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BS '미디어포커스', MBC '미디어비평'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번에는 EBS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조선>과 <동아>는 14일과 15일에 걸쳐 공영방송 EBS의 신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바로보기'가 편향된 시각으로 자사를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두 신문은 EBS '미디어 바로보기'가 지난 12일 '뉴스 바로읽기-송두율 관련보도' 편에서 자사 보도를 마녀사냥식 보도로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가판부터 'EBS마저 조선·동아 공격나서' 제하의 기사를 싣고 "교육방송 EBS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송두율 씨를 다룬 조선·동아일보의 기사를 '색깔론 거론하는 마녀사냥식 보도'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객관적 접근, 신중한 보도'로 방송,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평했다.
<조선>은 "공영방송으로서 청소년을 주요 시청자로, 장·노년층까지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방영해온 EBS의 지난해 예산은 약 970억원으로 이중 KBS 수신료에서 지원받는 140억원, 방송발전기금 180억원, 정부 보조금 30억원 등 350억원 가량이 직·간접적인 공공자금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가판에 없던 'EBS도 동아-조선 공격 나서'란 제목의 기사를 배달판에 추가했다. 이 기사는 <조선>과 제목부터 본문 내용까지 거의 유사하다.
<동아> 역시 "교육전문 공영방송 EBS가 최근 신설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바로보기'에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를 받고 있는 재독학자 송두율씨 관련 동아 조선일보의 기사를 '색깔론을 유포하는 마녀사냥식 보도'라며 비난했다"며 "반면 한겨레와 MBC 기사는 '객관적 보도'로 소개해 편파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질타했다.
<동아>도 EBS가 지난해 31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기여해야 할 공영방송이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정치도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김우룡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장의 우려를 전했다.
또 두 신문은 15일 이같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EBS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논설위원 칼럼을 각각 게재하며 공세를 높였다.
<조선>은 'EBS 만물상'(오태진 논설위원)에서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잘 조화시켜 오던 EBS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해 특정 신문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그간의 청류이미지에 비춰 뜻밖"이라며 "편향된 이념과 노선, 짙은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온 다른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뒤쫓아가는 듯해 더욱 놀랍다"고 지적했다.
<동아>도 '교육방송의 제자리'(오명철 논설위원)를 통해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우리 TV가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신문 공격하기'가 가열되고 있다"며 "비판적 신문은 이제 한국 방송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특정 신문에 대한 왜곡과 비난, 그리고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진행자들의 설익은 입장 표명으로 일관한 지난 주의 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0.2%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고 "'미디어 편향되게 보기'나 '미디어 거꾸로 읽기'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선·동아, 이번에는 EBS 차례인가
그러나 이같은 <조선>과 <동아>의 보도태도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다. EBS노조를 비롯 시민언론단체 등은 "자신들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교만한 생각'"이라며 <조선>과 <동아>의 편향된 사고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민언련)은 지난 14일 '이번에는 EBS 차례인가' 제하의 성명을 내고 "조선과 동아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무작정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강박증을 벗어나 냉정하게 프로그램을 보라"고 충고했다.
민언련은 EBS가 송교수 보도를 평가한 기준은 '얼마나 사실에 충실한 보도였는가'였다고 논평한 뒤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보도'에서 벗어난 두 신문의 태도부터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미디어 바로보기'가 'Good News' 코너에서 조선일보 기사를 좋은 보도로 선정, 소개한 사례를 들어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위원장 이상철)도 15일 반박 성명을 내고 "전체 프로그램보다는 일부분만 꼭 집어 자신들이 '공격당했다'는 내용만 부추기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학자나 시청자의 입장만 들어 기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EBS지부는 이어 일부 신문이 방송의 매체비평을 못 견뎌 하는 것과 관련, "자신들의 방송비판은 허용되지만, 방송의 신문비판은 안된다는 오만과 편견에서 연유했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미디어 바로보기'의 송교수 매체비평은 적절했다"고 밝힌 EBS지부는 매체상호간 건전한 비평이 계속 되길 바란다는 기대와 함께 '진실을 바라보는 많이 많아져야 한다'는 믿음아래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