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7시부터 2시간30분에 걸쳐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대선승리기념제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는 흡사 지난 대선 막바지 노무현 후보의 거리연설을 재연한 듯 흥분과 환호가 넘쳤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된 이날 행사는 초반 약 1000여명이 모여 시작했지만,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온 지지자들이 계속 모여들면서 약 2000여명까지 숫자가 늘어났다. 지방에서 올라온 노사모 회원들은 각 지역 깃발을 앞세우고 속속 입장했으며, 많은 참가자들이 아들, 딸 등 가족들을 동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지지자들은 대부분 지난 대선 선거운동에서 사용한 노란목도리와 모자, 노란 점퍼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또 많은 참가자들은 희망돼지를 상징하는 그림과 노무현 대통령의 캐리커쳐를 목에 걸거나 손에 들고 입장했다.
이날 행사는 저녁 8시25분께 노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면서 절정에 올랐다. 이에 앞서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을 비롯해 김근태 원내대표, 배기선, 임종석, 정동영, 김성호 의원, 허운나 전 의원 등도 노란목도리를 맨 채 행사장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오후 8시3분경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와 무대 앞 맨 앞줄에 앉았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 대통령이 입장하거나 무대에 오를 때 대선때 사용하던 "국민통합, 노무현짱"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노 대통령은 이후 약 20분간 격정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내년 총선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 대통령의 연설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고,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표명했을 때는 "괜찮다"는 말로 화답했다. 연설 도중 노 대통령은 감정에 복받치는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지난 대선의 감격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여성 지지자는 노 대통령의 연설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강승곤(39, 노원구)씨는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절대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늘 연설을 통해 조금씩 더 나은 정치인을 찾아야 한다는 핵심을 잘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지난 1년간 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성남에서 온 ID 하늘샘이라는 노사모 회원은 "무조건 노짱(노무현 대통령)에게 힘이 되려고 왔다"며 "1년 동안 노짱을 봐왔지만 특별히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잘못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곧장 행사장을 떠났으며, 노사모와 국민의 힘 회원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결의문을 낭독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모금을 비꼬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노사모는 행사 마지막에 빈 사과박스를 가득 실은 1.5톤 트럭을 등장시킨 뒤 희망돼지가 그려진 커다란 천으로 트럭 전체를 덮는 행사를 가지며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