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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는 10월 17일 발행된 노보에서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을 부역언론인 1호로 꼽았다.
KBS 노조는 10월 17일 발행된 노보에서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을 부역언론인 1호로 꼽았다. ⓒ KBS노보

<한국사회를 말한다>로 촉발된 KBS와 한나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KBS노조가 최근 KBS 공세의 선두에 서 있는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을 '부역언론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KBS 출신인 이 의원에 대한 KBS 내부의 역공이 시작된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영삼)은 지난 17일자 노보에서 부역언론인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이윤성 의원을 1호로 선정했다.

KBS 노보는 이 의원에 대해 "왜곡과 편파일색 보도로 한국방송사를 굴종으로 얼룩지게 했던 장본인이 KBS 기자이자 앵커 출신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KBS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자리잡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광주시민을 '폭도'로, 계엄군 행위를 '부득이한 선택'으로"

KBS 노보는 '부역언론 시리즈-이윤성 한나라당 국회의원' 제하의 기사에서 이 의원이 진행한 '부역' 프로그램으로 1985년 6월 <특별기획-광주사태>와 같은 해 8월 <보도기획-학원안정법>을 적시했다.

당시 KBS 부주간으로 <특별기획-광주사태> 진행을 맡았던 이 의원은 80년 광주 상황에 대해 "흥분한 시위 군중과 계엄군의 충돌, 오해로 감정이 폭발되었고 여기에 불순분자들에 의해 조작된 기상천외의 유언비어는 지역감정마저 자극, 선동해서 군과 시민을 이간시키고 방화, 파괴, 살상을 유도하면서 끝내는 광주시 일원을 무정부 상태로까지 치몰아갔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보도기획-학원안정법>에서도 "좌경사상에 오염된 학생들은 하루 속히 치유를 해서 학원으로 돌아오도록 하고, 또 면학에 여념이 없는 대다수 학생들이 이들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노보는 이에 대해 "이 의원이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계엄군의 행위를 '질서유지를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미화하는 등 군사독재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충실히 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화 운동 앞에 위기를 맞은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학원안정법 제정을 '정부의 결단'으로 표현하며 독재정권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KBS노보는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에 모두 충성을 바쳤다는 비판을 받으며 떠나간 KBS의 대표적 메인 앵커"라고 이 의원을 평한 뒤 "정계진출로 극우 보수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맡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극우 보수세력에 자랑스럽게 편입되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KBS 시절 이윤성 씨가 진행한 <특별기획-광주사태> 자료화면.
KBS 시절 이윤성 씨가 진행한 <특별기획-광주사태> 자료화면. ⓒ KBS노보

KBS 공세 최선봉, 한나라당 '저격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지난 2일 KBS 국정감사에서도 "이종수 KBS 이사장이 송두율씨가 초대 의장을 지냈던 독일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의장을 지냈다"면서 "송씨를 미화하는데 이 이사장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는 등 KBS에 대한 사상검증에 힘을 쏟았다.

또한 보수세력의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되고 있는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귀향-돌아온 망명객들'과 관련된 취재진 명단과 제작진 전원의 고교 이후 학력, 5년간의 경력 등을 국감 자료로 추가 제출할 것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 KBS 부역언론인 선정은, KBS에 대한 이 의원의 이같은 정치공세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도영 KBS노보 편집국장은 "최근 한나라당이 'KBS 색깔 입히기'를 일삼고 있는 가운데, KBS에 있으면서 현대사를 왜곡하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 국회에서 KBS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어 부역언론인 1호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권에 부역했던 사람들이 정계로 진출해 수구세력의 입노릇을 하며 방송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역언론 시리즈와 관련, "KBS인사에 한정되지 않고 언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과거 정권에 부역했던 이들의 행적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며 "전·현직 국회의원이 주요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측 "KBS노조 주장 평가할 가치도 없다"

이 의원측은 KBS노조의 부역언론인 선정에 대해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윤성 의원실 박종효 비서관은 "노코멘트"라며 "KBS노보 기사에 대해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이 의원이 KBS에 있을) 당시 내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었을 때인데 이 의원을 다룬 KBS노보 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역언론인 선정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70년 KBS 기자로 입사한 뒤 보도국 사회부장 등을 거쳐 뉴스 앵커와 방송위원, 해설위원, 주일특파원 등을 지냈다. 특히 KBS 보도본부24시(81∼88년)와 KBS 뉴스광장(92∼93년), KBS 9시뉴스(93∼95) 등 굵직한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KBS 퇴사 직후인 지난 95년 민자당에 입당한 뒤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2000년 재선됐다.

그동안 신한국당 대변인과 신한국당·한나라당 대선기획단 홍보본부 전파매체단장(97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 본부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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