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정에서 쌀알을 염색하여 장식한 불꽃제단
가정에서 쌀알을 염색하여 장식한 불꽃제단 ⓒ 김훈욱
다민족사회에서 각자의 민족이 모두 고유한 전통을 지키며 살다 보니 전통 기념일이 많아 영문 모르는 외국인들은 휴일이 되어 쉬면서도 자신이 왜 쉬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신년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신정과 설날이 있어 서구의 외국인들에게는 혼란을 주겠지만 이곳에는 태양력의 신년이 있지만 중국계 사람은 우리의 설날이 신년이 되고 말레이계 사람은 아왈 무하람(Awal Muharam)이 신년이며, 인도계 사람들은 자신들의 힌두교에 따른 타밀 푸탄두(Tamil Putthandu)라는 신년이 있으니 외국인 처지에서는 네 번의 설날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비단 신년뿐 아니라 또 각 민족의 고유명절이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 보다는 훨씬 많은 휴일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많은 공휴일 때문에 법정 공휴일을 10일로 정한 후 국가 전체의 공통 공휴일로 독립기념일을 포함하여 4일을 정하고 나머지 6일은 각 지방이나 회사의 희망에 의하여 정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방마다 공휴일이 달라 어떤 경우에는 휴일에 공휴일이 아닌 다른 지방으로 관광을 가면 평일의 싼 요금으로 호텔 등을 이용하는 행운을 잡는 수도 있다.

전해오는 디파발리 이야기

이렇게 많은 휴일 중 10월 24일은 힌두교에서 타이푸삼과 함께 가장 큰 축제일로 꼽히는 디파발리이다. 디파발리는 빛의 축제라고도 하는데 빛이 어둠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등불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 형태가 있다.
등불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 형태가 있다. ⓒ 김훈욱
요즘은 추수감사절처럼 이웃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는 날이지만 디파발리(Deepavali)는 한자로 도요절(屠妖節)이라고 쓰는 것에서 보듯 귀신을 물리친 날이라는 것을 짐작하여 알 수있다.

전설에 의하면 대지를 관리하는 여신의 아들인 나라카수는 자연을 다스리는 전지 전능한 신이었는데, 자신의 능력을 믿고 교만해져서 햇빛과 땅, 아름다운 꽃들을 무시하고 빛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어둠의 도시를 건설하고 자신은 어둠의 왕이 되어 백성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좋은 자연에서 살다 어둠의 고통에 빠진 백성들은 여기서 벗어 나고자 나카라수를 물리쳐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도가 통했는지 보존의 신으로 불리는 크리쉬나가 나타나 나카라수를 물리치게 되었다.

한 때 어둠의 왕이었던 나라카수는 죽기 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의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은 나라카수의 아들만은 살려주어 빛과 평화, 사랑의 사도로 키울 것을 맹세했다. 그리고 대지의 여신은 선이 악을 이긴 날을 기념하여 새로운 날을 하루 만들었는데, 이 새로운 날이 바로 디파발리이다.

디파발리가 되면 힌두인들은 쌀알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들여 불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장식을 만들고 그 사이에 야자기름으로 등불을 밝힌다.

디파발리 행사

대형 백화점에서는 전통음악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백화점에서는 전통음악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 김훈욱
디파발리 행사는 최소한 3주 전부터 시작되는데 백화점에서는 이 때부터 장식을 하고 기념 바겐세일을 시작하며 기업에서는 사무실 곳곳에 축하 카드를 붙이고 가정에서는 음식 준비를 한다.

당일에는 새벽 3시경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문 앞에 불을 밝힌 후 새 옷으로 갈아 입고 힌두사원에 가서 기도를 하고 사원에서 나누어 주는 음식을 먹는다. 오후에는 집으로 친척이나 이웃을 인종이나 종교를 초월하여 초대하고 집안을 공개하고 준비된 음식을 나눠 먹는 행사를 한다.

또 이 시간 정부의 각료나 지방의 유지들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비하고 사심없이 이웃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데, 디파발리는 이와 같이 절대 권력자에 의해 어둠의 세계로 떨어졌던 사람들이 빛을 찾고 그에 감사하는 자비를 베푸는 날이다.

지금의 국제 정세도 한쪽에서는 강대국이 정보를 독점하며 힘으로 세계 제국을 꿈꾸고 있고, 국내에서도 힘의 우위를 앞세운 집단이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무너진다는 디파발리의 의미를 알면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가정이나 사무실에 부착된 디파발리 축하 카드
가정이나 사무실에 부착된 디파발리 축하 카드 ⓒ 김훈욱
만약 오늘 이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 등을 여행하거나 이곳 사람들을 만나면 '해피 디파발리'라고 해보라. 그 말은 어둠을 벗어나 빛을 찾고 자비를 베푼다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