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6일 오후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그러나 기존 방송법개정안에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내용이 포함된 한나라당측의 수정동의안 처리 여부를 두고 2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이다 결국 산회됐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해 상임위에 상정된 방송법개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법에 따라 수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3년여 동안 끌어온 방송법개정안이 이날 문광위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반드시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소속 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회의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또 KBS측에서도 방송 카메라(ENG)를 기존 1대에서 3대로 늘려 취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고흥길 한나라당 간사는 방송법개정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들어가자 "국회법상 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제출되면 수정안 먼저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호 열린우리당 간사는 "기존 방송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이미 여야가 합의를 봤고, 방송 관련 민생법안이기 때문에 먼저 처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KBS 수신료 문제가 포함된 수정안은 각 당의 입장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차후에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심재권 민주당 간사도 "수정안을 먼저 처리하게 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그것 때문에 합의해 놓은 민생법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명백히 분리해서 방송관련 민생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여기서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률이 안되기 때문에 우리 당은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수정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먼저 처리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의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해서 KBS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이라며 "이렇게 불쑥 당리당략에 의해 내놓고 여기서 처리하자고 하는 것은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고흥길 간사가 "불순하다거나 당리당략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항의한 뒤 "한나라당 9명의 의원이 전원 찬성해서 내놓은 것이니 상정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고 간사는 특히 "만약 오늘 회의를 정회시킨다면 우리로서는 단독 소집을 해서 수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회의를 정회시키거나 지연시키거나 당리당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오해이고, 오늘 처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랫동안 합의해서 탄생시킨 옥동자는 처리해주고, 그 다음 첨예하게 논쟁이 되는 것은 따로 토의하자"고 주장했고, 이협 민주당 의원도 "어떻게 옥동자와 심술쟁이를 함께 붙여놓고 논의할 수 있느냐"며 '선 수정안' 처리를 반대했다.
결국 2시간에 걸친 지루한 공방이 계속 됐으나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각 당 간사간 협의를 위한 정회가 선포됐다. 그러나 배기선 위원장의 절충에도 불구하고 간사들간에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끝내 산회했다.
한나라당측은 오는 19일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열어 표결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22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은 당초 'KBS 수신료 분리징수' 안에 찬성했지만,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상임위원회 표결시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문화관광위 발언 내용 중 방송법개정안 관련 부분 발언 요지다.
고흥길 한나라당 간사 "방송법개정안 대안에 대한 수정안을 어제(15일) 제출했다. 방송법개정안과 동시에 논의해달라."
심재권 민주당 간사 "수정안은 KBS 수신료 통합징수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누차 상임위에서도 말했고,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논의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합의를 보지 못했다. 통합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나와있는 법안은 5개 방송법개정안에 대한 대안이다. 이 5개 법안은 여야 등 모든 교섭단체가 다 만족할 수 있게 만든 법안이다. 다수결로 처리하더라도 교섭단체간에 합의한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이 함께 섞이게 된다. 기존 법안에 대해서는 처리해주고, 수신료 분할징수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히 의견을 내겠다면 그것은 그 때 논의하자."
고흥길 "언뜻 보면 심재권 의원의 말이 타당한 것 같은데, 국회법에 보면 2인 이상이면 수정안을 낼 수 있다. 따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방송법개정안 안에서 논의됐던 것이다. 이것은 엄격하게 의사국의 검토를 거쳐서 낸 것이다. 의장은 이것을 합해서 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김성호 열린우리당 간사 "법안소위 위원장으로서 대안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2∼3년 전에 발의해 논의해 온 법안을 소위에서 상의해 대안으로 상임위에 올려놨다. 여러 가지 법안이 있지만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부분에 한해서 합의가 된 것이다. 여기에 성격이 다른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을 논의하게 되면 3년동안 논의해왔던 것이 한번에 물거품이 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같이 논의할 지, 따로 할 지 간사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정회를 해달라."
고흥길 "협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수정안이 제출되면 항상 수정안을 먼저 다루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또 수정안은 대안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그러니 수정안을 먼저 올려서 토론을 해야 한다."
배기선 위원장 "현재 대안으로 마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가 이뤄져 잇고, 수정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당이 이견이 있으니 조율할 필요가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법률 소위에서 여야간의 합의를 봐서 만장일치로 통과가 됐다고 하더라도 전체 상임위에서 이의가 있다면 수정안을 제안할 수 있다. 수정안을 다루는 것이 합당하다. 심재권·김성호 의원의 논리라면 상임위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법 자체는 같은 방송법이다. 그 법에 대해 이의가 있다고 해서 9명의 명의로 수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론이 있다고 하면 이론을 들어보고 거기에 다시 이론을 제기하는 것이 절차상 맞다."
심재권 "고흥길·정병국 의원 말대로 절차상은 맞다. 문제는 정치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년동안 끌어온 방송 관계 민생 법안이다. 굉장히 시급하게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절차상 그렇다고 해서 수신료 부분을 넣으면, 솔직히 말해 저희 입장은 어떻게 되겠나. 수신료 부분은 안된다고 보는데 합의한 것 조차다 안된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것을 받아들이자니 안되는 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해 놓은 민생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이다. 한나라당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고, 어떤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무리해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당이 반대하는 것을 무리하게 처리하는 것은 안된다."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심재권 의원 말에 일리가 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법률로서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률이 안된다.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정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처리해 달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 "이제 솔직히 한나라당의 의도는 다 아는 것이다. 분리징수를 해서 KBS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방송협회 등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쑥 수정안 낸 것의 의도는 다 간파가 됐다. 그러나 이미 합의된 방송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나. 대통령의 거부권을 우려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민단체, 방송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지 않나. 그 진정성과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지난 번 방송법개정안 공청회 하면서 얼마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나. 수정안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쑥 당리당략에 의해 내놓고 여기서 처리하자고 하는 것은 안된다."
고흥길 "불쑥이라는 감정적 표현 쓰지 말라. 분명히 말하지만 소위에서 가장 장시간 논의했던 문제다. 또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작년에 계속 논의했던 문제이고, 예산심의해서도 논의했던 것이다. 불순하다거나 당리당략이라는 표현을 쓰지 마라. 한나라당 9명의 의원이 전원 찬성해서 내 놓은 것이다. 이것을 상정하고 밤을 세워서라도 토론을 하면 된다. 그런데 상정도 못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
배기선 "오늘 문광위의 방송법개정안 심의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업계에서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수정안에 담겨있는 수신료 문제는 다른 법안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여기서 토론을 하게 되면 오늘 밤새워서 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오랫동안 심의해서 결론에 도달한 대안을 먼저 통과시켜 놓고, 그리고 중요 관심사인 수신료 관해서 차분하게 토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만약, 고흥길 간사가 주장하는 데로 수신료 문제를 포함할 경우 결국 대안에 담겨있는 방송 관련 민생 법안이 이번 회기에서 처리 못할 것이 우려한다."
고흥길 "위원장이 잘 못 이해하고 있다. 우리도 대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안에서 플러스 수정안을 해서 같이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얘기다. 그랬다면 전체회의 앞 부분에서 논의했다.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 한나라당만큼 민생 생각하는 당도 없다. 다수 의석 차지한 한나라당이 국회법에 따라 의사일정 조정 할 수 있는데 몰라서 안했겠나. 우리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하려고 한다. 오늘 오후 2시부터 한나라당 의원 10명이 한 분도 자리 비우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오랫동안 합의해서 탄생시킨 옥동자는 처리해주고, 그 다음 첨예하게 논쟁이 되는 것은 따로 토의하자. 그렇지 않고, 이렇게 하면 오해받기 쉽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받을 수 있다."
고흥길 "분명히 말하지만 한나라당은 옥동자 탄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옥동자 탄생에 플러스 수정안을 하자는 것이다. 만약 오늘 회의를 정회시킨다면 우리로서는 단독 소집을 해서 수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때문에 회의를 정회시키거나 지연시키거나 당리당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오해이고, 오늘 처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정진석 자민련 의원 "사실 오늘 결론을 내기 어렵지 않나. 여기서 어떻게 물리적인 힘을 발휘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회를 해서 위원장의 조율을 거치자."
이협 민주당 의원 "기본적으로 왜 한나라당과 KBS가 싸움이 붙었는가. 또 KBS로서는 가장 약한 고리인 재원구조를 잡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우리 당론을 정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당도 아니다. 한나라당과 같이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0명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나와서 수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오늘 밤 새워서라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데, 위협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나라의 중요한 일을 이렇게 수의 힘으로 할 수 있나. 수의 힘은 관용이라는 것과 함께 할 때 빛난다. KBS를 수술해야겠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수혈을 하면서 수술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당장 재정줄을 잘라놓고 수술을 할 수 있나. 어떻게 옥동자와 심술쟁이를 함께 붙여놓고 논의할 수 있나. 옥동자를 먼저 통과시키고, 나중에 다른 옥동자도 통과시키자."
신영균 한나라당 의원 "이렇게 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위원장 입회 하에서 간사들 모여서 30분 정도 휴회한 다음에 다시 속개하자."
배기선 위원장 "정회를 선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