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함승희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함승희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혼란스런 국정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고건 총리의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이라면 재신임이 필요 없지만 형사상 문제라면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함 의원은 고건 총리에게 "최도술이 10억원 이상을 받아먹은 사건에 대통령 본인도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책임이라고 보는가. 부패한 사람 기용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라고 보느냐, 형사상 책임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도덕적 책임이라면 왜 재신임을 물어야 하나"고 따졌다.

또한 함 의원은 "서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면서 당선된 노 대통령은 그 때 모습은 간데 없고, 코드 맞는 사람들과 뮤지컬이나 보고 있다. 고 총리가 보필 잘못한 것 아닌가"라고 고 총리의 자신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건 총리는 "과거처럼 그렇게 할 수도 있었으리라 본다"면서 "과거에는 측근 잘못이 있으면 사과를 하고 넘어갔다. 말하자면 '사과 정권'이었다. 노 대통령은 도덕적 감수성이 남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함 의원이 답변을 가로막고 고성을 지르는 와중에서도 "내 얘기를 들어라"고 만류한 뒤 "이 얘기는 신문에 모 교수의 칼럼을 보고 인용하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 총리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면 언제든지 물러가겠다"면서도 "(그러나) 현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어야 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건 총리와의 설전에 이어 검찰 출신인 함 의원과 변호사 출신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설전 2라운드에 돌입했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 의혹과 송두율 교수 사법처리 문제를 묻기 위해 강 장관을 불러 세운 함승희 의원은 초반부터 "대통령께서 송두율을 언급하면서 관용처리 얘기했다. 초특급 반(反)국가사범에 대해 관용처리가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집에서 밥 먹고 자면서 수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관용 처리라는 언급이 없었다"고 일축하면서 송두율 교수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침착하게 받아넘겼다.

함 의원은 강 장관의 답변을 수시로 가로막으며 송두율 교수 처리 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함 의원은 "지휘 감독 책임은 법무부 장관에 있다", "어떤 방향으로 처리돼야 하느냐에 대해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장관 책임론을 거론했으나, 강 장관은 "현재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강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언급하다 국정감사 때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고 사과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관이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대응 했다.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견해를 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국회의원들이 역으로 대정부질문에서는 견해를 피력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논리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 장관의 한결같은 답변에 답답함을 느낀 함 의원은 한총련 문제, 간첩의 불구속 수사 문제 등을 답변까지 가로막으며 쉴새없이 추궁했으나, 강 장관은 "아는 바 없다",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만 대답했다.

결국 함 의원은 '역풍'을 맞아야 했다. 좌석에 앉아있던 김희선 통합신당 의원이 함 의원의 일방적인 질문 태도를 문제삼고 나선 것. 김 의원은 좌석에서 "왜 답변을 들으려 하지 않느냐. 말을 들어라. 답변할 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니냐"고 강력 항의했다.

난처한 표정으로 김희선 의원쪽을 바라보던 함 의원이 "대정부질문은 나와 장관이 하는 것"이라고 막아서자 이를 지켜보던 강금실 장관이 웃음을 지어보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강 장관은 "내가 온 이후에 대통령 측근과 관련된 수사,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 검찰 스스로 자율적으로 소신에 의해 수사를 하고 있다"며 "되풀이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함 의원에게 충고하는 여유까지 보이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