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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 왼쪽부터 정재용, 이하늘, 김창렬씨.
DJ DOC. 왼쪽부터 정재용, 이하늘, 김창렬씨. ⓒ 부다레코드
"가요계, 음반시장 침체를 벗어나야 하지만 그 해법은 우리 모두의 수수께끼죠. 정답은 없어요. 다만 가수의 입장에서 음반제작 과정의 거품을 빼고라도 힘든 시기를 견뎌내면서 살아남는 게 문제죠. 최저예산으로 질 좋은 음악을 만들고 나머진 대중에게 맡겨야죠."

DJ DOC 이하늘(32)의 말이다. DOC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100만장을 넘나드는 대성공을 거둔 스타지만 새 앨범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음반시장 침체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특히 가요계 침체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왜곡된 방송 시스템과의 싸움에 지친 탓도 있는 듯하다.

지난 여름 이들이 발표한 싱글앨범 'Street life'는 방송 출연을 자제했음에도 4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싱글시장은 극도의 침체를 보였던 터라 이들의 음반판매량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광화문 한 커피전문점에서 DJ DOC의 하늘, 김창렬(30), 정재용(30)씨를 만났다.

대화는 주로 하늘씨가 이끌었고, 나머지 두 명이 보충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자유스런 힙합 복장과 선글래스를 한 이들은 가요계의 문제, 그들의 음악, 경찰문제에 대해 때론 흥분하며 때론 차분하게 진솔한 의견을 내놨다.

"아직 PR비 내야 방송에서 음악 틀어줘"

DJ DOC는


1994년 '슈퍼맨의 비애'로 데뷔한 DOC는 처음에는 자신들의 말처럼 댄스그룹이었다. 하지만 3집까지 함께 해온 DJ 신철씨와의 헤어짐 끝에 점차 힙합 그룹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후 '머피의 법칙', '미녀와 야수', '런투유' 등 히트곡을 내면서 5집까지 대부분 100만장 이상의 성공을 거둬왔다.

특히 경찰, 정치가, 개그맨 등에 대해 공격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아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고, 잦은 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악동'이미지가 굳어졌다.

<앨범 현황>
1집 슈퍼맨의 비애 1994
2집 머피의 법칙 1995
3집 미녀와 야수 1996
4집 삐걱삐걱 1997
5집 The Life...Doc Blues 2000
"가요계 문제에 대해 저희가 따로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피부로 느끼는 것은 우선 mp3인 것 같아요. 경기도 안 좋은데 몇 번 클릭하면 CD 사지 않아도 음악 들을 수 있잖아요. 그도 그럴 것이 소장가치 있고 사고픈 음반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이런 것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제작비도 줄이고 음반에 대한 투자도 줄이고 결국 질도 떨어지는 거죠.

또 하나는 제작자나 방송국이 음악 자체보다 '엔터네이너'를 원해, 음악다운 음악을 전하는 전문방송이 줄어들었죠. 라디오에서조차 토크 위주의 방송이 주름잡고 있잖아요."

어려운 질문에 한참을 고민한 하늘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대안에 가서는 미궁에 빠진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키를 대중에게 넘긴다.

"음악다운 음악을 만드는데 제작자와 가수, 방송에서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키는 대중들에게 있어요. 지금까지 음악보다 TV 많이 나오는 사람이 잘 나가는 걸로 봤잖아요. 이는 방송을 통해 PR 하지 않으면 음악을 틀어주지 않는 기형적인 형태가 됐어요. 대중들이 이를 알고 좋은 음악을 선별해 들어줬으면 하죠."(하늘)

소위 '아이돌스타'였던 DOC는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볼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는 방송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탓. 이들이 지금까지 싸워왔던 방송에 대해 더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방송사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걸까.

"권위의식이 문제죠. 방송국에서는 PD에게 복종까지는 아니어도 받들어 모셔야 하는 분위기예요. 사실 가수와 방송국 PD와의 관계는 대등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아직까지 음반 나왔을 때 PR비를 내지 않으면 음악을 틀어주지도 않아요."(하늘)

-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가요? 그렇지 않은 PD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8대2 정도로 아직까지 대다수 PD들이 기존의 관행을 따르죠. 하지만 8에 속하는 분들 중에서도 2에 가까운 분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관행에 의해 이럴 수밖에 없다'는 식이에요. 위에서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죠." (하늘)

하지만 이러한 '관행'을 마냥 비판만 하기엔 최근 경기 침체 속에 찾아온 음반시장의 불황은 이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예전엔 맘에 안 들면 그만이었어요. 저희가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하진 않아요. 하지만 제작자로 나선 요즘엔 마음이 흔들려요. 음악을 아무리 잘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죠. 딜레마죠."

"우린 때려도, 구경해도, 말려도 잡혀 간다"

이렇게 힘든 시기, 음악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폭행시비'가 그것이다. 지난 11월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언론에 폭행과 관련 이름이 오르내렸다. 언론에서는 '또'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들의 폭행시비를 보도했다. 아직까지 두건은 미해결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할말이 많다. 경찰과 언론에서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력전과 1범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술을 먹다가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서 '뭐야? 무슨 일이야'라며 나갔는데 싸움은 다 끝난 뒤였어요. 그런데 경찰서에서 피해자가 '거기 누구 있었어?'라는 경찰의 질문에 '이하늘'이라고 해서 벌금 물었어요. 이러면서 나의 전과 스토리가 시작됐죠." (하늘)

이렇게 쌓인 하늘씨의 폭력 전과는 5범이란다. 피해자(?)들은 상대가 DOC라는 걸 알고 난 뒤 "합의금을 1000만원, 3000만원"하며 큰 액수를 제시한단다. DOC는 이를 거절하고 결국 벌금을 물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경찰은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언론에 보낼 보도자료를 쓰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늘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저희가 조사받을 땐 무조건 유죄취급을 해요. (경찰은) 상대 진술과 우리 진술을 토대로 합의점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있는데, 외국은 유죄가 입증되기 전엔 무죈데 우리나란 무죄가 입증되기 전엔 유죄죠. 우리가 잘못한 건 인정해요. 하지만 왜 항상 우리만 잘못했다고 하는지. 우린 때려도, 말려도, 구경만 해도 잡혀갑니다." (하늘)

- 술버릇이 진짜 나쁜 건 아닌가요? 항상 DOC가 옳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와 재용인 술 마셔도 참는 편이고, 창렬인 자제력을 잃는 편이에요." (하늘)

"제가 자제력을 잃는다기보다 시비를 걸면 잘 못 참아요. 평상시는 10번 참는다면 술 마시면 줄어드는 거죠. 대부분 처음부터 상대방은 연예인이라고 무턱대고 반말해요. '그렇지 마세요'란 식으로 몇 번 그러다, 술 취한 사람이 계속 그러면 '그렇지 말란 말이에요', 언성이 높아져요. 그러면 '어, 사람 치겠다'며 꼭 먼저 때려요." (창렬)

"사실 이런 폭행 시비 때문에 벌금 내느라고 돈 못 벌었어요.(웃음) 하지만 우린 자기보호를 한 거 뿐이에요. 연예인은 자기 방어 못하나요? 웬만하면 싸움을 안 하려 하는데…." (재용)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DOC는 경찰에 대해 불신하게 됐고 결국 이들은 경찰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포조리'라는 노래를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최근 케이블 방송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오프닝공연에서는 경찰을 비판하는 비디오 화면과 함께 욕설 섞인 노래를 통해 표출하기도 했다.

ⓒ 부다레코드
"이번 앨범은 창렬이를 위한 것"

그렇다고 마냥 투덜댈 수는 없다. 이들은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앨범은 이들이 설립한 부다레코드에서 나온다. 부다(Buda)는 '대마초의 일종'으로 미국 은어라고 한다.

"올 해 안으로 작업을 끝내고 내년 1~2월중으로 발매했으면 하는데 한번도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제가 빠지고 창렬이가 프로듀싱도 주로 하고 앨범 성격도 보컬 위주로 갈 것 같아요. 창렬이가 얼마 전 앨범을 내고 실패했는데 이번에 만회기회를 주는 거죠." (하늘)

- 부다레코드의 특징이 따로 있나요?
"부다사운드는 '떨(대마초)사운드'죠. 떨사운드란 가끔씩 일상에서 탈피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랄까요. 적어도 저희는 기획사가 돈으로 만드는 음악을 하진 않을 겁니다. 돈도 없지만." (하늘, 창렬)

"얼굴을 내세우는 아이돌 스타는 힘들지 않을까요. 우리 식구들은 음악 실력도 실력이지만 모두 스스로 프로듀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재용)

창렬씨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되는 앨범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맏형 하늘씨는 조만간 잠적한다고 한다. 그동안 기약할 수 없는 시간동안 음악에 대해서 혹은 제작자로서 깊은 고민에 빠져보고 싶다고 한다.

"문득 돈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돈보다는 재미, 좋아하는 것을 해왔는데. 내가 그 동안 초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의 가짜보다 진짜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거 돈 없다보니 초라해진다는 느낌 받았어요."(하늘)

- 그렇다면 혹시 세상과 타협을 하려는 건 아닌가요?
"아직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요. 사실 그 사람들과 타협한다고 돈 버는 건 아니고. 대부분의 흐름이 그렇다 뿐이지 대안이 있지 않겠어요. 다른 방식을 고민해봐야죠. 그래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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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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