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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858기 실종사건 조작 사기범 김현희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29만원을 드립니다."

'KAL858기 진상규명 가족회'와 '김현희 칼 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자취를 감춰버린 김현희에 대한 긴급수배에 나섰다. 현상금으로 전두환씨의 전재산(?)인 29만원을 내걸고 수배전단도 뿌리며 대국민 홍보전에 들어간 것이다.

19일 낮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 실종자 가족들이 전두환씨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서자 미리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다리고 있던 사복경찰들이 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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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한 김현희, 현상금 29만원에 긴급수배"

칼 858기 사건 실종자 가족이 길을 비켜줄 것을 울부짖으며 경찰에 호소하고 있다
칼 858기 사건 실종자 가족이 길을 비켜줄 것을 울부짖으며 경찰에 호소하고 있다 ⓒ 서상일
"전두환 나와. 왜 길을 막느냐. 꿈에도 보고싶은 내 남편을 내놔라. 사랑하는 내 가족을 살려내라. 전두환 X새끼 내 남편 내놔라."

양측간에 잠시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87년 사건 당시 남편을 잃은 이수옥(54)씨의 절규가 이어졌다.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땅바닥에 넘어지며 곳곳에서 울부짖음이 터졌다.

대책위 관계자가 "평화적으로 그리고 사건 당사자로서 의혹의 원점인 전두환씨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전두환씨의 고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전두환씨의 고백을 강력히 촉구했다 ⓒ 서상일
경찰이 전두환씨 집 진입을 막으며 완강하게 버티자 가족회와 대책위는 이날 오후 12시 10분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6년 전 전두환 정권 말기에 일어났던 김현희 KAL 858기 실종사건의 진상을 듣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전두환은 사건의 진실에 대해 국민 앞에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 부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KAL 858기 사건은 승객 115명만 실종된 사건이 아니라 실종자 가족들의 삶도 모두 함께 정지되고 사라진 사건"이라며 "국민들의 의혹이 이렇게도 불거지는데도 진실규명에 나서지 않는 이 나라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전두환 정권과 안기부는 사건에 대한 아무런 물증도 찾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북한 공작원의 테러에 의한 폭파사건으로 단정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반공궐기대회에 끌고 나가는 파렴치한 유치개그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당시 군사정권은 이례적으로 김현희를 대법원 판결 이후 15일 만에 특별사면을 단행했으며, 여기에는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이회창씨도 관련이 있다"며 당시 판결에 참여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겨냥했다.

이어 그는 "당시 공보처 장관으로서 김현희 사면에 대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실종자 가족들 앞에 진실을 해명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과 최병렬 대표는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 동안 한 실종자 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기자회견이 진행 동안 한 실종자 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 서상일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17년 동안 흘러왔다. 우리가 의문을 제기하면 왜 답변을 못하느냐"면서 "단지 김현희의 진술대로 발표했을 뿐이라는 안기부의 궁색한 변명을 누가 믿겠느냐"고 안기부를 질타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그만큼 우롱했으면 됐지 이렇게 길을 막고 서류조차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냐. 길을 비켜라. 너무도 분하고 억울하다. 김현희는 진실을 말하라"며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바람에 회견장 주변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국민들은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수사발표를 더 이상 믿지 않으며, 더욱이 남의 사진을 자기 것으로 우겨대고, 있지도 않은 사람을 자기 아버지라고 떠들며 제 고향말도 제대로 못하는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란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민들은 이 사건이 누군가가 몰락위기에 처한 군사독재를 연장하기 위해 노태우의 대선 당선을 위해 조작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면서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었던 전두환은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 꿇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실종사건을 꾸몄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실종자 가족의 호적등본에서 실종자의 사망원인이 당시 교통부와 대법원장의 지시로 '폭파'에서 '추락'으로 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자 가족의 호적등본에서 실종자의 사망원인이 당시 교통부와 대법원장의 지시로 '폭파'에서 '추락'으로 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서상일
특히 최근 김현희가 잠적한 것과 관련 대책위는 '정부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김현희를 빼돌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대책위는 "북한의 테러를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어서 사면하였다는 정부가 국민적 의혹이 있는데도 왜 김현희로 하여금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지 않느냐"며 "정부와 국정원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 버리고 김현희를 공개하여 사건의 실상을 밝히게 하고 사건을 재조사하여 결과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의 호적등본에서 실종자를 88년 2월 16일자로 사망처리하면서 사망원인에 대해 '비행기 폭파'로 기재했다가 교통부장관과 대법원장 지시로 15대 대선 직후인 97년 12월 29일 '비행기 추락'으로 정정한 사실이 밝혀져 커다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취를 감춘 김현희에 대한 긴급수배 전단
최근 자취를 감춘 김현희에 대한 긴급수배 전단 ⓒ 서상일
이에 대해 신성국 신부는 "KAL 858기 실종사건에 대한 당시 안기부 발표와 김현희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고 조작된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전두환은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 △전두환 노태우 정형근 등 당시 사건 조사 책임자들을 철저히 조사할 것 △가짜 폭파범 김현희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진상에 대해 고백할 것 △국정원은 김현희를 빼돌리지 말고 국민 앞에 공개 해명할 것 △정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가족회와 대책위는 앞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칼 858기 실종사건의 진상 촉구와 대국민 홍보를 위한 집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책위와 실종자 가족들은 다음주 금요일 오전 조선일보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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