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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국회비준으로 격한 대립을 보였던 정부-농민단체가 이번엔 '119조 투융자계획'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FTA국회비준으로 격한 대립을 보였던 정부-농민단체가 이번엔 '119조 투융자계획'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119조원으로 농업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것은 FTA 국회비준을 위한 사탕발림이다."
"119조원은 백지수표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모자란 부분은 채워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백지수표? 그것봐라, 정부는 대책을 세운다면서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계획도 없다."


지난 26일 전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농민과 농림부 관계자에 사이에 오간 언쟁이다.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놓고 화염병 시위가 재연될 정도로 격렬한 마찰을 빚어왔던 농민단체와 정부가 또 다시 '농업·농촌 종합대책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노무현 대통령은 "농업 발전과 농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향후 10년간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간 119조원 규모의 농업·농촌 투융자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우선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투자할 51조원규모의 예산을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안에 반영해 농업발전에 투자할 방침이다.

"119조원, 10년간 농림예산 합하면 그 돈"

농림부는 '농업·농촌 종합대책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지난 24일 경기도 토론회를 시작으로 9개 도시를 순회하며 지역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농민단체, 학계 등의 입장과 의견을 수렴해 대책안을 최종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의 전국 순회토론회는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25일 강원도 토론회, 28일 제주도 토론회 등 5곳의 토론회가 농민단체들의 장소 점거 농성으로 무산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안과 119조원 투융자 계획이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강행하려는 명분쌓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소위 '119조 투융자 계획'은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한·칠레 FTA를 무리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급조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전남도청 대회의실에서 가질 예정이던 전남지역 순회 토론회 역시 '광주전남 농민연대의(이하 농민연대)' 회원 50여명의 농민들이 토론회 단상을 점거, 침묵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농민연대는 "119조 투융자 계획은 별도의 사업비로 편성된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농림예산을 모두 합한 것"이라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농림예산 10%확보' 하겠다고 한 대선공약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년부터 당장 시행한다면서 정기국회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재원마련방안조차 분명치 않다"며 "농업정책의 핵심은 식량자급인데도 계획안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선호 농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토론회가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투융자 계획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밀어붙이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설명회'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또 김광옥 농민연대 공동대표는 "5000년 역사이래 농업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숱하게 정부에 농업정책의 잘못된 것들을 제기해 왔다"면서 "설명회는 진정한 농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하나의 요식행위 일 뿐"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119조원, 아직 결정안된 '백지수표'"

지난 25일 열린 예정이었던 농림부 전국 순회토론회가 농민들의 토론회장 점거로 무산됐다.
지난 25일 열린 예정이었던 농림부 전국 순회토론회가 농민들의 토론회장 점거로 무산됐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어 김 공동대표는 "우리와 합의해서 추진하겠다지만, 119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또 5년 동안에 51조원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그 이후 어떻게 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없지 않나?"라며 "먼저 분명한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현출 농림부 농업정보통계국장은 "119조원이라는 규모는 연말까지 확정할 계획이고 부족한 부분은 토론을 통해서 채워나가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백지수표'" 라 말하고 "농민단체들이 투쟁과 정책을 분리해서 했으면 좋겠다. 토론회를 통해서 요구를 담아낼 것"을 제안했다.

또 박 국장은 "상반기 5년 동안에 투자될 51조원은 올 연말 기획예산처가 마련할 중기재정계획에 포함시키기로 관계부처 협의가 끝났다"면서 "하반기 5년 동안에 투자될 농업예산을 매년 7.8%씩 예산을 늘려가면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119조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박 국장은 "119조원은 큰 약속이다"고 일축하고 "일반예산보다 농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이고 일반예산의 경우 3%∼5% 증가하지만 농업예산은 그 두배씩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박 국장은 종합대책안 발표 시기에 대해 "이번 대책은 DDA(도하개발아젠다)와 FTA(자유무역협정) 등 농업개방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준비해 왔던 계획이다"면서 "우연히 한·칠레 국회비준 시기가 같았을 뿐이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농민연대는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9일 전국농민대회 집회와 관련 광주전남지역 구속자 3명에 대해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농민연대는 "구속 농민의 즉각 석방과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범국민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지역의 실제적인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 지역순회 토론회의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농민연대는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부채경감법, 농특세법 등은 당면한 농업문제를 해결하는데 당연히 시행돼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는 한·칠레 FTA 국회비준 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식량자급형, 소득보장형, 지속가능형, 통일대비형 농업정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119조원 투자, 큰 선물...토론통해서 구체안 말들 것"
[인터뷰] 박현출 농림부 농업정보통계국장

ⓒ오마이뉴스 강성관
- 정부의 대책안이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119조원 투융자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다. 연말까지 확정해서 실시하겠다는 것이고 현재까지는그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백지수표'다. 논의하기에 따라 예산규모와 사용처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하는데 막무가내로 FTA와 연계해서 막고 있다. 투쟁과 정책문제는 분리해서 했으면 한다. 백지수표 상태에서 논의를 통해 채워가자는 것이다."

- 5년 동안의 재원은 중기재정계획에 포함시킨다고 했다. 이후 재원조달에 문제가 없나.
"재원조달 문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 두 단계로 투자가 이뤄진다. 상반기 5년 동안 투자될 51조원은 금년말 예산처의 중기재정계획에 포함될 것이다. 공식 발표는 아닌데 관계부처와 이미 합의했다. 불신하기로 하면 한도없다. 나머지 재원도 가능하다."

-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2003년 투융자 규모는 7조 7000억원 이다. 현재의 예산규모를 매년 7.8%씩 늘리면 10년간 총계가 그렇게 된다. 119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예산의 평균 증가율을 2%∼3%로 상정할 때 농업부분 예산은 그 2배 이상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이다. 발표하고 안하면 농민단체가 항의하면 된다."

- 농민들은 이미 투자되고 있는 농림예산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119조원은 큰 의미다. 이미 말했지만 매년 7.8%씩 예산을 올리는데 이는 평균예산 증가율이 3%∼5%로 그 증가율이 2배 수준이다.
현재 GDP에서 농업분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4%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농업의 위치에 비춰봤을 때 정부로서는 상당한 투자다."

- 한·칠레 FTA 국회비준 시점에서 발표돼 의심을 받고 있다.
" 이번 대책은 DDA와 FTA 등 개방 충격을 최소화하고 (농업이) 살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준비해 왔던 것이다. 금년말 WTO협상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견해서 이 시기에 맞춰 준비해 왔다. 우연히 한·칠레 FTA 국회비준 시점과 겹쳤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 노력해서 채워야한다. 농민들이 충분한 이해를 가질 상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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