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명작, <최후의 심판>. 이 그림을 통해 그는 당시 타락한 카톨릭을 비판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명작, <최후의 심판>. 이 그림을 통해 그는 당시 타락한 카톨릭을 비판했다고 한다. ⓒ 김태우
시스티나 성당 뒤쪽 벽에 자리잡고 있는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명작이다. 이것 역시 여행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바티칸 박물관만큼은 반드시 여행 가이드를 쫓아가라고 배낭 여행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그릴 당시, 로마는 가톨릭의 부패로 큰 고난을 맞고 있었다. 종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고, 신교와 구교 간의 내분도 계속되었다. <최후의 심판>이 보여주는 긴장감과 극적인 구조는 이러한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그림은 중앙에 그려진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순교자들을 중심으로 천당과 지옥으로 구분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른쪽 아래를 보면 한 사람이 뱀의 허물 같은 사람의 피부 껍질을 들고 있는 게 보인다. 그 사람이 당시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받고 순교한 바르톨로메오이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바르톨로메오가 들고 있는 사람의 피부 껍질이 그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피부 껍질의 주인은 바로 미켈란젤로라고 한다. 노인이 된 미켈란젤로는 지나온 세월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의미를 담아 자신의 피부 껍질로 바르톨로메오의 그것을 대치했다. 그림에 담긴 의미는 또 있다. 왼쪽 아래 부분을 보면 2명의 흑인을 지옥으로부터 끌어올리고 있는 천사가 보인다. 미켈란젤로는 이 모습을 통해 당시에 이미 인종 차별에 경종을 울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최후의 심판>은 예수그리스도를 비롯한 모든 성인들을 나체로 그렸다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다. 또 당시까지 내려오던 관습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를 수염도 없는 젊은 청년으로 묘사해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비난의 선두에 선 사람이 바로 추기경 비아지오 다 체세나였다. 그는 <최후의 심판>을 '나체 목욕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악의적으로 비난했다.

비록 미켈란젤로가 노인이 되어 자신의 인생과 성격을 반성하고 있었지만, 삼중관을 쓴 교황에게 불 같이 화를 내는 그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 오른쪽 하단 구석에 추기경 비아지오 다 체세나를 그려 넣는다. 그것도 벌거벗은 몸으로 뱀에 감겨 꼼짝을 못하는 모습으로. 추기경은 교황에게 자신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미켈란젤로. 그는 내 유럽 여행에서 가장 큰 감동을 내게 선사한 예술가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