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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천안시 대흥동에 위치한 ‘천안 헌혈의 집’. 김종배(45)씨가 65번째 이 곳을 찾는 날이다.
언제나처럼 임명량 간호사는 김씨를 반갑게 맞이하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잠깐 동안 나눈다.
이후 침대 위에 누운 김씨의 팔에서 주사 바늘을 통해 빠져나가는 5백㏄의 혈액. 헌혈을 하러 온 것이다. 이윽고 김씨의 손에 쥐어진 65번째 헌혈증서. 지금까지 김씨 몸에서 빠져 나간 혈액의 양은 총 3만2500㏄다.
헌혈에 있어 ‘65’라는 숫자는 보통사람이 쉽게 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 더욱 눈길을 끈다. 김씨가 남다르게 헌혈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것이 김씨의 이웃사랑 실천방식이기 때문.
“98년 4월경이었어요. 천안시청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성정사회복지관을 통해 자매결연을 맺은 한 가정의 남학생이 피가 필요한 병에 걸렸었죠.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이 뭘까 고민하다. 그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인 헌혈을 하게 됐죠. 그 때 그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헌혈을 계속해오고 있죠.”
지난 2000년 1월, 아산시청으로 발령 받아 현재는 기획감사담당관실 대외협력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씨.
지난해 1월에는 김씨가 정책제안으로 내놓은 ‘사랑의 실천 헌혈운동 전개’안이 채택돼 아산시청 공무원들 사이에 때 아닌 헌혈바람이 일기도 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헌혈하는데, 그렇게 피를 빼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가끔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헌혈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제가 하는 헌혈은 ‘성분헌혈’ 방식으로 위험하지 않아요. 3일 정도면 혈액도 회복이 되고요. 헌혈도 하면서 건강도 체크하고 ‘1석2조’죠.”
김씨가 말하는 성분헌혈은 혈액의 성분 중 혈장 또는 혈소판만을 빼내는 방법으로 혈액 약품을 만드는데 이용되거나 화상환자에게 제공된다.
또 다른 헌혈방법은 ‘전혈헌혈’로 수술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헌혈이다.
김씨는 이렇게 모은 헌혈증서 중 10장을 지난 2000년 4월경 직원 딸 이모양에게 제공한 바 있다.
또 조만간에 급성골수염 백혈병을 앓고 있는 직원 조카 박모(19)양에게도 헌혈증서를 전할 예정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는 김씨. “애써 모은 헌혈증서를 남에게 주기 쉽지 않을텐데… 내 가족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내 가족이나 나를 위해 헌혈을 시작한 것이 아닌 만큼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김씨의 영향을 받아 가족들도 헌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꺼리지 않는다. 부인 박순화(44)씨는 현재 10번을 했고, 학생인 딸 지혜(21)양과 아들 지훈(19)군도 헌혈 기회를 적지 않게 갖고 있는 등 이웃사랑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헌혈가족’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