 않으며,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 오늘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봄은 우리 앞에 활짝 필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을 마친 뒤 소속의원들과 함께 퇴장하던 중,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을 마친 뒤 소속의원들과 함께 퇴장하던 중,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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