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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국회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는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지난 11일 오후 국회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는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 연합뉴스 김병만

천정배 통합신당 의원이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경질을 공식 요구해 파문이 예상된다.

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통령직을 유지하느냐 못하냐라는 위기상황에 와있는데, 청와대 어느 한 사람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와대 보좌진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실세 인물을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광재 실장을 지목한 뒤 "실세를 빼놓고는 실효가 없다, 감히 이름을 얘기하지 않겠지만 누구인지는 알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또 "당선을 위해 헌신했던 동지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참 미안하지만 대통령과 정부, 나라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임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신기남 의원도 "재신임을 해 주면 어떻게 하겠다는 사후 쇄신이 아니라 먼저 쇄신하는 사전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천 의원의 견해에 동감의 뜻을 표했다.

천 의원은 이광재 실장의 경질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다수의 의원들이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결의나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은 형식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매듭짓기로 결정했다.

김원기 통합신당 주비위원장은 "특정 사람에 대한 경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러한 절대다수의 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대통령께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론채택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근태 원내대표와 몇몇 의원들도 김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원내부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고, 이심전심으로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을 했다"면서 "다만 이런 공감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은 형식상의 문제가 있어서 의총의 공감대를 청와대에 의견 전달을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광재 실장은 이에 대해 "지적받은 사람이 나라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대통령께서 재신임 상황에 이른 지금 전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대의를 지키는 일인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이 재신임투표 전에 청와대보좌진 전면 쇄신을 주장한 것은 야당의 반대 속에 재신임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신임일정과 상관없이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국주도권을 잡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근태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최근 재신임 정국에 대해)무엇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은 책임을 깊이 느껴야 한다.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며 재신임 투표전 국정쇄신을 촉구한 바 있다.

다음은 천정배 의원의 발언 전문.

저는 오늘 참으로 비장한 심정으로 의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저는 참여정부의 출범으로 우리 나라는 이제 국운융성의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개월여의 기간 동안 저는 처음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걱정스럽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6개월도 못되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30%대로 내려갔고,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대통령께서 재신임 발언을 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역할도 못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함과 아울러 참여정부를 만들고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참여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통해 한국사회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를 열망해온 대다수 국민이 총력을 모아 탄생시킨 국민의 정부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경선에 참여했고 희망돼지 저금통에 소망을 담았습니다. 지난해 3월 16일 "위대한 광주"가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국민들은 망국적 지역분열을 거부했습니다. 그 밖에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이 이런저런 소망과 염원을 간절히 모아주셨기에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눈 많은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원칙이 바로 서고 신뢰가 살아 숨쉬며 열심히 살아가는 진짜 보통사람들이 희망과 보람을 느끼는 건강한 사회를 열어갈 것으로 믿고 기대했습니다.

참여정부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권력기관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배제해 중립성을 보장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국정운영에 실망해 정부를 원망하고 지지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냉전수구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흔들어온 것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참여정부와 집권당이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제압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이나 조직적인 대오를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참여정부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국민의 자발적 참여열기를 북돋우고 민생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함으로써 그 지지기반을 굳건히 해야 했습니다. 그 바탕 위에 국정운영의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감을 함께 갖춘 인재들을 널리 구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청와대 보좌진과 내각에는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거나 책임감을 결여하고 폐쇄적인 행태마저 보이는 사람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해 왔습니다. 더욱이 집권당도 국정운영을 튼튼하게 이끌어가거나 뒷받침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왔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국정의 혼선과 비효율이 두드러지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여러 가지 개혁도 후퇴하거나 힘있게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과 민생의 불안으로 고통을 받아온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잃고 우리를 외면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그 직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위기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참담한 현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시급히 결연하게 극복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와 민생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재신임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을 성공시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국민참여통합신당이 이루고자 하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도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번에 실패하면 냉전수구세력이 다시금 이 나라를 장악해서 우리 역사를 수십년 후퇴시키게 될까 두렵습니다. 이 때 저를 포함해 참여정부를 성공시킬 책임이 있는 우리 모두는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려면 우리들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지난 13일 국회연설에서 재신임을 받을 경우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고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매우 심각하므로 즉각적인 국정쇄신이 불가피합니다.
어제 김근태 대표도 같은 취지에서 신속한 국정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청와대 보좌진을 즉각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특히,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문제의 핵심에 있는 실세인물 등은 반드시 경질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함께 헌신한 동지들을 공개적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차마 못할 짓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대통령과 참여정부, 그리고 나라의 장래를 위한 충정임을 이해해주기 바랄 뿐입니다.
저는 오늘 의원총회가 이상의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해 대통령께 공식적으로 제출할 것을 제안합니다.

크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죽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 당이 전면에 나서 이 난관을 당당하게 돌파해가야 합니다. 오늘 이 의원총회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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