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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9인모임은 24일 오후 국회로 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 교수, 살람 이라크 영자지 기자, 야말 후세인 13세 소녀를 초청해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9인모임은 24일 오후 국회로 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 교수, 살람 이라크 영자지 기자, 야말 후세인 13세 소녀를 초청해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UN군과 함께라면 재건과정까지만 유지할 수 있는 부대는 환영한다."(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훈련지도나 재건이라면, 강제 점령의 이유가 없다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살람 아바스마흐드 이라크 투데이 기자)
"한국군이 오는 것은 환영한다. 다만 이라크군을 지도하고 계몽하기 위해 왔으면 좋겠다."(아말 후세인양)


다양한 민족과 종파로 나뉘어진 이라크. 현지 이라크인들은 한국군의 파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의외로 이라크인들은 재건과 안정을 위해 한국군의 파병을 기대하고 있었다. 종파나 입장에 따라 기대하는 부대의 성격과 규모는 달랐지만, 이라크 평화와 재건이라는 목적과 한정된 주둔기간, UN의 주도 등이 전제된다면 무작위 테러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견해를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송영길, 임종석, 김영춘 등 열린우리당 소속 초선의원 9인 모임과 이라크전 당시 '인간방패'를 자임하며 현지에 남아 반전운동을 펼쳤던 한상진씨는 24일 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과 살람 아바스마흐드 이라크 투데이 기자, 아말 후세인(13세)양 등 이라크인 3명을 국회로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라크는 안정을 희구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라크의 안정과 재건을 위한 UN 주도의 한국군 파병은 이라크인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견해에 대해 이들 이라크인을 초청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시아파 무슬림이자 이라크판 안네의 일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말양은 "내 생각으로 한국군이 오는 것은 환영할 것"이라며 "이라크군을 훈련시켜 대(對)테러공격을 방지시킬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시아파는 알려진 바와 같이 수니파 계열인 사담 후세인의 '철권통치'에 억압받아 온 종파이다.

수니파인 살람 기자는 "이라크는 경제봉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재건을 위한 지원은 좋아하지만 전쟁과 관련된 이미지는 싫어한다"며 재건부대 성격의 파병을 조심스레 기대했다. 이어 그는 "훈련지도나 재건이라면, 강제점령의 이유가 없다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말양의 견해에 동감을 표했다.

다만 살람 기자는 "한국사람들이 이라크에서 환영을 받고, 이라크인이 한국에서 환영을 받지만 (이라크에 올) 한국사람이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전투병의 파병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리야드 교수는 UN 평화유지군의 성격이 아니라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야드 교수는 "만약 꼭 필요한 경우라면, 필수불가결한 이유로 이라크에 머물게 된다면 주둔 방법은 UN 통치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UN소속 한국군이 올 지라도 파병기간이나 규모가 한정적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국군의 파병문제와는 달리 점령군인 미국에 대해서는 반미감정의 일단을 드러내며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아말양은 "이라크 전쟁이 해방을 위한 전쟁이라고 알고 있지만 파괴를 위한 전쟁이었다"며 따라서 미국의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살람 기자의 표현은 조금더 적나라했다. 그는 "미군이 들어온 목적은 석유 확보 때문"이라고 꼬집은 뒤 "전쟁을 하는 16일 동안 미국은 5000배럴에 달하는 석유를 터키를 통해 훔쳐갔다"는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또 "후세인이 유일한 대통령이면서 안정을 이루게 된 때가 지금보다는 낫다"고 평가하면서 "후세인 시절에 민주주의는 없었고 언론의 자유도 없었지만 미군이 점령중인 현재도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미국의 이라크 민주화론을 반박했다.

하지만 리야드 교수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가면서 "어떤 군이 들어오더라도 UN 산하에 있어야 하지 그것이 아니면 반대한다"는 말로 미군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아말 양은 "한국군이 평화유지군으로 와주기를 바라지만, 어떤 형태의 외국군도 무작위 테러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아말 양은 "한국군이 평화유지군으로 와주기를 바라지만, 어떤 형태의 외국군도 무작위 테러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초청된 이라크인 세명의 인사말이다.

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먼 곳까지 오는데 책임져주고 환영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정당 대표로 온 사람도 아니고 국정기구를 대표해서 온 사람도 아니다. 교수와 기자 신분으로 학생의 신분으로 자유롭게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왔다. 현재 이라크가 외국군의 점령하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게 말을 하겠다.

이라크 미디어는 정치적 불안과 공백, 외국군의 공격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의 외국군의 점령군 통치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꼭 필요한 경우라면, 필수불가결한 이유로 이라크에 머물게 된다면 주둔 방법은 UN 통치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살람 아바스마흐드 이라크 투데이 기자

"한국국민과 반겨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것을 보면서 푸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사람들이 이라크에서 환영을 받고, 이라크인이 한국에서 환영을 받지만 한국사람이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이라크는 경제봉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재건을 위한 지원은 좋아하지만 전쟁과 관련한 이미지는 싫어한다. 한국이 이라크전 후, 미국이 파괴한 부분을 재건하기 위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이라크에 와서 재건하고 민주화시키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약속과는 달리 민간인을 죽이고 파괴하고 있다. 재건하지는 않는다. 이라크인이 집에 있는데도 공격을 받고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라크인은 현재 갇혀 있는 상태와 같다. 한국인들이 더 많이 미소를 지어주길 바란다."

아말 후세인(13세)양

"우선 한국에 감사드린다. 나는 학생신분으로 여기에 왔다. 이라크의 안정을 희망하고 바라는데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라크 국민은 평화를 바라는 국민이고 전쟁을 싫어하는 국민이다.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 나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 생각으로 한국군이 오는 것은 환영한다. 다만 이라크군을 지도하고 계몽하기 위해 왔으면 좋겠다. 한국군이 와서 안정을 지켜줬으면 한다. 이라크군을 훈련시켜 대(對)테러공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줬으면 좋겠다. 훈련을 시켜주는 목적이라면 행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병이 아니라 평화유지군으로 와 주길 바란다."

살람 기자는 "한국 파병부대가 강제점령의 의사가 없이 훈련지도나 재건의 목적으로 온다면, (테러위협없이)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살람 기자는 "한국 파병부대가 강제점령의 의사가 없이 훈련지도나 재건의 목적으로 온다면, (테러위협없이)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훈련부대가 재건부대가 아닌 치안부대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리야드 교수 "아말이 얘기하는 재건과 훈련을 같이 하는 부대를 말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어떤 군이 들어오더라도 UN 산하에 있어야 하지 그것이 아니면 반대한다. UN군과 함께라면 재건 과정까지만 유지할 수 있는 부대는 환영한다. UN소속 한국군이 올 지라도 파병기간이나 규모가 한정적이어야 한다."

- 아말양은 전쟁기간 중 일기를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어떤 내용을 썼는지 소개해 달라.
아말 "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이라크 전쟁이 해방을 위한 전쟁이라고 알고 있지만 파괴를 위한 전쟁이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미군이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이 계기가 일기를 쓰게됐다. 전쟁이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5∼6세 아이를 죽인다든지, (미군은) 재건이 아니라 파괴를 했기 때문이다. 일기의 내용은 미군의 파괴전쟁에 대한 얘기들이다."

- 재건부대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국회조사단이 호텔에서 머물다 피격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 내부 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리야드 교수 "현재 이라크에는 안전이라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UN에 소속된 군대라면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국민은 외국군도 UN 소속군도 환영하지 않는다. 자주 독립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외국인이 존재할 것이라면 UN의 통치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것도 한정된 기간동안에만 참여해야 한다. 이라크 국민은 평화를 바라고 있다."

- 두가지를 묻겠다. 한가지는 지금 계신 세분이 이라크 일반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것인지, 다른 한가지는 재건부대가 간다고 할 때 내부 무장세력들이 한국군을 테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지이다.
살람 기자 "우선 우리 세명이 이라크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말은 시아파이고 살람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리야드 교수는 정치학 교수이다. 현재 우리들은 어떤 정당과도 연루돼 있지 않다. 정당은 미국의 지도를 받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정당에 소속돼 있다면 미국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미군이 벌이고 있는 전쟁 형태는 일반인의 주거지를 점령해 기거하는 형태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테러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만약 한국군이 이라크에 가서 주거지에 모여 살면 어떤 식으로든 이라크는 저항을 할 것이다. 훈련지도나 재건이라면, 강제 점령의 이유가 없다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는 이란과 미국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민간인도 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종종 나오는 뉴스이지만 어린아이들이 집 뒤에서 폭탄을 가지고 노는 장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기가 널려있는데 테러리스트를 보면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 학생들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리야드 교수 "살람 기자와 의견이 다르다. 우리가 이라크 대표로 온 것은 아니다. 단지 이라크의 여론을 알고 있어 전해줄 수 있을 뿐이다. 이라크는 현재 외국군의 주둔을 환영하지 않는다. UN군이라도 장기적이 아닌 한정적 주둔을 바란다. 살람 기자와 다른 게 모든 정당이 미국편은 아니다. 이라크 내 정당에 친미 정당도 있지만 민족주의적 정당도 있다."

아말 "살람 기자와 다른게 어떤 형태의 외국군이라도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대상이 아니라 무작위 테러이기 때문이다."

- 미국은 이라크에서 후세인을 몰라냈다고 하고 있다. 이를 환영하는가. 그리고 미국이 민주정부를 세우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가.
살람 기자 "미국인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이유는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함이 아니고 이권이 많은 이라크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미군이 들어온 목적은 석유 확보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전쟁을 하는 16일 동안 5000배럴에 달하는 석유를 터키를 통해 훔쳐갔다.

후세인이 철권통치를 하면서 인심을 잃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환영을 받았다. 후세인이 유일한 대통령이면서 안정을 이루게 된 때가 지금보다는 낫다. 현재 이라크에는 25명의 대표자가 있다. 25명의 대통령이 있는 셈이다. 후세인 시절에 민주주의는 없었고 언론의 자유도 없었는데, 미국이 점령중인 현재도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미군 탱크가 승용차를 덮쳐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미군은 보도를 금지시켰다. 이 사건을 내가 취재했는데 미 탱크가 사람을 죽인 장면을 목격하고 취재한 나를 비롯해 사진기자, 심지어 택시기사까지 구속됐다. 그때 찍은 사진과 보도물을 미국이 가져갔다."

- UN 지도하의 군대는 괜찮다고 했지 않나. 평화유지군을 말하는가 아니면 다국적군을 말하는가. 그리고 평화유지군 구성을 위한 별도의 UN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리야드 교수 "UN이 재건과 선거, 정부를 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한국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리야드 교수 "유감스럽지만 바그다드 호텔을 향한 당시 공격은 한국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호텔과 외국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라크 현지 민간인도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리야드 교수는 간담회에서 "UN소속 한국군이 온다면 파병기간이나 규모가 한정적이며, 재건부대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리야드 교수는 간담회에서 "UN소속 한국군이 온다면 파병기간이나 규모가 한정적이며, 재건부대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라크인 3명 어떻게 초청됐나
송영길 의원이 '인간방패' 한상진씨에 요청

24일 국회에 초청된 이라크인 3명은 열린우리당 소속 초선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특히 송영길 의원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이라크인들의 초청 간담회는 이미 3주전께부터 준비됐다. 이라크 파병이 한국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혜롭게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현지인의 목소리를 직접 국민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송영길 의원은 국회조사단으로 파견되기에 앞서 이라크전 당시 반전운동을 벌이며 '인간방패' 활동을 한 바 있는 한상진씨와 접촉했다. 송 의원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한씨에게 이라크인 섭외를 부탁했고, 한씨는 이를 위해 25일전 이라크에 입국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군의 모술 지역 파병이 유력한 때여서 송 의원은 한씨에게 모술 시장을 모셔와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사를 초청해 달라는 송 의원의 요청을 받고 바그다드 대학교 총장, 하킴당 고위관계자, 바그다드시 자문위원장을 집적 만나 방한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라크내 고위급 인사는 미국의 허락없이 출국이 불가능해 결국 방한이 무산됐다고 한씨는 전했다.

한씨는 초청 경과를 설명하면서 "요르단으로 빠져나오는데 내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출국이 쉽지 않았다"면서 "다시 바그다드로 돌아가 비자를 발급받은 뒤에야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그간의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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