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황 악화와 더불어 미국의 한국군 파병 압력이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골적인 파병 압력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아래 비상국민행동)은 10일 미 대사관 옆 파병반대 철야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파병 압력을 강력 규탄하는 한편, 오는 15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방문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5∼6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이라크 추가파병 협의에서 한국에 5000명선의 전투병 파병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라크에서의 민주주의는 곧 실현될 것이며 이는 중동 전역의 민주주의 실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부시 미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갈수록 강력해져 미군 희생자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모두 388명의 미군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250명은 사실상의 종전이 선언된 5월 1일 이후 사망자다.
이에 대해 비상국민행동은 "5000명 이상의 전투부대 파병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행동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한국에 더욱 강한 파병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임이 명백한 럼스펠드의 방한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 김근래 부위원장은 "일제시대 실리 등의 이유로 한국청년들에게 대동아 전쟁에 참가하라고 역설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매국노로 평가받고 있다"며 "한미동맹론, 국익론을 동원하며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그들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민주노동당 윤영상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은 "미국이 대규모 파병을 요청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은 이미 모두 공식적으로 파병거부를 선언했고, 터키조차도 파병결정을 철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말했던 것처럼 미국에 NO!라 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비상국민행동 대표들은 미 대사관측에 파병 압력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비상국민행동은 앞으로 15일까지 각계각층의 사회단체들과 함께 미대사관 옆에서 노상 노숙농성을 계속 이어나가는 한편, 오는 15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파병결정 철회 국민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후 16∼17일에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장관 방한반대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