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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운동으로 몸을 푸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
준비 운동으로 몸을 푸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 ⓒ 김재경
토요일 오후 1시, 갈산동에 위치한 평촌 학생체육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2시가 넘자 2층 농구장에 하나 둘 모여든 장애청소년들과 어머니. 자원봉사자 선생님들로 채워지며 '쿵쿵쿵 발소리와 탕탕탕...' 공 튀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금방 활기를 뛴다.

정신지체나 자폐증 청소년들이 장애의 벽을 넘어 농구로 하나가 되는 시간은 너와 내가 아닌, 모두가 우리일 뿐 더 이상 장애의 벽이란 없다.

한 아이가 "엄마! 나하아민~ "하면서 어설프게 손가락을 펼쳤다. 어머니는 "응~ 나형민이 왔다고" 얼른 말을 알아듣는다.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농구 교실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너무 반갑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자아~ 숨 한번 크게 쉬고...... 하나. 둘......." 봉사자 선생님을 따라 원을 그리며 맨손 체조로 몸을 유연하게 푼다.

"여러분! 두 팀으로 나눠서 꼴찌하는 팀에는 선생님이 벌을 주겠어요. 준비~ 땅!" 둘씩 짝지어 농구공을 통통통 퉁기며 골대를 돌아오는 릴레이 경주였다. 사이좋게 손을 잡고 혼신을 다해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쪽 팀이 이겼어요. 진 팀은 저기 벽 집고 돌아오는 거예요" 벌조차 운동이다. "잘 했어요. 아주 잘 했어" 칭찬하는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도 격려의 박수를 친다.

여기서 농구란, 운동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신나는 놀이에 더 가까웠다. 지능이 다소 떨어져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 김재경
처음엔 주저하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해 골인도 곧 잘한다. 공 던지는 걸 좋아하고 한 골을 쏠 때마다 자신감도 쑥쑥 커간다. 공을 잡고 넣기까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따라 붙는다.

원윤선 장애인부모회장은 "연령대가 비슷한 아이들이 모였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 다행이지요"라고 말한다. 다른 부모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데 감사하고, 비록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온 학생들은 다수가 중학생(여학생 6명 포함)이지만 고등학생도 더러 있었다.

"자~아 수고했어요. 맘껏 10분간 쉬세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쉬는 시간 역시 공을 퉁기며 골대를 향해 넣기 바쁘다.

달안동에서 오빠랑 어머니를 따라 온 7세 된 여아는 오빠 곁에서 공을 굴리며 재롱이 한창이다. 오빠는 여동생이 귀여운지 쓰다듬어 주는 남매의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다.

자원봉사자인 조수진(여.27세) 선수는 "처음에는 부산스럽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한 달 정도 지나며 질서있게 줄도 서고 기능은 물론, 집중력이 생기고 실력도 많이 늘었지요" 라며 보람을 피력한다.

"선생님을 보면 좋아서 달려들어 덥석 안기는 여기 청소년들은 기능은 일반 아이들 수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마음만은 순수하고 더욱 더 따뜻해요. 아이마다 다르지만, 일곱 살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생각돼요. 그래도 한 달 정도 지나 요령이 터득되면 쉽게 꼴을 넣고 '어~ 내가 넣었어.' 스스로 놀라며 자신감을 찾아가요" 자원봉사자들의 말이다.

슛 골을 지도하는 예흥수 회장
슛 골을 지도하는 예흥수 회장 ⓒ 김재경
한 골 한 골은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이자. 성취감이고 봉사자들에겐 보람이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모였을 때도 골을 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골대에 공이 들어가지 않자 "공을 어떻게 쏘았지?." 봉사자 선생님들이 손을 잡고 "다시 한번 더~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이 뒤로 떨어져도 "잘했어. 다시 한 번 더 해보자." 이곳에서는 질책이나 야단은 없다. 오르지 칭찬과 격려만 있을 뿐이다. 공을 쏘는 뒤에서는 아이들은 골인할 때마다 펄쩍 펄쩍 뛰며 좋아한다.

풀려진 운동화 끈까지도 손수 매 주는 다정하고 자상한 봉사자 선생님들을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여학생은 남 선생님에게, 남학생들은 여 선생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일반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강습 시간 내내 예 회장을 따라 다니며 "선생님! 오늘 바쁘지 않으세요" 묻는 아이가 있었다. 강습이 끝나고 같은 방향인 비산동 수영장까지 전에 태워다 주었기에, 오늘도 태워다 주었으면 하는 갈망을 쉽게 말하지 못한 표현 방법이다.

예 회장은 "농구가 좋아서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1일(토)부터 정신지체 장애청소년 다섯 명으로 무료 농구교실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요. 입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20명이 등록되었으나 15명 정도가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지요." 말한다.

"그저,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농구가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뿐이지요"라고 봉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백운 중학교 여학생은 "여기 오는 것이 학교 공부보다도 훨씬 좋아서 열심히 하는데......"라며 끝나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매주 토요일 15:00∼17:00까지 교육은 드리블, 패스, 스트레칭, 슛 등 농구에 필요한 기본동작이다. 특별행사로 농구선수를 초청 일일 농구교실을 열고, SBS 프로농구단 경기관람도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이다.

여기에서 봉사하는 선생님들은 모두가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다. 행사가 많은 토요일, 매 주일마다 장애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봉사자들의 사랑은 헌신에 가깝다.

이 곳의 자원봉사자는 안양시 농구연합회 예흥수 회장과 SBS 농구선수 출신인 황인성. 대구 동아백화점 실업 팀 소속 선수인 조수진(여)강사 등 농구 동호인 8명이 함께 뛰고 있다.

막강한 팀의 위력이 그 동안 소외되었던 장애청소년들의 체력 향상은 물론 자신감 회복에 큰 공헌을 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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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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