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의 대의기관인 광주시의회(의장 이형석)가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일 광주YMCA 시정지기단은 '박 시장 뇌물수수사건에 대한 의회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은데 이어, 오후 이형석 광주시의회 의장실을 방문해 19명의 시의원에게 귀이개를 선물했다.

광주YMCA 시정지기단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않고 있는 시의원들에게 '귀를 열라'는 의미에서 귀이개를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개의 귀이개를 포장한 박스에는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회가 되어 주십시오'라고 씌여있었다.

이 의장을 방문한 광주YMCA 시정지기단은 "이미 광주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시인했다"면서 "시민의 대의 기관인 의회가 법적인 판단 이전에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시의회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대의기관이 사법부의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사법부의 기소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광주YMCA 시정지기단은 "미리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시인한 부분에 대해 의회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의회, 박 시장 관련 입장표명 않기로

6일 오후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송태종(우리당. 북구) 의원을 제외한 의원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 간담회를 갖고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윤난실(민노당. 비례) 의원은 "이미 박 시장이 뇌물수수를 시인했고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의기관으로서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던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 그 시기와 내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옥(우리당. 서구) 행정자치위원장도 "지난 6일 박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의장이 아무런 언급도 하지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이 시인을 했는데 사법기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퇴요구가 아니라 의장이 일정한 입장을 밝히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채원(민주당. 남구) 의원은 "법적 판단없이 의회의 전체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의회 차원이 아닌 개인적이나 당 차원의 입장이 있을 수 있으니 개인적인 입장표명으로 하자"고 말했다.

최영호(민주당. 남구) 운영위원장도 "단체장의 비리사실이 밝혀진 다른 단체의 의회도 입장표명을 한 곳이 없다"면서 "입장표명을 한다면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사퇴요구'나 '사법부의 판단 이전까지 시정에 전념하라'는 것인데, 사퇴요구는 위험하고 시정전념하라고 하면 시장 편들기 한다고 비난받을 것이다"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날 의원 대부분은 "개인이나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을 하되 의회 차원의 입장 표명은 물의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 공식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YMCA시정지기단원인 봉정선씨는 "시민을 대표한다는 시의회가 묵묵부답으로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의회는 가만히 있는데 시장은 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 6일 광주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앞서 "광주시민들께 사죄드린다"면서 3000만원 뇌물수수 혐의 시인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