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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6주기 추모제는 10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16주기 추모제는 10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서상일
대책위 신성국 부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서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KAL 858기 실종사건은 분단조국의 총체적인 모순이 빚어낸 비극"이라며 "과거 암흑시대 불신의 시대를 청산하고 통일시대 광명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상임대표는 "어둠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6년간 그 모진 간난의 세월을 견뎌온 가족들의 애끓는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처음 우리가 기대했던 '노짱'의 자세로 돌아와 그동안 왜곡되고 꺾여진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오늘은 우리 남편 아들 딸들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져 돌아오지 못한 지 16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지난 16년 동안 거짓과 허구에 맞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너무도 외롭고 처연했다"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흐르는 눈물.. 이날 추모제에는 민족춤패 '출'의 추모굿이 펼쳐졌다
흐르는 눈물.. 이날 추모제에는 민족춤패 '출'의 추모굿이 펼쳐졌다 ⓒ 서상일
차 회장은 "그러나 슬픔과 분노의 세월 속에서도 진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으며, 지금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침묵의 바다를 건넜다는 믿음이 생긴다"며 "너무나도 평범한 진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의 흐느낌 속에서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는 국내 언론 외에도 아사히TV 등 일본 언론과 3년간 김현희의 궤적을 따라 추적한 현장 답사 리포터 <파괴공작>을 펴낸 일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다 미네오(58)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지내온 지난 16년의 역사는 슬픔의 연속이었지만 그 슬픔의 계절은 곧 끝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면서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해 어두운 과거를 없애버리려는 새로운 흐름, 새로운 계절이 지금 한국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 ⓒ 서상일
노다 미네오는 "한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흐름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 세력이 아무리 강건한 것이라 해도 결코 새로운 흐름, 새로운 계절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다 미네오는 또 "이제 어두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가족들의 슬픔을 날려버려야 하며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KAL 858기 사건에 대한 한국에서의 진실규명 노력은 어떠한 세력도 결코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다 미네오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데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이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힘을 다해 사건의 진실 해명을 위해 강한 어깨동무를 해나가자"고 역설했다.

올해에만 5차례나 김현희의 의혹과 관련한 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낸 일본 TV아사히는 이날 오전부터 기자회견과 추모제 및 가족들의 국정원 방문 등 전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다음 주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일본 TV아사히의 아라끼 시게히꼬 기자는 "가족 입장에서는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증인(김현희)이 아직 살아 있는데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고 국가도 해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실종자의 영정 앞에  꽃을 바치고 있다
가족들이 실종자의 영정 앞에 꽃을 바치고 있다 ⓒ 서상일
한편 추모제를 마친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을 방문하여 실종자들의 영정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인 후 항의서한과 39개 항의 질의서를 국정원에 전달했다.

국정원 앞에서 진상규명 요구 침묵시위 벌여

▲ 가족회 차옥정 회장과 임옥순 집행위원장 등 5명이 항의서한과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국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상일
'KAL 858기 진상규명 가족회'를 비롯한 '김현희 KAL 858기 진상규명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국정원 동문 앞에서 3시부터 약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가족들이 국정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족회 유인자씨는 "이제서야 (국정원에 항의 시위하러) 왔다는 게 부끄럽다"며 "국정원이 그동안 우리 가족들을 기만하고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해 왔지만, 이제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라도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 부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사건 2주기인 89년 당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호소문(KAL858기 참사 2주기를 맞이한 유가족들의 호소문 89.11.29)을 들어 보였다. 사건 2주기부터 14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들의 호소가 달라지지 않은 것은 국정원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임을 질타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가족회 차옥정 회장, 대책위 신성국 부위원장, 심재환 변호사 등은 'KAL 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원 답변 촉구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국정원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직원이 서한을 직접 받기를 원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이들은 접수증을 요구하고 처리시한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담당 직원이 없기 때문에 단지 전달해주겠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들의 요구에 대해 단 한 번도 공개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책위 신성국 신부는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성경 말을 인용하며 앞으로 계속 진상규명여론 확산작업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는 것으로 시위를 정리했다. / 서상일

대책위와 가족회는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전국 순회강연회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대책위를 확대 구성하여 다음 주부터 진상규명 촉구 서명운동에도 본격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민족춤패 출, 진혼굿 벌여

▲ 춤꾼이 넋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 있다. 앞에 타고 있는 불은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히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상일
민족춤패 출은 '김현희 KAL 858기 사건'으로 실종된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춤을 추었다.

먼저 한 춤꾼이 나와 손에 하얀 천을 들고 걸어간다. 하얀 천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데, 이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어 다른 두 춤꾼이 나와 실종된 이를 애도하는 뜻을 담아 하얀 천위에 꽃잎을 뿌린다.

이어지는 장면은 KAL 858기 실종 상황에 대한 묘사. 노동자와 스튜어디스를 나타내는 두 명의 춤꾼이 몸짓과 대사를 통해 비행기 사고를 암시한다. 그들이 검은 천을 뒤집어쓰는 것은 실종을 의미하며, 이 사건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두 명의 춤꾼이 쓰러진 무대 위에 한 춤꾼이 다시 나와 지전춤을 추며, 넋들을 위로한다. 가족들은 "진혼굿을 벌여 넋이라도 위로해 주어서 마음 한 편이 조금은 편하다"고 말했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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