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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숙의 '가야금 크리스마스' 음반표지
문재숙의 '가야금 크리스마스' 음반표지 ⓒ 김영조
벌써 크리스마스는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인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성탄절만 되면 가슴이 설렌다. 서양에서 전래된 종교명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날의 추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올해도‘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해 전국 순회공연을 갖는 등 성탄절을 맞아 많은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의 곁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이다. 공연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가야하지만 음반은 늘 같이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 30여 명이 참여한 재즈 크리스마스 음반 '윈터 스토리 오브 재즈 패밀리(Winter Story of Jazz Family)'가 발매되고, 빈과 모스크바의 소년 합창단이 부르는 캐롤 앨범도 각각 출시됐다. 또 죽은 지 2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크리스마스 음반도 나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승철, 이수영, 조성모, 이기찬, JK 김동욱 등 실력파 가수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최고의 작·편곡가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Amazing Christmas'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10대 스타 힐러리 더프도 크리스마스 무대에 합류했다. "what christmas should be" 등 창작곡 중심의 음반으로 경쾌한 신세대 캐롤의 음반이다.

'블루 크리스마스' 음반도 나왔다. '블루 크리스마스'는 외국 팝가수 짐 리브스, 셀린 디옹 등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곡인데, 최근의 세태를 반영하듯 '블루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은 요즘 인기가 높다. JK김동욱, 더더밴드가 각각 불러 주가를 올리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방송 3사에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Crazy X-mas' 캐롤앨범도 나온다. 김학도, 차승환, 김병만, 김시덕, 전영미, 이장숙 등이 국내 30여 명의 인기 연예인 성대모사와 국내 유명인사 유행어로 캐롤송을 부른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캐롤 대열에서 가장 빛날 것으로 짐작되는 것은 가야금 연주자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가 국악으로 연주하는 캐럴음반 '가야금 X-MAS(신나라뮤직)'이다. 크리스마스캐롤에 '왠 국악이냐'고 의아해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음반을 한번 들어보면 생각이 바로 바뀔 것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등 귀에 익숙한 캐럴이 가야금을 중심으로 대금, 해금 등 국악기와 신디 등 서양악기 그리고 성악의 협연으로 흐르는 선율은 우리를 감미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이번 음반은 이미 문 교수가 7년 전에 냈던 국악 캐롤 음반을 새롭게 손질하고 가다듬고 보태서 내 놓은 것이다. 문 교수의 가야금 외에 박용호의 대금, 김성운의 피리, 김상철의 장구, 김예진의 해금, 노부영의 양금 등 여러 국악기들도 연주에 가세했고, 조광재의 신디, 김응권의 기타, 최한원의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도 한층 음이 깊이를 더한다.

더구나 악기뿐이 아닌 바리톤 최현수, 테너 김상곤, 소프라노 이승희와 문 교수의 딸인 이슬기, 이하늬 아름다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또 문 교수의 21현 가야금 연주는 이 음반의 매력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첫 곡부터 들리는 가야금과 해금의 어울림은 어떤 표현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마력이 숨어 있음이다.

이번에 음반을 낸 문 교수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 어떻게 이 음반을 내게 되었나요?
"저는 퓨전 형태의 국악찬송가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음반을 내게 되었지요. 크리스마스캐롤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입니다. 그런데 국악도 생활 속에서 존재해야 하고, 서양음악을 우리가 주체가 되어 수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이해하는 우리 식의 캐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이 음반의 특징이 있다면
“오늘의 우리 정서가 들어간 국악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적인 시김새(농현)를 많이 넣어서 특수성과 보편성의 양면을 드러내어 보편적인 음악언어를 표현하려고 한 음반입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국악인으로서의 고민 흔적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 시대에 크리스마스캐롤을 들을 국민들에게 한 말씀
"이 음반은 비록 서양음악이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곡들을 내 악기로 정성스레 표현한 것입니다. 국악을 골동품처럼 여기는 것 보다 우리의 생활 가운데 늘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인 문재숙은 인간문화재 제 23호 김죽파 가야금산조 지정예고자이며, 연주자인 동시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다수의 책과 논문을 쓴 음악학자이다. 1998년 한국방송공사(KBS ) 국악대상 현악 부분상을 받았으며, 2002년 한국음악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음악가상’도 받았다.

문 교수는 감정보다는 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연주자로서 음 하나 하나에 살아있는 기가 스며 있기 때문에 그녀의 진양 속에는 더욱 풍부한 여성스러움과 다정함, 냉정한 지성이 묻어져 나온다는 평을 받는다.

이 음반에는 익히 듣던 곡인 ‘고요한밤 거룩한밤’,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등과 함께 문 교수가 직접 작곡한 ‘주 내사랑’, ‘예수 탄생’, ‘예수님 바라보라’와 정두영 작곡의 ‘사랑’ 등이 실려 있다.

2003년의 세밑을 장식할 크리스마스를 문재숙의 ‘가야금 크리스마스’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보자. 색다른 아름다움은 우리를 행복한 세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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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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