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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의원들로부터 '의장직 즉각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이윤석 의장
민주당 도의원들로부터 '의장직 즉각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이윤석 의장 ⓒ 오마이뉴스 안현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호남 바람몰이와 수성으로 본격적인 세대결을 벌이면서, 그 파장이 지방의회 파행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8일 오후 2시 전남도의회는 189회 2차 정기회를 열고 도정질문에 나섰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 정족수 미달로 도정질문이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도의원들 퇴장으로 도정질문 무산

이날 전남도의회의 도정질문 무산사태는 지난 1일 이윤석(무안) 전남도의회 의장 등 5명의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초래됐다. 열린우리당의 호남권 세불리기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의장직 즉각사퇴'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어서 의장직을 한 사람이 열린우리당으로 간 만큼 의장직을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4일 이윤석 의장은 "정기회가 끝나는 22일 의원직과 함께 의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기회 회기는 오는 22일까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의원 40여 명은 이미 ▲뇌물수수 혐의로 의회 명예를 실추시켰고 ▲주민의사 등을 묻지않고 민주당을 탈당해 의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의회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가 개회하자 이일형(민주당·고흥) 의회운영위원장과 박필순(민주당·광양)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불신임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의사진행 변경동의안' 심의를 요구했다. 애초 이날 의사일정은 도정질문만 계획돼 있어 불신임안 상정을 위해서는 의사일정 변경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의원들은 "22일 사퇴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미리 사퇴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치권 대리전?

이 의장의 불신임 결의안 본회의 상정을 둘러싸고 도의회의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의 불신임 결의안 본회의 상정을 둘러싸고 도의회의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당적이 변경됐다고 의장직을 사퇴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의사일정 변경 목적이 뻔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퇴장했고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자리를 지킨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문상옥(비례) 의원과 민주노동당 소속 전종덕(비례) 의원 등 5명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의장과 일부 의원들간에 고성은 물론 원색적인 발언이 오가면서 정회를 하는 등 1시간여동안 사나운 꼴을 연출했다.

이날 도정질문을 할 예정이었던 문상옥 의원은 "의회가 민주당-우리당의 정파간 대립문제로 대립을 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든 정파간의 다툼이나 이해관계에 의해서 의회 정기회가 파행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의원은 "도정질문은 물론 예산심의를 해야하는데… 결국 명분과 실리는 없는 자존심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서로간에 불신이 쌓여 (파행이)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찬영 조선이공대 교수는 "국회는 '식물국회'에 '방탄국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지방의회마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도의회가 중앙정치권의 대리전을 치러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하고 "이미 의장이 사퇴의사를 밝힌만큼 더이상의 파행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헌(무소속·진도) 도의원은 "개인이 가는(당적 변경) 것은 못말리는데 민주당 소속 의장이니까 사전에 민주당 소속의원들에게 예의를 지켰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의장을 탓했다. 이어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창남(민주당·장흥) 행정자치위원장은 "당연히 민주당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수 있지만 이 의장의 말이 시간과 사람에 따라서 변한다"면서 이 의장이 정기회 후 사퇴 의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도민들에게 죄송하지만 의사일정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도 회기를 열어서 문제없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불신임안 처리 강행 의지

한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9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 도정질문에서도 의장 불신임결의안 상정을 위한 '의사진행 변경동의안'을 심의를 요구하고, 이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퇴장한다는 방침이다. 김창남 행자위원장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오전 11시 본회의를 열 계획이다.

10일은 애초 예결특위 활동이 예정돼 '2004년도 전라남도 세입세출예산안 심사' 등을 한다. 본회의가 없는 날이다. 결국 열린우리당 소속 이윤석 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가 아닌 '민주당 소속 부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의회에 따르면 이일형 운영위원장이 행자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의장 신변에 관한 안건으로 의장을 대신해 부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변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상옥 한나라당 의원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의장 당사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부의장이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선행조건이 본회의가 개회되고 협의를 통해 의장이 부의장에게 의사 진행권한을 넘겨줘야한다"고 지적하고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행자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본회의를 가질 경우, 법적공방도 발생할 소지를 안고있어 파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의장은 "이미 의원사직서를 제출했고 의회 파행으로 인한 도정공백이 우려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해야한다"며 "양보할 수 있으면 양보할 수 있으나 더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고 불신임 결의안 본회의 상정 의사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이어 이 의장은 "중앙정치권이 지방의회에 짐을주는 것 같다"면서 "중앙정치에 지방자치가 예속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리 혐의, 자기당일 때는 용인? 다른 당이면 불신임?

이윤석 의장 등 5명의 의원들이 지난 1일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선언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즉각 의원총회를 통해 "배신자"라고 규정하고 "주민의사를 무시한 이 의장은 즉각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 의장의 열린우리당 행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의회 명예를 실추시킨 것을 이유로 불신임 결의안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다.

광주지검 특수부(김광암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29일 공사발주를 미끼로 공사업체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이 의장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의장은 지난해 11월 이 돈을 받은 것으로 올 3월에 건설업체 대표에게 돈을 되돌려 줬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이 의장이 열린우리당 소속이 아닌 민주당 소속 의원일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 의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의원들에게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 '자기 당 소속이냐 아니냐'가 용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아니면 탄핵의 대상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 발생 당시 일부 의원들은 "의장의 신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묵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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