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1일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정치적 여당' '범개혁세력 통합정당'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당원 및 지지자 1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1시부터 열린 창당대회에서는 김원기·이태일·이경숙 등 임시 공동의장을 선출하고 그간 논란이 거듭됐던 당헌을 채택했다.
우리당은 이날 소박하고 검소하게 치른다는 창당대회의 기조에 맞게 이벤트는 대폭 축소했다. 단 국민들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행사들을 본 행사 끝에 배치해 '정치개혁'을 주도하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깨끗한 정치 실천을 위한 윤리강령 발표, 중앙당 외부감사업체와의 협약 체결식, 지구당운영위원장들의 공정한 경선관리 서약식 등을 마련해 '깨끗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데 애를 썼다. 우리당의 외부감사기관에는 삼정회계법인이 공모를 거쳐 선정됐고 분기별로 감사결과를 발표하기로 약속했다.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김원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낡은 정치의 썩은 뿌리를 단호히 끊어내고 새로운 정치를 이 땅 위에 반드시 실현해 나가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정당과 정치의 지역주의는 이제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분열과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발전의 족쇄가 되고 있다"면서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안주해서 명맥을 이어온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남김없이 몰아내고야 말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굳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태일 공동의장은 "오늘과 같이 정치가 격변하는 결정적 전기에 뚜렷한 역사적 소임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창당되는 정당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몇몇의 정치 지도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모든 당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된 심정으로 이 나라 백년을 열어갈 새로운 정당을 위해 몸을 기꺼이 내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경숙 공동의장도 "대단한 에너지가 잠재하고 있지만 역시 낡은 독에 갇혀있는 여성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활짝 열어젖히는 일에 우리당은 어떤 정당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며 "숫자채우기식 여성정치인을 배출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정치력을 담보할 수 있는 여성정치인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 창당대회에 맞춰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축하메시지에서 정치자금과 지역구도를 우리 정치의 극복 과제로 꼽았다.
노 대통령은 "투명한 정치, 깨끗한 정치라는 국민의 요구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정치가 단 한 해도 정치자금 문제로 소란스럽지 않았던 때가 없었음을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흐르고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며 "이제 이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지역구도에 대해서도 "특히 선거에서 지역감정을 악용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중지를 모아 선거제도의 개선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17대 총선 후보자 선출은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열린우리당은 '국민참여경선의 경우 국민참여비율은 50% 이상으로 한다'는 당헌 규정에도 불구하고 17대 총선 출마자를 국민참여비율 100%인 완전참여경선으로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당내 영입인사의 출마와 경합지역 등 특이사항을 고려, 17대 총선에 한해서만 지역구 총수 30% 이내 지역구에 하향식 공천을 실시하도록 했다. 다만 중앙위원회 산하에 당내와 당외인사 동수로 구성된 20인 이하의 공천심사기구의 심의와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천정배 의원의 제안설명에 의해 상정된 당헌(안)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우리당은 또 논란이 됐던 기간당원의 자격과 관련 6개월 이상 당비납부 등을 명시하고 있는 당헌과는 달리 따로 당규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아, 향후 당규 제정과정에서 또 한번의 진통이 예상된다.
| | 김원기 의장의 '수난시대' |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기사수정 : 12일 오전 10시4분]
"열성지지자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김원기 우리당 공동의장은 몸이 성할 날이 없는 듯 보였다. 지구당 창당대회 대표연설로 목소리가 잠겨 정작 공식회의 진행에 차질을 겪는가 하면, 최근에는 과로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과로' 때문에 오전 회의에도 불참했었다.
이같은 징크스는 창당대회에도 이어졌다. 한 열성 지지자가 김 의장에게 허리를 숙이고 자료를 나눠주던 중, 자리에 앉으려던 김 의장의 눈과 허리를 펴고 일어나던 그의 뒤통수가 순간 부딪혔던 것. 때문에 김 의장의 왼쪽 눈은 퉁퉁 부어 올랐고, 급기야 안경으로 '응급처치'까지 해야 했다. 김원기 의장은 애초 자신이 명찰에 부딪힌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정말 아프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안경하나 사야겠네"라고 농담을 건네는 등 특유의 재치로 무안함을 달랬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YTN과의 인터뷰 도중에는 "액땜을 한 것 같다, 앞으로 우리당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며 우리당의 발전을 기원하는 말도 잊지 않아 주변사람들을 흐뭇하게 했다. | | | | |
"의장 선출을 반대합니다" 소리에 잠시 술렁
"제청있습니까" "반대합니다!"
성원보고 순서부터 순탄하게 진행되던 창당대회 본행사가 '중앙위원회 의장의 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소동이 발생해 잠시 멈춰섰다.
홍미영 대의원의 제안설명으로 김원기·이태일·이경숙 대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도록 한 '중앙위원회 의장 선출의 건'이 의안으로 상정되자, 행사장 한 켠에 앉아있던 한 당원이 '반대합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우재 임시의장은 개의치 않고 "제청있습니까"라며 대의원의 동의를 묻는 절차를 강행했으나, 이 당원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반대합니다"라는 말로 응수했다.
잠시 장내가 술렁거리기며 "누구야, 뭐하는 사람이야"라는 목소리가 청중들 사이에서 새어나왔지만, 이우재 임시의장은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이 의견을 묵살하고 '의장 선출의 건'을 대의원 절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처리했다.
'파워' 과시한 김근태 원내대표
김근태 원내대표가 모처럼만에 '파워'를 과시해 주목을 받았다. 좀처럼 '볼륨'을 높이지 않던 김 대표가 이날 창당대회에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굵은 톤으로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내 생각에 동의하면 박수를 보내달라"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신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참석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애초 행사 프로그램에는 김 대표의 인사말이 포함돼 있지 않았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마음을 모아서 열린우리당 파이팅을 외쳐보자. 선창하겠다, 여러분이 복창해 달라"는 말로 운을 뗐다. 참석자들의 복창을 확인한 김 대표는 "어제 한나라당은 이른바 터무니없는 특검법안을 통과시키는 정치적 폭거를 저질렀다"면서 "실제로는 대선자금 수사를 방해하는 물타기 수법이요, 내년까지 끌어가서 총선에 이용하고자 하는 정략특검을 벌이고 있다. 나는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이것이야말로 한나라당식 구태정치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이어 김 대표는 "왜 한나라당은 이렇게 구태정치를 밥먹듯이 할까요,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가관인 것은 군사독재의 후예인 한나라당과 한때 동지였던 민주당이 공조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구태정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주장이 맞으면 '옳소'라고 박수를 보내달라"며 청중들의 박수를 수차례 유도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이제 세번째 정치 기적을 이뤄내자"고 호소하면서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2002년 정권재창출, 2004년에는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고 과반수가 되는 또 한번의 정치혁명을 당원과 함께 국민과 함께 이뤄내자"고 권유해,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세례를 받았다.
| | 열린우리당 '제 살 깎기' 도전 | | | 창당대회서 10대 윤리강령 채택 | | | | 열린우리당이 '제 살 깎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깨끗한 정치 실천 윤리강령'을 채택하고, 깨끗한 정치, 생산적 정치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채택된 깨끗한 정치 실천 윤리강령에는 불체포 특권, 면책특권의 부당한 남용 금지, 주요 당직자 재산 공개 의무 등 의원과 당직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정당이 의원이 아닌 당직자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공적 의무를 회피해야 한다는 '직무관련 회피 의무, 직권 남용 및 이익취득 금지' 조항도 만들어,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못박아 놓았다.
서약문을 낭독한 배기선·고광순 대의원은 "우리당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높은 윤리적 품격과 도덕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면서 "구성원 모두가 이 윤리강령을 솔선수범하여 준수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다짐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열린우리당이 채택한 윤리강령 10개항이다.
▲투명한 회계 감사 및 공개 의무 ▲후원금 내역 공개 및 정치자금 통합관리 의무 ▲수입 지출시 실명 사용 및 증빙서류 첨부 의무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부당한 남용 금지 ▲접대·금품·특혜 요구 및 제공 금지 ▲직무관련 회피 의무, 직권 남용 및 이익취득 금지 ▲공정선거 및 경선결과 승복 ▲당직자 재산공개 의무 ▲당비납부의 의무 ▲윤리강령 준수 의무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