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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당국·사회단체 생색내기 연례행사 그쳐

2003년 12월 현재 도내에는 약 65곳의 복지시설과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 비법인 복지단체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과 사회단체는 대부분 자신들의 겉치레를 위해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법인시설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말연시를 맞아 ‘반짝 관심 연례행사’ 같은 생색내기로 그치고,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비법인 복지시설과 불우이웃은 외면 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효친원에 수용된 정신지체인들
ⓒ 이오용
치매·각종 질환자·무의탁 노인 등 75명의 겨울나기

함안군 산인면 송정리 포도원교회 내 ‘효친원’에는 병든 몸으로 가족에게 버림받아 쓸쓸히 황혼을 맞는 무의탁 노인, 발달장애인(자폐아, 정신장애) 등 75명이 관계 당국과 사회봉사단체의 외면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 가족에게 버림 받은 치매환자 이임수(65) 할머니
ⓒ 이오용
다운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강경만(38·김천시), 김영곤(43·마산시)씨는 기자를 대하자 부모 사랑이 그리운 듯 “아빠!”“아빠!”라고 부르며 손을 내밀었다. 기자가 초췌한 손을 잡아주자 경만씨의 눈엔 금방 감동의 액체가 번득였다.

그리고 자칭 '사장'이라 일컫는 치매환자 김명희(75·부산)씨는 지난해 11월 입소, 가족들의 그리움보다는 19세 때 헤어진 애인을 애타게 그리던 중, 봉사 활동차 방문한 대구 모 교회 목사님을 대면한 후론 애인으로 착각, 매일 이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어 안타깝게 한다.

또 대구 모 교회로부터 의탁을 의뢰 받은 정교석(29·경북풍양)씨는 보기 드문 젊은 치매환자로 15개월 전 입소했으나 가족들은 1년에 1회 정도 방문에 그쳐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파킨스병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환자, 하반신 마비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조모(50·인천)씨, 아직까지도 처녀인 치매환자 정근수(82·부산)씨 등 ‘효친원’에는 현재 전국 각처에서 몰려온 16∼95세까지 다양한 병을 앓고 있는 75명이 수용되어 기나긴 겨울을 맞고 있다.

▲ 혹독한 겨울을 맞은 효친원
ⓒ 이오용
효친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국비 70%, 시·도비 30%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법인 복지·재활원에 비해 포도원 교회 내 효친원은 관계당국의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관리자 이태욱 장로 가족(부인 성귀남, 아들 관식, 딸 은숙)과 권명희 전도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86년 3월 17일 700여평에 건립된 효친원에 현재 수용된 75명이 필요로 하는 한달 생활비는 약 1300∼1800만원. 이태욱 장로는 이 생활비 조달을 위해 전국의 교회를 순방하면서 간증을 통해 연계되는 400∼500만원과, 1만7천여평 농장에서 생산되는 벼, 감, 대추 농사로 충당하고 있다.

▲ 삶의 의미를 망각한 무의탁 노인
ⓒ 이오용
또 효친원의 어려운 생활을 알고 있는 경남지역 7개 교회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전해지는 도움으로 75명 효친원 식구들은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00년 12월, 경남 모 주간지에 내용이 전해지자 경남도와 일부 사회단체에서‘반짝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생식내기 연례행사가 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현재 정부당국의 생활보호 대상자 정책은 서류상 부양 능력이 없는 대상자를 선별해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들이 제외되는 형평성 잃은 사례가 빈발하는 추세지만 효친원은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 없이 가명이든 무연고자든 오로지 불우한 처지의 본인이면 누구나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권명희 전도사는 “올 초부터 조짐을 보인 경제 침체로 인해 외부 방문과 사회의 관심도는 더욱 감소됐다”며“이곳은 정말로 불행한 사람들이 수용된 시설임에도 사회인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이어 권 전도사는 “부모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고 또 노인병은 나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선의·협동·봉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밝은사회국제클럽한국본부 영남지부(회장 진순기)’는 효친원의 힘겨운 내용을 접한 뒤 연탄 2천장을 선뜻 희사해 주위에 훈훈함을 전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 모르게
포도원교회 내 효친원 이태욱 장로

▲ 포도원교회 애 효친원 관리자 이태욱 장로
“지난 1940년 31세 젊은 나이로 중풍과 간질을 앓으며 죽는 날만 기다리던 중 셋방을 얻으러온 노부부에게 복음을 전해 받고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습니다. 그 후 평생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하나님께 맹세했고 지금도 변함 없이 그 약속을 지키며 봉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태욱 장로는 지난 86년 3월 17일 700여평 대지에 교회를 세우고 본인보다 더 불행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정, ‘효친원’이라는 비법인복지시설을 설립했다.

그 동안 별별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하는 이 장로는 “군에서 무허가 건물이라고 불도저를 끌고 와 철거를 단행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법인체로 설립하면 수 십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타 주겠다는 감언이설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 시설물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것은 애초 하나님과 한 약속을 어기는 일이었기에 오직 봉사라는 집념 하나만을 고집해 왔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의 정상적 지원은 단 한차례도 없었지만 이 장로는 당국을 원망해본 적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75명의 효친원 가족을 돌보아 왔다는 것.

더구나 이 장로는 1999년 4월, 효친원 가족들을 위해 일을 보고 귀가하던 둘째 아들 관수(당시 27세)씨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로는 슬픔을 앞세우기 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더욱 피나는 봉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효친원 주소 : 경남 함안군 산인면 송정리 416∼1 번지 포도원교회 내 (055)-585-0777

후원계좌 : 우체국 612549-02-016431
예 금 주 :권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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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경남연합일보 사회부기자로 사회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한 열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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