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오마이뉴스 권우성
뉴스게릴라 3만명 돌파 기념 특집라디오 생방송, '뉴스게릴라 라디오 습격사건'을 하루 앞둔 10일 밤까지도 '컨셉'조차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입니다."
"저는 함께 진행을 맡은 뉴스게릴라 송민성입니다."

그랬다. 단 두 문장을 말하는데도 실수 연발인 상황에서 '컨셉'을 논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이미 '욕 듣지 않을 만큼만 하자'는 무언의 동의를 한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는 말 그대로 교과서 낭독하듯 대사를 읽어 내려갔고, 우리의 성향을 일찌감치 간파한 주위 사람들 역시 '그래, 저 정도면 노력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동정표를 보내기 시작했다.

'습격 작전'이란 제목에 걸맞지않게도 그 컨셉은 '무미건조'로 무난히 자리잡혀 가는 듯했다. 적어도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에요, 재미없어요!"

지원 사격에 나선 현역 방송작가 최현정씨는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망가지세요, 재밌게 놀듯이 방송하고 수다떨듯이 이야기하세요. 실수도 좀 하면 어때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수준이 높다', '너무 경박해 보일 수도 있다' 등등 온갖 핑계거리를 대보았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불쌍한 표정까지 다양하게 지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청취율 제로'라는 말 앞에서는 오 대표도 어쩌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감히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되었다.

드디어 12월 11일 낮 12시 40분.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연호 송민성의 뉴스게릴라 라디오 습격사건~!"

얼핏 썰렁해 보이지만, 발랄한 느낌을 주기 위해 꽤나 고심해서 만든 구호였다. 일단 외치긴 외쳤는데 이제부터 두 시간을 어찌한다? 내 고민과는 상관없이 방송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에라 모르겠다, 이제부터는 되는대로 하자.'

첫 번째 주인공인, 3만 번째 뉴스게릴라 장생주씨부터 스튜디오로 직접 나온 1부 마지막 손님 <오마이뉴스> 최경준·손병관 기자까지, 정신없이 1부 순서가 이어졌다.

다행히 큰 실수나 사고는 없었다. 오 대표가 뉴스게릴라들에게 연이어 "날씨가 어떠냐"고 묻는 바람에 일부 청취자들로부터 '기상캐스터냐'는 불평(?)을 들은 것만 뺀다면, 또 내가 "아-아- 여기는 편집부, 뉴스게릴라 나와라 오버!"라고 멋지게 했어야할 것을, "뉴스게릴라 나와라 오버?"(나오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라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억양을 사용한 것만 뺀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실수를 다독거려주듯이 '꽃다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2부 역시 경쾌한 구호로 시작되었다. 2부의 첫 순서는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뉴스게릴라들을 만나보는 '지구촌 뉴스게릴라'였다. 이때부터 전화 상태가 나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에 어떤 질문을 과연 누가 할 것인가'에 신경 쓰느라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우리는 대화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질문들을 던져 댔다. 이를테면 계룡부대 정훈과장인 조원호 뉴스게릴라에게 군인으로 기사를 쓰는 어려움을 물었다가 갑자기 사병들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묻는 식이었다.

그 와중에도 오 대표는 부지런히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네가 해'라는 뜻이었다.

한편으로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스캔들 혹은 로맨스'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던 지요하 기자는 막상 방송에 들어가자 다른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이메일을 보낸 '20대 여자'가 등장해야 할 순간에도 해외 각국에서 쏟아지는 메일 자랑이 계속 이어졌다. "스캔들 이야기는 왜 안하냐"고 묻자 그때야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어느새 두 시간여의 '뉴스게릴라 습격사건'은 끝났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좌충우돌, 쪽지의 난무, 손짓의 향연, 어색함의 심화 발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대표와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프로 흉내를 낼 수도 없었거니와 그럴 마음도 없었던 우리들이었기에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의 습격사건이 '오연호 송민성의 싱글벙글쇼'가 아닌, '체험 뉴스게릴라의 현장'으로 끝이 났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