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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치고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벌인 노동자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광화문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치고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벌인 노동자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광화문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이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의 방패에 맞아 이마와 코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후송되고 있다.
경찰의 방패에 맞아 이마와 코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후송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상당해 후송되던 한 노동자의 피가 경찰 방패에 묻어 있다.
부상당해 후송되던 한 노동자의 피가 경찰 방패에 묻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불러온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6일 오후 1시부터 총파업을 벌이는 동시에 서울 등 전국 18곳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총파업에는 전국 100여개 사업장 12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는 금속노조, 공공연맹,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원 등 1만여명이 참여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자 3명을 떠나보내고 1명은 사경을 헤맸던 지난 20일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의 시간이었고 이런 고통과 질곡을 끊기 위해 총파업에 결의하고 돌입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노동현실의 심각성을 모르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의 힘과 투쟁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 철폐,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동탄압중단,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반개혁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하게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겨레>에 보도된 노무현 대통령의 노동자 분신 관련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병호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노동자들이 분신을 목적 달성을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자살로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노동자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어 절망적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도 "부패한 정치권력이 우리 눈물의 씨앗"이라고 전제하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이기를 포기한 '불량정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를 가득 채운 노동자들의 격한 투쟁구호가 계속된 이날 집회에서는 집회가 끝나갈 무렵 이해남 세원테크 지회장,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의 유서가 낭독되자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대학로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예정대로 '비정규직 철폐하라', '손배가압류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탑골공원까지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분신 노동자들의 영정을 앞세우고 1시간여 동안 계속된 거리행진은 시위대가 탑골공원에 이르자 경찰에 의해 저지 당했다.

탑골공원앞에서경찰이 각목을 뒤두르며 저항하는 노동자의 얼굴을 방패로 가격하고 있다.
탑골공원앞에서경찰이 각목을 뒤두르며 저항하는 노동자의 얼굴을 방패로 가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의 진압을 피해 노동자들과 길가에 서 있던 시민들이 인근 파출소로 몰려들어가 있다.
경찰의 진압을 피해 노동자들과 길가에 서 있던 시민들이 인근 파출소로 몰려들어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 10000여명이 종로거리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노동자 10000여명이 종로거리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부상자 속출... 가판대 10여개 부서져

오후 6시에 예정된 집회를 위해 광화문까지 행진하겠다는 시위대에게 경찰은 거리행진은 탑골공원까지만 허가된 것이라며 막아서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선두에 선 민주노총 지도부들이 경찰을 밀어내기 시작하고 100여명의 시위대가 각목과 쇠파이프를 꺼내들자 경찰은 바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거리를 지나던 일반 시민 김지수(20, 남)씨의 눈이 찢어지고 20여명의 시위대가 이마와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출혈이 심한 부상자들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특히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인도에 서있던 시위대에게도 경찰이 곤봉을 휘둘러 시위대의 격한 반발을 샀으며, 경찰이 뒤로 물러선 시위대를 쫓는 과정에서 영업 중이던 종로3가 일대의 포장마차와 노점상들의 가판대 10여 개가 부서졌다.

인도에 마련된 주점에서 앉아 있다 다리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조봉석(76, 남)씨는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있었는데 시위대가 쫓겨가고 경찰이 여기를 덮치면서 난장판이 되버렸다"며 경찰을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바로 옆에서 그릇과 팔려고 내놓은 술의 일부가 깨지는 피해를 당한 포장마차 주인은 "장사 시작하기도 전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찰의 강력한 공격에 거리행진에 참여했던 5천 여명의 시위대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20여분만에 완전히 진압됐으며 노동자들은 사태가 진정되자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이라크 파병 철회 촉구, 노동열사 추모 촛불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강력한 투쟁을 계속 해나가겠다"며 "오는 9일 시청에서 전국의 노동자 10만여명이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12일에는 철도, 지하철 노조 등 공공부문까지 참가하는 총파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폭력으로 진압했다'며 분노하고 있어 앞으로 있을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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