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 장수의 눈에 뜨거운 존경심이 어려 들었다. 그에게 에인은 아직도 어린 청년이었다. 나이도 자신보다 열다섯 살이 아래였다. 태왕의 당부처럼 항상 그들이 돌보고 보살펴야만 할 상징적 장군이었다. 한데도 지금 에인은 자신보다 더 정확한 판단과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 장수는 에인 옆으로 다가들며 말했다.
"장군님, 활과 단검 솜씨는 능히 알고 있습니다만 장검 술은 언제 그렇게 연마하셨습니까? 정말 놀랐습니다."
놀란 것은 에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음먹고 장검 술을 연마한 적이 없었다. 가끔 만져온 칼도 투박하고 굵직한 것들이었을 뿐 이토록 날씬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데 그것을 빼어든 순간 지휘봉 칼은 그의 무의식을 읽고 그가 노린 부분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달려가는 시간과, 칼이 손목을 스치는 것이 마치 같은 순간인 듯했다.
"자, 어서 출발합시다!"
에인은 장수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출발 명령을 내렸다.
사람과 마차 모두 바삐 움직이기 시작할 때 제후만이 옆으로 다가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에인 장군, 왜 그렇게 비적들을 살려주셨습니까?"
"무슨 뜻입니까?"
에인이 정확한 핵심을 몰라 그렇게 되물어보았다.
"그렇게 살려주면 반드시 후환이 따릅니다."
"후환이라니요?"
"우리 제후국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처음 수백 명으로 쳐들어 왔고 우린 간단히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살아서 돌아간 부족장이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벌 떼같이 쳐들어와서는 우리를 그렇게 쓸어버린 것입니다."
에인이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그는 부족장이 아닌 도적의 두목입니다. 손이 없으면 더 이상 두목 노릇도 힘들 것이니 어떤 우환도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군사들도 에인의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장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잘 하셨습니다. 장군은 상대가 아니면 쉽게 죽이지 않는 법이지요."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책임선인도 맞장구를 쳤으나 에인은 그들의 말을 일축하고 말머리를 앞세웠다.
"벌써 꽤 저물었소. 어서 갑시다."
에인이 이렷! 하고 말을 몰자 모두 따라서 속력을 올렸다. 이번에는 낙타도 속력을 올려주었다. 제후가 연신 옆구리를 때리긴 했지만 다급하면 그렇게라도 달리는 모양이었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