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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 회원들과 자녀들
안양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 회원들과 자녀들
'나도 굴렁쇠' 합창 때 무대 위에서는 유아들 특유의 장난끼와 자유분방함이 표출되었다. 초등학교 1~3학년생들이 출연한 막대인형극 '재주꾼 육 형제'는 어머니 회원들이 직접 연출하며 병풍 뒤에서 소품을 챙기랴, 마이크를 대주랴 정신이 없었다.

또랑또랑하게 해설과 성대모사를 하는 9명의 아이들은 모두가 베테랑 탤런트였다. 코믹 대사로 '에이''딸깍' 이 반복될 때마다 유아들은 따라 흉내내며 재미있어 했다.

"딱지치기 할 줄 아는 사람? 여러분은 문방구에서 알록달록한 딱지를 사지요. 우리 부모님 때는 공책이나 신문지, 헌책으로 직접 접어서 만들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부르는 '딱지 따먹기' 노래의 의미가 새로웠다.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자리가 없어 무대 앞자리에 올망졸망 쪼그리고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티없이 밝고 앙증스럽기만 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잡고 2부 행사장인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체험학습 때 엄마와 함께 만든 도자기와 인형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일행을 환영하고 있었다.

유아들은 엄마와 '나뭇잎 염색하기와 나무 목걸이, 액자 만들기'를 그룹 별로 체험했다. 나뭇잎 염색하기는 나뭇잎을 손수건에 넣고 수저나 돌멩이로 두드려서 무늬를 찍어내는 것이었다. 아빠는 나뭇잎을 따오고 아이랑 엄마는 두드리는 소리에 그저 신명이 났다.

나뭇잎 문향을 손수건에 새기기
나뭇잎 문향을 손수건에 새기기
꽝꽝 콩닥콩닥... 추수 때 콩 타작 소리처럼 정겹다. 이내 선명하게 나뭇잎 무늬가 드러나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액자 만들기는 수목원에서 체험학습 때 엄마랑 아이들이 주워온 솔방울과 나무버급·상수리 깍지·밤송이·열매들이다. 이 재료들을 판넬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배열하고 풀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목에 걸고 다니는 나무 목걸이 행사를 끝으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안양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좋은 책을 선정해 주고 어린이의 삶을 바르게 가꾸기 위해 '소금항아리'란 이름으로 1996년 6월 호계 도서관에서 발족했다.

평촌도서관이 개원하며 호계팀의 도움으로 생겨나게 된, 활동이 활발한 이 모임은 현재 75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호계회장(양미경 38세)과 평촌회장(문명란 41세) 중심으로 모였으나 금년 6월 안양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으로 통합되었다.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옛이야기 분과·그림책 분과·우리창작 분과·청소년 분과로 나누어져 소속 분과별로 모여 자료를 조사하고 집에서 읽고 온 책에 대해 토론하고 비평도 하며 상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독서강좌·독서자료전시·전래동요부르기·인형공연·작가와의 만남·강강수월래·회원 자녀대상의 품앗이 독서지도가 주된 활동이다. 여름에는 가족 연수의 일환으로 갯벌탐사와 겨울에는 썰매타기(백운호수 주변)와 연날리기로 아빠들까지 참여하게 되며 이해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행사 때 책상 등을 운반해 주는 아빠들은 이 모임에서 이젠 없어서는 안될, 새로운 협력자로 떠올랐다.

양 회장은 "큰 아이 학습지 선생님에게서 이 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둘째 딸을 포대기 둘러 업고 다녔으니 이 모임과 함께 초등학생인 딸애가 성장한 거지요. 처음엔 내 아이만 생각하고 그저, 글쓰기나 하려고 입회했는데 아이가 자람에 따라 이젠 오히려 내가 설 자리가 확보된 셈이지요"하고 말한다.

"처음엔 내 아이만 생각하고 오지만 모임에 동화되면서부터는 주변 아이들이 잘 되어야 한다는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 아이'로 생각이 바뀌게 돼요" 하고 평촌팀의 문 회장은 말한다.

한 회원은 "집중적으로 공부시키려던 어머니들의 욕심이 없어지고, 아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공부하게 되니 오히려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더라고요"하고 자랑한다.

회원들은 정기모임 때 마시는 차 한 잔도 스스로 컵을 준비해 올만큼 환경을 사랑하고 매사 아이들에게 본이 되도록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 회원들이 모일 때마다 아이들을 동반하기에 종종 시끄럽고 산만한 것쯤은 서로 감수한다. 집에서 아이들의 먹거리나 장난감을 가져오고, 찐 고구마로 정을 나누다보면 아이들도 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 우리 모임은 태교에는 최고일거예요. 지금도 2명의 임산부가 있어요. 지난 해 3명 회원에 이어 금년에는 두 회원이 이미 출산을 했지만, 하나같이 산후 조리만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오는 모임이지요."

"정보만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진 재능을 베풀고 나눠주겠다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요"라며 회원들은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임일 거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모임에 참여하다보면 나름대로 전문가가 된다. 자원봉사센타의 연계로 일부는 호성중학교 특수반에서 금년 4월부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회원 중에는 어린이 연구소나 전문서점의 요청으로 독서지도를 하는 회원들도 늘고 있다.

"처음엔 특수아동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선생님 왜 안 오셨어요'하고 사정이 있어 빠지기라도 하면 묻는 이 애들은 표현이 어눌하고 우리 아이보다 덩치만 클 뿐 모두가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요."

티없이 밝은 꿈나무들과 눈 높이를 함께 하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어머니들의 이 모임은 매년 5월에 8주의 신입교육이 있다. 이 교육을 3분의 1 이수한 안양에 거주하는 어른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회원들은 동화를 읽으며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풍요로운 삶과 아이들의 행복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까지 생기게 된다고 한다. 안양에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이 작은 씨앗으로 움터 안양이 행복한 동화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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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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