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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오는 20일 부산북강서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과 일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노혜경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오는 20일 부산북강서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과 일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왜 이 굳이 부산 북강서갑을 택했느냐구요? 이유는 단순하죠. 이 곳 현역의원이 과거의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부산 북강서갑은 내년 4·13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힌다. DJ 정권 시절, 무차별 폭로전으로 이름을 날린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굳게 아성을 쌓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군사정권 아래 공안기관에 복무했던 과거 전력 때문에 이미 시민단체들로부터 '낙선 대상자'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 7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될 만큼 이 곳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런 곳에 여성 정치신인이 도전장을 낸다.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맡고 있는 시인 노혜경(45)씨는 내년 총선에서 정 의원과의 '결전'을 준비하며 최근 북강서갑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었다. 오는 20일, 노씨는 우리당 부산 북강서갑지구당 창당에 맞춰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노씨는 북강서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현역의원이 과거의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남 유권자들 '한국의 유태인' 될 건가..."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씨는 영남 유권자들이 내년 총선에서마저 지역감정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한국의 유태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유태인들이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지위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나타난 정치적 왕따 현상"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과 겨룰 수 있는 총선 전략에 대해 노씨는 "정공법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정 의원의 과거만 놓고 비난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선거'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닫게 만든다는 것이 노씨의 생각이다. 다만 노씨는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은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에게는 내년 선거를 위한 조직과 선거비용도 큰 고민이다. 그러나 우선 지난 대선에서 뜻을 함께 했던 노사모와 우리당 당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여기저기서 자원봉사 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성공한 후원문화로 자리잡아가고있는 온라인 모금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노씨는 "뜻을 같이 하는 노사모 회원들이 '올인'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밝혔다.

시인이자 대학교수,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인 노씨는 지난 대선 당시 노사모를 통해 정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개혁당을 거쳐 현재는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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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씨와의 일문일답.

- 부산북강서갑을 지역구로 선택한 이유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곳 현역의원이 과거의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세대가 이를 털고 가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뭐라 말할 것인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것도 간단하다. 후진적인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결국 이런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제도권 진입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 현역인 정 의원은 북강서갑에서 이미 재선될 만큼 탄탄한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의 전략은?
"지난 총선에서 6만표 중 4만여표를 얻어 7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공법으로 가겠다. 지역구로 가서 그곳의 어머니 아버지들께 다 털고 가자고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 다음세대에게만은 이 어두운 역사의 족쇄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호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네거티브선거 방식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마음의 문을 닫게 할 수 있다. 다만,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은 알릴 것이다."

- 내년 총선에서도 지역감정이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역사적으로 정 의원이 상징하고 있는 과거의 무거운 족쇄를 계속 가져간다면 영남사람들은 과거 유럽의 유태인과 같이 돼버릴 것이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주도권을 쥐고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나타난 정치적 왕따 현상이 그대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 같다. 유권자들도 이 부분을 이해할 것이다."

- 정 의원은 '네거티브 선거 방식'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혹시 선거과정에서 색깔론 등으로 상처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나.
"내가 색깔론 공격을 받는다면, 진짜 진보정당들이 화낼 텐데….(웃음) 나는 사실 진보정당에서 나를 공격할 때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 늘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나는 사실 중도우파적인 성격이다. 그런데 정 의원으로부터 공격당할게 뭐가 있나. 내가 잡힐 약점이 전혀 없다. 오히려 '남자 관계가 복잡하다더라' 뭐 이런 공격을 해 줬으면 고맙겠다.(웃음) 내가 결심을 해놓고도 주저한 것은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던 게 아니고 사실 선거비용 등 현실적 문제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 불순물 없애는 용광로 역할 해야"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오는 20일 오후 4시에 우리당 부산북강서갑지구당 창당행사가 있다. 창당행사 직후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이다. 이미 일주일전에 사무실을 구했고, 집기도 많이 들여놨다. 집기는 명계남씨가 후원해줬다. 이스트필름이 망했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감독을 빼가서 그렇다(웃음). 지금 자원봉사 하겠다는 노사모 회원 2명이 있고, 선거홍보물 등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많다. 내가 후보가 된다면 뜻을 같이하는 노사모 회원들이 올인 할 것이다."

- 일단 본선에서 정 의원과 맞붙기 위해서는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부분이 큰 고민이다. 결국 본선에서 힘을 다 합쳐야 될 사람들인데…. 현재 출마를 예상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북구에 뿌리박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에 맞게 내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애로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지역개발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아직 유권자들이 되도록 자기 지역 출신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후보들도 그 부분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한다. 그러나 내가 세부적인 지식은 모자라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큰 그림은 그려왔다고 본다. 또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8일 저녁 우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했다. 최근 우리당은 영입인사 문제나 대선자금 문제로 안팎의 잡음이 많은데.
"사실이다. 영입인사 문제의 경우, 과거 인권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라면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 어느 정권에서 어느 패에 속해 있었다는 것 때문에 무조건 거부해서도 안 된다. 현재와 미래를 놓고, 가혹하지 않을 정도의 검증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오히려 이곳저곳 옮겨다닌 철새들이 문제다.

개인적으로 우리당이 정치적 여당으로서 협소해지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당은 용광로처럼 이런저런 불순물을 다 받아들여서 하나로 녹여, 잡티를 없애고 깨끗하게 태어나는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에 대해서는?
"참, 그 이야기 듣고 '지나치게 정직한 양반이다'라고 생각했다.(웃음) 나는 그 분의 레토릭, 수사는 잘못된 것이지만 내용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의 발언이 관행적 정치언어와 완전히 다른 표현이긴 하다. 비유하자면, 마치 보석을 신문지에 싸서 선물로 내미는 격이랄까. 이런 부분들은 청와대 참모들이 좀 걸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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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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