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주도의 의회권력을 교체하기 위해 반(反)한나라당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의 주장이 당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내에서는 민주당 통합론의 제2탄 아니냐는 비판론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찬포럼에 참석, 이른바 '반(反)한나라당 연합론'을 주장하면서 "정통민주세력이 의회권력을 획득해야 정치의 변화와 21세기 선진 대한민국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반한나라당 연합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입당을 해서 우리당이 안정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한 뒤 반(反)한나라당 정서의 국민·지지자들을 대통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당간 물리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 연대를 뜻하는 것. 이를 통해 한나라당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의회권력을 내년 총선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구상이다.
김원기 상임의장은 김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동감을 표하면서 "한나라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것을 막는 것은 옳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저러한 군사정권 연장선상의 작태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것은 안 된다"며 "힘을 모아 연대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영춘 의원도 "당면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제압하는 것은 중요한 것 아니냐"며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김 대표의 반한나라당 연합론을 "민주당과의 통합이 가능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전선을 구축한 다음 공천과정에서 연합이나 조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영남지역 인사들과 개혁당 출신 의원들은 부적절한 언사라고 비판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시민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집권당이 특정 야당에 반대하는 연합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당은 '정신적 여당'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집권당이 되어 참여정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며 "안티를 모토로 연합하는 것은 집권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은 "그렇다면 자민련과도 합치자는 것이냐"며 펄펄 뛰었다. 김 의원은 "반한나라당 전선은 곧 반영남전선으로 이어진다"며 "야 3당이라는 낡은 정치세력과 지역주의를 타파하려는 새정치세력의 전선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나온 분들의 한계인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평화민주개혁세력 연합의 구도라면 수용할 수 있다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은 "명분과 원칙을 가지고 성공시켜나가고 지지를 받도록 만들어야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김 대표는 지도자급 아닌가.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며 "이럴 때일 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가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반(反)한나라당 연합론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