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녹색미래(공동대표 유재현 외) 그린모니터링 팀은 올 6월 이후 방영된 공중파 3개사의 드라마 23편(사극, 시대극 제외)을 모니터링 한 결과 SBS의 <선녀와 사기꾼>이 무분별한 소비와 에너지 낭비를 가장 많이 부추기는 “워스트(worst) 친환경 드라마”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베스트 친환경 드라마”에는 MBC의 <나는 달린다>(연출 박성수)가 선정됐다.
선정을 담당한 녹색미래 조윤경 간사는 "소비는 우리 일상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과소비는 곧바로 환경문제와 연결된다"며, "TV드라마에 은연중에 등장하는 소비지향주의적인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소비하도록 끊임없이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조윤경 간사는 “이번 선정은 친환경적인 방송프로그램 만들기의 일환으로 기획됐다”며, “최근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소비 지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6개월 간의 모니터링 결과 SBS의 <선녀와 사기꾼>이 과소비 조장, 에너지 낭비 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성공회대 NGO대학원 차명제 교수, MBC 최창욱 PD 등이 참석해 ‘TV드라마 속에 비친 환경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발제를 맡은 차명제 교수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TV드라마의 상업성과 물질주의적 속성이 더욱 강조된다”며, “어느 매체나 교육형태보다 강력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TV드라마가 우리 시대의 최대 과제인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밝힌 최창욱 PD는 “예전과는 달리 각종 시민단체들로부터 드라마 제작에 관한 조언과 충고를 많이 듣는다”며, “우리 사회의 나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딜레마와 한계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우리 사회에서 친환경적이라 했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소모적이고 지엽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환경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TV드라마 모니터링에 직접 참여한 경동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석해, 실제 드라마 제작 과정에 반영된 환경의식의 사례를 묻거나 환경교육의 확대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