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내 PX·식당 등 위락시설의 적자 보전 및 번역료 등 행정비용까지 한국쪽이 전액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SOFA 합의각서와 양해각서가 미군 쪽의 강요에 의해서 체결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안영근 통합신당 의원은 20일 합의각서가 체결된 91년 5월 당시 안기부가 작성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합의각서 관련 대책 필요'라는 제목의 정세보고 문건을 입수, 이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안 의원이 공개한 안기부 문건은 미국쪽 실제 서명자인 포글만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91년 5월 13일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을 방문 "외교부 내에 이 각서가 법적인 효력이 없어 무효라는 주장이 있다고 하는데, 청와대에 공식 항의하겠다"며 이 각서의 합법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외무부는 88년 7월 주한미군 숙소로 무상대여한 내자호텔을 반환받은 조건으로 48억원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서운 유광석 당시 미주국 안보과장이 미군 쪽의 로비로 전보(일본연수)된 바 있어, 반기문 국장도 같은 사례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문서는 밝히고 있다.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은 현재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역임하고 있다.
당시 체결된 합의각서에는 한국쪽이 주한미군 부대 이전 뒤 각종 시설을 시공할 때 미국의 건설표준을 적용하고, 이전 기간 중 PX·식당 등 위락시설의 적자를 전액보전해 줌은 물론, 주한미군과 고용원의 이주비와 이주에 따른 피해보상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불평등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번역료 등 행정비용까지 한국쪽이 전액부담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당시 안기부쪽도 "각서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실제 부담해야 할 소요비용은 당초 예상을 월등히 초과해 최소한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었다고 안 의원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올해 7월 제3차 한미동맹조정회의 준비과정에서 외교부 조약국은 90년의 합의각서 및 이행각서가 위헌이며, 사후추인 역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북미국과 국방부는 국회와 국민을 속여 예산을 따내는 데에만 골몰했다"고 관련 당국의 굴욕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외교부는 지난 9월 1일 제4차 한미동맹조정회의 대비 실무급 회의에서 미국쪽에 대한 양보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외용으로 최소한의 미측 양보를 얻어내되 전체적으로 미국쪽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협상전략을 세웠다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책임을 물어 "미국쪽과 협상전략을 짠 현재의 협상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