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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강연중인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길거리 강연중인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옥천에서 <조선>만 문제 삼는 것을 두고 ‘한놈만 팬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팬 데만 팬다.'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조선>이 보인 친일행각만 강조해도 게임은 끝이다."

'안티조선 운동의 성지’라는 충북 옥천. 그 옥천의 중심에 서 있는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가 '길거리 특강'에 참여했다. 3일 정오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회는 지난 11월 12일부터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이하 언론노조)의 ‘길거리 특강’ 7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오한흥 대표가 ‘팬 데만 패야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이나 방송에서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할 수 있나. 한정된 분량과 시간 안에 있는 그대로를 담는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옥천신문>은 있는 그대로만 보도하나? 아니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바로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조선>이 셔터를 내려야 한다. 만약 도로 위에 제멋대로 적발하고 싶은 자동차만 찍어대는 감시카메라가 있다면 교통법규가 제대로 지켜지겠는가? 언론이 그렇다. <조선>은 제멋대로 작동하는 감시카메라와 똑같다.”


"<조선일보>는 작정하고 오보 쓰나"

<조선>의 왜곡, 오보에 대한 오 대표의 불만은 아주 높았다.

“일전에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옥천에 와서 주민교양강좌를 열어 ‘풀뿌리 민주주의’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나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조선>에서는 안티조선 행사를 했다고 하더라. 내가 그 토론회에 참석해 사례비도 받았다고 하더라. 무슨 돈을 받았나. 왜 받았다고 그러나. 작정하고 오보 쓰나. <조선>의 오보 사례가 어디 한두 건이겠는가. 정상적인 기사를 찾는 편이 아마 더 빠를 것이다.

옥천도 그렇다. <조선>이 여전히 1위라고 한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주민들에게)'물어봐서 안다'고 한다. 물어보긴 뭘 물어봤나. 물어보면 (1등이) 아니라는데. 자기의 직까지 걸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겁도 없다. 어차피 ‘아님 말고’니까.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는 논리 아니냐.”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의 박장대소와 오 대표의 씁쓸한 웃음이 교차했다.

"<조선> 기자들, 사표 쓰고 때려 치우든지 내 뺨을 쳐라"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낮에도 쌀쌀한 바람에 계속되는 가운데 <조선일보> 기자들에 대한 오 대표의 남다른 경험담이 계속 이어졌다. 오 대표의 특강은 걸걸한 시골말투에다 다분히 경험에서 나오는 강한 어조가 조화를 이뤄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전에 <조선일보> 유00 기자가 옥천에 취재하러 왔다. 내가 여기에 오면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중앙일보>와 <뉴시스> 기자가 유 기자를 거들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우리가 아직 힘이 없어 <조선>만 이야기하지만 조중동도 마찬가지이니 취재나 하시라고.

유 기자와 밖에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내가 말했다. 내가 당신이 개인적으로 미워서 그러겠느냐고. 어떤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그런 집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과 어떻게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겠는가. 볼모로 잡혀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표를 쓰고 뛰쳐나오던지 아니면 방 사장의 충견이 되어 내 뺨을 쳐라.”


"형광등 맛 본 사람은 촛불로 절대 못 돌아간다"

<조선일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취재환경의 변화를 오 대표는 ‘형광등’, ‘게릴라’ 등의 비유를 써가며 설명했다.

“형광등 맛을 한번 본 사람은 촛불로 절대 못 돌아간다.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는데 그만두기가 어디 쉽겠는가. 요즘 <조선일보> 기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거 완전히 게릴라 아닌가. 이라크전쟁 보도도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이 미워서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요즘은 마냥 그렇지는 않다. 안티조선하며 건강도 좋아졌고 활력도 생겼다.”

오 대표는 “한국사회를 올바로 알려면 <조선>을 알아야 하고, <조선>을 올바로 알면 한국사회를 알 수 있다”는 말로 안티조선운동의 의미를 설명하고 “안티조선운동은 <조선>의 부수를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라는 거울을 통해서 보면 대한민국이 지난 1세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기록이 엄연히 남아있느니 <조선>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한나라당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랑도 1:1로 토론하자. <옥천신문>사장 대 <조선일보>사장으로 토론회를 한번 갖자. (일제 말기 조선일보) 제호 위에 있는 게 바둑알이냐 일장기라고 한마디만 물어봐도 게임은 끝이다. 뻔한 대답 나올 거 아니냐. 그 당시 우리만 그랬냐고.”

언론노조의 길거리 특강은 7번째이다.
언론노조의 길거리 특강은 7번째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옥천에 와서 직접 봐라. 5월은 광주, 8월은 옥천언론문화제에 꼭 참석해 봐라.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진보진영 내에서)조그만 '차이'가 앙금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수구진영에서도 자꾸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하지 않느냐. 우리가 <조선일보>를 끝내자.”

연말까지 길거리 특강 계속 진행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조선일보사 사옥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길거리 특강'은 오늘로 일곱 번째다. 언론노조 이영순 선전홍보부장은 “스포츠조선 성희롱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여러 논의를 거치는 과정 중 길거리 특강을 기획하게 됐다”며 “소극적으로 항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순 부장은 “11월 3일 이후 매일 정오 조선일보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의 여러 문제를 공론화 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길거리 특강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의 ‘안티조선 길거리 특강’은 11월 12일 정지환 시민의신문 기자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정 기자는 <월간 말> 기자 시절부터 조선일보의 친일문제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

이 부장은 “연말까지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길거리 특강이 계속될 예정이고, 특히 오는 5일에는 KAL 858기의 논란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가 강사로 나선다”고 말했다. 또 이 부장은 “이번 조선일보 투쟁의 문제의 발단이 된 스포츠조선 성희롱 피해 여성 조합원의 문제와 손배가압류 문제도 시급히 해결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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