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망 이스라엘의 <다시 읽은 드레퓌스 사건>은 제목 그대로 100여년 전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개인과 집단,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발생한 부조리의 진실을 추적한다.
또한 잘못을 감추고 은폐하려는 권력에 대항해, 무고하고 힘없는 개인의 편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높였던 프랑스의 양심적 지식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아가 정의와 진실은 용기 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열매임을 말한다.
100여년이 흐른 현재에도 이 사건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형태는 다를지라도 기본적인 인권이 공권력과 국가에 의해 침해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벌어진 과거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드레퓌스 사건’은 우리에게 미래의 교훈을 주고있다.
정의와 진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이 더욱 진실 같은 세상에서 진실의 추구는 용기 있는 자들만의 특권이다.
‘드레퓌스 사건’의 실체, 국가가 무고한 개인을 짓밟다
1894년 10월 15일 유태인 드레퓌스 대위는 국방부 총감독실에서 국가기밀을 유출한 반역죄로 기소되었다. 당시 프랑스는 대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시작했지만 왕정파와 공화파의 정권 투쟁 속에서 어지러운 정국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반(反)유태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반유태주의자였던 고위 장교들은 드레퓌스 장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종차별의 뒤틀린 가치를 가지고 그를 죄인으로 몰아갔다. 드레퓌스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은 무시되었고, 기회들은 차단되었다. 반유태주의를 신봉하는 필적감정가들에 의한 증언만이 그를 죄인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하지만 증거는 조작되고, 위증이 행해지고, 재판 중에 변호인 측에 전달하지 않는 비밀서류가 재판장에게만 전해지는 불법마저 서슴지 않으면서 그들은 드레퓌스를 감옥에 보냈다. 국가의 이름으로 무고한 개인을 완전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반유태주의를 따르는 언론들은 명확한 증거와 논리가 불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드레퓌스의 실명을 실은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물론 유태인 장교의 매국노적 행위의 규탄이 그 핵심 내용이었다. 이러한 언론의 편향적 보도는 판매부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드레퓌스 대위는 “내가 지은 유일한 죄는 유태인이라는 사실”이라며 무죄를 호소했지만, 그의 외침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행동하는 양심, 에밀 졸라와 피가르 중령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895년 새롭게 정보부 부장으로 취임한 마리 조르주 피카르 중령은 드레퓌스 대위를 기소한 비밀자료들이 형편없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그는 자료들이 조작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발견한다.
그는 드레퓌스 사건의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유태주의 공모자들은 그의 의견을 묵살한다. 공모자들은 그를 회유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지만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그의 혀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용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가 드레퓌스 대위와 종교, 출신, 배경, 성격 등이 모두 달랐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그는 드레퓌스 대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대의를 위해 퇴역, 수감을 무릅쓰며 군사법정의 오류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법과 도덕보다 자신들의 명성이 더욱 중요한 공모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그는 상원의원과 사회 유명인사들과 연계하여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유태주의라는 전염병이 무섭게 번지고 있는 프랑스를 향해 에밀 졸라가 진실의 목소리를 높인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발견했고, 진실을 전해야 한다는 그의 양심을 거부할 수 없었다. 에밀 졸라는 반유태주의자 청년에게 경고하는 ‘청년들에게 고함’, ‘프랑스에 고함’에 이어,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했다.
“내가 고발하는 피고들을 나는 알지도, 보지도 못했으며 그들에게 아무런 원한도, 증오심도 없습니다. 내게 있어서 그들은 사회악을 구현하는 하나의 실체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고발 행위는 진실과 정의를 앞당겨 분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혁명적 방법일 뿐입니다.”
결국 그는 프랑스 정부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영국으로 피신해야 했고, 의문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프랑스인들은 자랑스러울 것이다.
우리에게도 ‘드레퓌스 사건’은 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한국사회 안에서도 국가의 횡포와 음모로 희생 당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복권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진실을 향한 여행과 도전에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사건과 사실만을 기술하지 않는다. 방대한 자료와 증거, 논리를 바탕으로 그는 ‘드레퓌스 사건’을 과감하게 재해석한다. 각 장(章)의 말미에 있는 저자 노트에서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