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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국회의원, 가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이철용(56)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 그는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는 밤잠을 줄여가며 27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있을 장애인을 위한 ‘노래로 쓴 휴먼 소설’ 콘서트의 막바지 준비에 동분서주 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창의력이 요구되는 21세기는 장애인에게 기회입니다.”

ⓒ 이철용
50대 중반에 들어선 그가 음반을 내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다시금 유명 스타가 되기 위함도, 생계를 꾸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고 장애인에게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대에 나선 것이다.

지체3급 장애를 입고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받은 냉대와 고통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했고 사회와 국회에서 장애인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젊음을 보냈던 그가 내린 결론은 장애인에게 문화활동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는 “상처받은 조개가 진주를 낳듯 삶의 고통을 한 몸에 안고 있는 장애인들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21세기에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 이 기회와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도 21세기 물결을 잘 이기면 전 인류에게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안 되었고 공연장을 찾으려 해도 편의시설이 없어서 접근조차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8년 전 사단법인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을 설립하고 장애인의 문화접근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운동들을 펼쳐왔다.

작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대부분 공연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장애인 출입에 대해 별 고민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하여 그는 “이제는 외국처럼 법률로 공연장에 편의시설과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강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접근성 고려한 소극장 내년 3월 완공예정

ⓒ 이철용
이러한 한계를 남들에게만 맡길 수 없었던 그는 올해 3월부터 성북구 돈암동 영화의 거리에 장애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150석 규모의 소극장을 건축 중에 있다.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순조로운 건축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장애인예술제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장애인의 문화예술 진출을 위해 지원과 교육 등을 하려고 한다.

그는 천재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도움과 경험, 협력을 통하여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러한 경험을 키우는 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분야에 있어서도 문화의 종합적인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 가지 아쉬움은 경제적인 이유로 후생시설을 구비한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없음이 지금의 현실이다.

소극장이 세워지는 성북구 돈암동의 ‘영화의 거리’는 1926년 나운규가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그린 한국의 기념비적인 민족영화인 <아리랑>을 촬영한 장소로 현재 ‘영화의 거리’로 조성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시내에 소극장을 만드는 이유는 외곽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중심에 세워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에 문화예술 공간인 소극장을 만드는 이유는 지금까지 장애인들은 문화예술 공연에서 구경꾼에서조차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최소한 구경꾼의 대열에라도 서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협회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협회를 문화관광부에 등록하려고 했는데 담당자는 장애인과 관련한 단체이니 보건복지부로 가라고 했다. 모든 장애인을 지원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건복지부로 가야 한다는 것이 담당직원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장애인을 나약한 존재,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설득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문화복지, "삶이 문화고 문화가 삶이다."

ⓒ 이철용
그가 주창하는 것은 ‘문화복지’이다. 그는 삶이 문화고 문화가 곧 삶이기 때문에 장애인복지에서도 이것을 따로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문화복지’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그는 헌정사상 최초의 장애인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그가 13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87년도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앵벌이, 장애를 이용한 막가파 등으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시절에 장애인 당사자로 그 벽을 허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되어 처음 국회에 등원을 하는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없었다. 국민의 10분의 1이 장애인인 사회에서 국민을 대신해 대의 정치를 펼친다는 국회에 편의시설이 없는 것에 분노한 그는 일부러 휠체어를 빌려서 시위를 했다. 물론 자신은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국회가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시위를 했다.

휠체어 시위가 벌어지자 국회직원들이 나와서 휠체어를 들어준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시설을 해달라고 도움을 거절했다. 시위와 동시에 4당 구조의 현실에서 여야의원 135명의 서명을 받아 긴급예산을 확보하고 한창 의원회관이 건축 중인데 설계변경을 통해 편의시설이 마련되기도 했다. 의사당도 설계변경이 이루어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심신장애자복지법’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81년 ‘장애인복지법’으로 변경하고 의무조항이 되도록 활동했다.

그가 생각하는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해결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당당하게 일하고, 세금도 내는, 문화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으로 투쟁한 결과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된 날에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인 김대중 정권에 기대를 했지만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이 진정한 참여정부를 말한다면 그 참여에는 장애인도 포함되어야 하고 법률가 출신인 노 대통령이 솔선해서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노력들을 해야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장애인의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도 그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단순 목각등 생계형 직업이 아니라 장애인의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예술적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스포츠에 있어서도 비장애인들의 눈요기 거리가 아닌 장애에 맞는 휠체어 장애인이 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적합 직종을 계발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노력을 해나갈 때 우리나라에서도 헬렌켈러, 스티븐호킹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 장애인 중에서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은 왜 스님, 신부가 될 수 없는가?

ⓒ 이철용
그는 일부 종교계의 장애인에 대한 폐쇄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말을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이 장애인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장애인이 신부가 될 수 있는 길이 없다. 정말 우리나라 가톨릭이 장애인을 사랑한다면 우리나라의 신부들이 교황청에 그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가톨릭이 말하는 ‘내탓이요’ 운동도 90% 이상의 후천적 장애를 겪는 사회에서 기업주들이 제대로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고 사고가 났는데도 ‘내탓이요’하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소아마비, 결핵등 예방주사를 국가 주도로 접종한다면 장애인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데 그것을 ’내탓이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21세때 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한스러워 한 사찰을 찾아가서 스님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찰 주지의 대답은 “장애인은 스님이 될 수 없다. 전생의 업 때문에 장애인이 되어서 스님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종교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이 군대를 갈 수 있는 시절인데도 변화가 없는 종교계는 장애인 사랑을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남과 다른 개성적인 인간, 당당한 장애인을 위하여

그가 이번에 콘서트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에 “신체장애는 능력이 없다”하는 사고들이 깔려 있고 장애인들도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깨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은 종교인, 가수, 유명인 등 다양한 꿈을 꾼다. 그러나 사회의 벽에 막혀 쉽게 포기하고 마는데 이제는 장애인들이 포기하지 말고 나약한 장애인이 아니라 당당한 장애인, 다른 사람과 다른 개성 있는 사람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섰다고 했다.

그는 최근 '10시간'이라는 소설과 음반 '이철용'을 출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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