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
홀로 되어 떠나는 여행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낯선 이국의 거리를 홀로 헤맨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할 때,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이러한 두려움과 대결할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홀로 여행을 나선다.
동반자와 함께, 혹은 그룹으로 몰려다니는 패키지족들은 대부분 혼자 다니는 배낭족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실제로 혼자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혼자 길을 나서지 않고 부러워하기만 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혼자'이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 몸이 아프거나 유레일 패스, 여권, 돈 따위를 잃어버리는 위급상황이 닥치면 동반자가 간절히 그리울 수밖에 없다. 또 동반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분담해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모두 혼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소요된다. 게다가 아름다운 풍경이나 건축물을 감상할 때 옆자리에서 맞장구를 쳐줄 상대가 없다는 건 정말 맥 빠지는 일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내게도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유레일 예약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유스호스텔은 잘 잡을 수 있을까. 집요하게 따라오는 집시나 노숙자를 따돌리려고 할 때도 혼자라는 건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빵과 콜라를 먹을 때는 외로움까지 밀려왔다.
어깨에 둘러멘 배낭보다 '혼자라는 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차역에서, 메트로(지하철)에서, 관광지에서 시선을 돌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쌍쌍의 동반자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하지만 부러움과 두려움의 단계를 벗어나자 조금씩 외로움과 두려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혼자인 상황을 즐기기 위한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노트에 잡문을 끄적이거나 엽서를 썼고, 기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다. 운좋게 같은 목적지를 가진 솔로(?) 배낭여행족을 만나기도 했다.
혼자 모든 일처리를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여행에 대해서 폭넓은 시야와 정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친 일상과 수많은 말들에 시달려 잊혀졌던, 깊이 있는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색은 여행 이전의 삶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내게 제공했고, 여행 이후의 삶에 새롭게 도전할 용기를 선사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혼자'떠나는 여행이 최고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있다면, 무엇보다 마음 에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라고 권해주고 싶다.
유레일 시간표를 보지 못하거나,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된다. 체력이 약하거나 겁이 많아도 괜찮다. 그밖에도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이 의미있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장애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장애 요인이 없다면, 길 위에서 느끼는 작은 발견들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혼자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다.
여행은 비오는 날의 와이퍼, 고해성사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 왜 여행에 중독되는지 알게 되었다. 2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이국 땅을 헤매며, 콜라와 바게뜨 빵으로 버티면서도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기차의 창문 너머로 이국의 들판이 스쳐 지나가고 텅 빈 열차 안에 정적이 감돌면 나는 '여행의 마법'에 걸렸다.
그 마법 속엔 신비한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은 부족한 내 내면을, 한국에서의 내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저지른 나의 실수들이 파노라마처럼 거울 위에 떠올랐다. 나는 하나씩 기억의 창고에서 나의 실수를 꺼내어 봤다. 그리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다짐했다.
여행은 마치 고해성사 같다. 자신의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비는 고해성사처럼 여행은 나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비로소 내가 보였다. 그렇게 답답하고 짜증나게만 느껴졌던 일상들이 소중하게 내 맘에 와닿았다. 어느 것 하나 눈물 나지 않는 것이 없었고,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었다. 일상 속에선 늘 다른 사람에게 불평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여행 중엔 오로지 나의 실수와 나의 이기심에 대해서만 떠올랐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혹시 <사랑과 영혼>(원제: Ghost)이란 영화를 아시는지. 영화에선 죽음을 맞은 패트릭 스웨이지의 영혼이 시체가 된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나는 여행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자 내 영혼과 정신의 상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내가 지쳐있었구나. 내가 너무 긴장하고, 웅크리고 있었구나.'
여행은 마치 비오는 날, 유리창을 닦아내는 자동차의 와이퍼 같다. 와이퍼가 흐린 전방의 시야를 확보해 주듯이 나는 내 길을 굳건히 가리라 길 위에서 다짐했다. 내가 새로워진 만큼 힘차게 달려나가리라 다짐했다.
여행은 참 좋다. 만약 여러분의 영혼이 미로에 갇힌 실험용 생쥐처럼 느껴진다면, 절망의 낭떠러지로 하강 중이라면 여행을 권하고 싶다. 여행은 틀림없이 새로운 활기를 선사할 것이다. 과감하게 일상을 떠나 먼 길을 가자.
| | 배낭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낭' | | | 짐은 이렇게 싸야 편하다 | | | | 배낭여행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누가 뭐래도 바로 배낭(!)이다. 잦은 이동을 고려해보면 금방 그 답이 나온다. 일단 배낭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깨에 둘러메는 배낭과 바퀴가 달린 가방.
배낭은 항상 메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육체 피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다이어트와 체력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배낭을 고를 때는 어깨 끈이 튼튼한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면 배낭에 많은 주머니가 달린 게 좋다.
바퀴가 달린 가방은 평지의 이동에는 용이하지만 계단이 나오면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번쩍 가방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계단마저도 바퀴로 밀어 부치는 배낭 여행족도 봤지만. 바퀴가 달린 가방을 택했다면 바퀴가 아주 튼튼한 걸 골라야 한다.
가방을 골랐다면 이제 짐을 싸보자. 배낭여행족이 가장 많이 하는 미련한 짓이 옷을 잔뜩 넣어가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옷은 절대로 가져가지 말자. 각자 취향이 있을 테니 정확한 수치는 말하지 않겠다. 유스호스텔에서도 간단한 빨래는 할 수 있다. 늘 한 벌은 입고 한 벌은 말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속옷과 양말은 옷가지의 1.5배 정도면 충분하다.
세면도구 역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비누, 샴푸, 린스, 바디로션, 스킨, 로션, 치약, 칫솔, 면도기 ….. 여행을 하면서 세면도구도 무척 종류가 다양하다 걸 알았다. 샴푸와 린스 같은 경우엔 작은 용기에 넣어가는 것이 편하고, 1회용을 사용하면 쓰고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좋다.
배낭여행에서 배낭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신발이다. 신발은 발에 꼭 맞는 것을 신어야 한다. 발이 신발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걷는 데 더욱 큰 피로가 따른다. 따라서 신발은 무조건 운동화를 권한다. 여름일 경우, 운동화가 답답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발이 시원한 것보다 발이 편하게 우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발은 가볍고, 발바닥 있는 부분이 푹신한 게 좋다. 그리고 절대 새 신발을 사가지는 말자. 새 신발은 길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발을 상하게 할 염려가 있다.
화장품은 견본으로 주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여름에 떠나는 거라면 유럽의 강력한 햇살에 대비하여 썬크림과 챙 넓은 모자, 선글래스를 준비해야 한다.
짐이 어느 정도 꾸려졌으면 작은 물품들을 챙겨보자. 우선 스위스 아미칼을 챙겨야 한다. 다용도로 쓸 수 있게 제작된 이 칼은 정말 맥가이버 칼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다용도로 쓸 수 있다. 병 마개를 따거나 과일, 치즈를 자르거나….
다음 품목은 사진기. 물론 대다수 배낭 여행족이 자동카메라를 선호하겠지만, 가능하면 수동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의 사용을 적극 권한다. 아무래도 자동카메라로는 잡을 수 없는 풍경들이 있기 때문이다. 꼭 챙겨야 할 것은 필름이다. 유럽은 필름 값이 대단히 비싸기 때문에 반드시 충분한 필름을 사가지고 가야 한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5개짜리 필름을 더욱 싸게 살 수 있다. 참고로 나는 40일이 넘는 여행 기간 중 필름 20통을 사가지고 갔다.
디지털카메라는 용량이 다 차면 인터넷 카페에서 CD로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카메라 이용자들은 공CD도 한 장 가져가는 게 좋다. 누군가 말했다. 세월이 지나면 남는 건 사람과 사진 밖에 없다고. 맞는 말이다.
그 다음 품목은 비닐봉지. 여행을 하다 보면 비닐봉지를 챙길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지만 미리 챙겨두는 게 좋다. 물 묻은 세면도구나 수영복, 입은 빨래와 입지 않은 빨래 같이 여러 용도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비상약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종합병원을 만들 정도는 필요 없다. 증상에 맞추어 3~4알 정도면 충분하다. 밴드와 연고도 챙겨두면 좋다. 비상약은 나에게도 필요하지만 다른 여행자가 아플 때, 건네주면 한방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귀중한 재산도 된다.
라면과 햇반을 비롯한 각종 먹거리를 잔뜩 가지고 오는 분들이 있다. 취향 문제지만 너무 많은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게 좋다. 나는 고추장 하나와 멸치 조금으로 연명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은 분들은 모른다. 고추장에 찍어 먹는 멸치가 얼마나 달콤한지.
마지막으로 명심, 또 명심하자. 짐은 줄일수록 좋다. 절대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여행을 떠나지 말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자. / 김태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