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전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3일자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과 SK 등 5대 그룹으로부터 지난 대선 기간 동안 72억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기업별로 받은 구체적 액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후원자의 이름과 금액을 개별적으로 밝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며 SK를 제외하고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쪽 한 관계자는 "5대그룹으로부터 모금한 금액은 SK 25억, LG 20억, 삼성 10억, 현대차 10억, 롯데 7억으로 총 72억이며, 이상수 의원이 확인중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5대 그룹 중 SK가 25억 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다음은 15억, 그 다음은 10억 이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특히 "31일 전화로 노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우리당의 모금내역은 아무리 까봐야 우리 정치현실에서 도덕적으로 결코 부끄러운 내용이 없으므로 다 밝히고 싶다고 했다"면서 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차제에 지구당으로 내려간 돈까지도 정확히 다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추가로 대통령께서 말씀했다"고도 전했다.
이 의원은 SK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SK의 경우, 모처에서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20억 정도를 줄 수 없겠냐 했더니, 자기들은 10억을 생각하고 나왔다고 했다"며 "좀 더 줄 수 없겠냐고 했더니 그룹에 들어가 상의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SK쪽에서) 결국 15억을 보내왔고, 그것은 법인영수증 처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선거일 사흘을 앞두고 정대철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SK에서 나머지 5억을 보낸다고 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는데 받고 보니 10억이었다"며 "이 돈은 SK의 33명 임직원 명의로 영수증처리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또 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전체 후원금 액수와 관련 "우리쪽에서 모금한 것도 있고 그쪽에서 자발적으로 내준 것도 있다"며 "하여튼 아무리 정확히 실사를 해도 150억에서 160억 사이 정도의 오차밖에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혀, 지난 7월 1차 대선자금 공개 액수와 10억∼20억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신문에서 이상수의 액수는 110억→34억→74억→110억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이라고 비꼬았는데, 각도를 달리해서 말한 것 뿐이고 일관되게 100억∼110억의 오차 범위를 고백했을 뿐"이라고 강조한 뒤 "나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고무줄인지 나 이상수가 고무줄인지 그것은 훗날의 역사가 증언해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1신: 3일 오전 10시17분]
우리당 "조만간 대선자금 전모 공개할 것...시기-방법 고민중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는 이상수 열린우리당 지구당창당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전후해 대선자금과 관련한 전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와 방법은 당내 기구를 통해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이번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분과위원장단 회의에서 "공개하기로 한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에 가서 밝힐지, 가기 전에 밝힐지 고민중"이라며 "깨끗한정치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이 전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장부상 약간의 오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결단코 문제가 없다. 우리부터 먼저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고백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고 정 위원장은 전했다.
이 위원장은 "대선자금 전모에 대해서 확실히 밝힘으로써 정치권 전체가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현재 그것을 준비하고 있고 누가 고무줄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리당은 이번 대선자금 전모공개를 통해 이중장부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장부를 비롯해, 영수증, 장부상 누락된 부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동채 위원장은 "2∼3일 이내로 대선자금 전모가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면서 "명세서는 물론 부기장 등도 모두 정리해서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이나 정대철 전 선대위원장, 김원기 위원장 등이 모두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자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약간의 오차가 있어도 결코 꿀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3일 "우리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많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선언해야 하는 소망이라면 비리와 부정의 중심에 있는 정치비리와 부패의 청산"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에 우리당이 앞장서자"고 말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분과위원장단 회의에서 "대통령을 뵈었을 때 대통령까지 휩쓸려 갈지라도 철저한 부패구조 청산을 통해 거기에 새정치가 새롭게 건설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우리도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는 비장하고 단호한 각오를 가지고 수사를 철저히 촉구하고 철저히 협력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치불신을 완전히 청산해 새정치가 구축되도록 앞장서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밝혔다.
김 공동위원장은 "비리구조가 청산된 바탕에서 사회 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청산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비리나 부패구조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며 "사회부패, 비리구조 청산운동이 확산돼 투명사회로 나가도록 하는데 정권과 우리당이 앞장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치개혁특위 등의 기능을 포괄하는 기구인 '깨끗한정치실현특별위원회'를 당내에 구성하기로 이날 분과위원장단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 정동채 홍보기획위원장은 "대선자금 국면에서 깨끗한 정치를 능동적으로 실현해갈 수 있는 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피동적으로 검찰 수사에 임하지 않고, 정쟁거리로 대하지 말고 깨끗한 정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토록 했다"고 기구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수 일 내에 이 기구의 구성을 완료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대선자금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면서 정치자금 전반에 걸친 제도개혁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공동위원장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내각책임제 또는 분권형대통령제 개헌을 제기하고 나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시점에서 그들이 제기하는 것은 부패구조의 발본색원 작업을 가로막는 당리당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싶다"며 "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도 "지금 이때 개헌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대선자금에서 전선을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선거구제 등의 문제는 정개특위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지 양당 총무가 사견이라는 전제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