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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도시인구의 비율이 이미 85%를 넘어서는 나라입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도시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젊은 사람들 가운데 시골 출신을 찾아보기도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어떻겠습니까.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태어난 학생은 한 학급당 3-4명 정도니까 겨우 10%정도입니다. 그들마저도 아주 어렸을때 상경했거나, 지방의 도시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우리는 어려서부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건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당연히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 풀, 곡식, 꽃, 채소 등의 식물들에 대해서는 까막눈이 되어버렸습니다. 수확해 놓은 것을 보면 알아도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모릅니다.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말하더군요.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갔는데 파랗게 자라나는 벼를 보고 어린이들이 잔디라고 하더라고 말입니다. 저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랐기 때문에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단, 어렸을때 살던 집의 마당에 있던 식물들 이름은 알았지요.

이처럼 체험을 통한 학습은 중요한가 봅니다. 요즈음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이런 기회가 없지요. 대학에 들어가 지리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답사를 다니면서 저는 식물 이름을 모르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농촌을 다니다보면 보이는 것이 식물들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니까요. 교단에 서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 야외라도 나가면 학생들이 물어볼까봐 겁부터 났었으니까요.

제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결해준 것은 바로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식물도감>이었습니다. 흔히 식물도감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용어가 많고 딱딱하게 쓰여진 무겁고 두꺼운 책으로만 생각하지요. 그런데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 도감은 원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도감입니다. 초등학교 전과목, 전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보면 어른들도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 식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봐도 손색이 없지요. 이 도감은 크게 논밭에서 기르는 식물(곡식, 채소, 과일), 꽃밭에서 기르는 식물(꽃),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풀과 나무), 물에서 사는 식물(물풀), 바닷속에서 사는 식물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 장에 소개된 식물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고 우리가 주로 먹는 것들로 모두 160가지입니다. 내용도 무척 쉽게 풀어써서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읽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물론 어려운 전문용어도 없구요.

그런데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식물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식물도감들은 사진으로 설명하는데 비해 이 책은 사람이 그린 세밀화로 설명을 합니다. 세밀화가 과연 식물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세밀화는 사람이 직접 보는 느낌을 전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림도 크게 그릴 수 있고 섬세한 생김새들도 모두 표현할 수 있지요. 사진을 찍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진은 크기나 섬세한 정도를 사람마음대로 조절하는데는 일정 한계를 지닙니다.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며 야외로 나가 직접 확인해보니 자연의 모습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호기심도 생겼지요. 다행히 식물을 잘 아는 친구가 있어 같이 다니면서 물어보니 공부의 효과가 갑절로 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름을 맞출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서울에는 국립민속박물관, 농업박물관, 각종 야외학습장 등이 있고 그곳에 가면 이름표를 달아놓은 식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도감을 들고 가서 그들의 생김새와 이름을 확인해 보세요. 자연을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선생이 글에 썼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요. 우리가 주변 식물들을 하나하나 알아나갈 때,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더욱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 도감 (양장)

보리 편집부, 보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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