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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곤의 선물> 홍보용 포스터
연극 <고곤의 선물> 홍보용 포스터 ⓒ 극단 실험극장
이에 오는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고곤의 선물>은 피터 쉐퍼의 연극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무대는 피터 쉐퍼의 신작을 국내에서 초연한다는 점에서 주변의 관심이 높은 편.

극단 실험극장에서 기획하고 정동환, 예수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2000년 올해의 연극상을 수상한 성준현이 연출을 맡았다. 실험극장은 이미 피터 쉐퍼의 또 다른 작품 <에쿠우스>를 성황리에 마친 바 있다.

피터 쉐퍼 연극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적인 대사들,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인 대사와 잘 짜여진 구성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연극은 인간의 도덕 관습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해 준다. 복수가 곧 인간을 성숙시키는 근본이라고 믿는 극작가와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 관념들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는 그의 아내.

이들의 대립과 갈등은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측면이기도 하다. 우리는 끊임없는 도덕 관념에 짓눌려 있지만 한편으로는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그 양면적 모습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탁월한 구성력을 통한 탄탄한 사건 전개

연극 <고곤의 선물>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을 취한다. 주된 이야기는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의 아들이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해 새어머니이자 에드워드의 오랜 동안의 아내였던 헬렌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헬렌의 입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회상하는 아들은 아버지의 희곡을 연구하여 발표하는 교수이다. 헬렌과 에드워드의 아들 필립, 이 두 사람은 삼십여 년의 세월 간 서로 만나본 적조차 없지만, 에드워드에 대한 추억을 함께 더듬어 간다.

극작가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 헬렌
극작가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 헬렌 ⓒ 극단 실험극장
헬렌의 과거 회상을 통한 극작가로서의 에드워드의 삶과 헬렌의 모습은 바로 이 연극의 핵심 부분이다. 이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극작가로서의 자신의 고뇌,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제시한다.

헬렌은 핍립에게 에드워드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 희곡 작업, 마지막으로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 준다. 그 이야기는 연극 속의 내부 이야기가 되어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이들의 삶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희곡을 창작하고 공연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복수와 피를 통해 정화된다고 믿는 에드워드의 희곡을 헬렌이 수정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증폭된다. 연극의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이 둘이 창작한 희곡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작품의 장면들은 무대에서 극중 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연극은 과연 죽었는가

작품의 마지막에서 창작 활동에 절망한 에드워드는 "연극은 죽었어!"라는 절규를 외친다. 작가 피터 쉐퍼가 고민하는 극작가로서의 삶과 연극의 역할에 대한 번뇌가 에드워드의 대사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에드워드의 아들 필립
에드워드의 아들 필립 ⓒ 극단 실험극장
이 연극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연극이 가야할 방향은 어디일까? 관객들과 작가가 추구하는 공통적인 연극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매스 미디어가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연극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할 것인가?

이 연극에서 던져 주는 많은 철학적 메시지들을 관객들이 감동적으로 느끼고 박수를 보낼 수 있다면, 현대 연극은 죽은 게 아니다. 잘 짜여진 구성력과 탄탄하고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성숙된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이 바탕이 될 때, 연극은 우리 삶 속에 녹녹히 녹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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