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KBS <인물현대사>팀 PD가 날 찾아와 내가 전에 관여했던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다루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출연하면 좋겠는데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고와 관련된 논란 때문이라고 했다. 짐작은 하는 입장이었지만 (그 일로 인해)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이른바 '부미방사건'의 핵심인물로 보수성향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로 '변절' 논란을 빚은 문부식 당대비평 편집위원의 얘기다. 문 위원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길' 창립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KBS의 <인물현대사>팀이 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제작하면서 자신에게 출연을 제안했으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조선일보> 기고가 논란이 됐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과거사 속의 어떤 인물을 다룰 때 '진영론'적인 입장을 떠나서 문제의 인물을 공정하게 다루어야 시대의 경험들을 발전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다”며, “정의와 선을 정파적으로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적인 토론의 영역에서 난폭함을 발휘할 수 있는데 요즘은 그 난폭함 자체를 말하기 힘든 시대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이어 “역사에 대한 평가가 반전되고 굴곡을 이루는 현상들이 과거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깊은 성찰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어떤 전리품처럼 그것을 싹쓸이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또 다른 형태의 토론을 제안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또 “민주화운동은 목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과정의 민주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발언들이 가져올 파장들을 생각해봤을 때 단지 센세이셔널 한 차원에서가 아니라 깊은 성찰의 문제로 다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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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물현대사> “문 위원, 오해하고 있다”
| | | '한국의 길' 참여자 면면은? | | | | '경세(經世)의 정치를 펼 수 있는 새로운 정책세력과 국가경영세력이 이 나라를 이끌어야 된다'는 취지를 밝힌 ‘한국의 길’ 창립식에는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날 창립 취지문을 낭독한 이교관 전 <조선일보> 기자를 비롯하여 김주식 전 <연합뉴스> 기자, 신영섭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정계에서는 김희정 한나라당 부대변인, 이태규 한나라당 대표 정책특보, 조인근 여의도 연구소 기획위원 등이, 학계에서는 이날 사회를 맡은 김도종 명지대 교수와 토론에 참석한 박형준 교수들이 참여했다.
또 청년계에서는 경윤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보좌관, 박영필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보좌관 등이 참여했다. / 김태형 기자 | | | | |
한편 문 위원의 발언에 대해 KBS <인물현대사>팀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 기고가 문제돼 문부식 위원의 출연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문 위원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위원을 만났을 때) 문 위원이 <조선일보> 기고와 관련된 신상문제를 얘기하는데 들어보니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개인적으로 (<조선일보> 기고 논란과 관련된) 그러한 부분이 있다면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이 3월경에 일어났으니까 그전에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위원의 <조선일보> 기고건은 제작진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라며, “자문위원 중에 한 분이 ‘문부식 선생이 해명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해명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것 같다’고 한 이야기를 문 위원에게 전하니까 문 위원도 ‘나도 제대로 반론을 펴고 싶었지만 그 당시 내가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힘들었고 나도 그 점이 아쉽다'고 얘기하더라”라고 전했다.
<인물현대사>팀은 “문부식 위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프로그램 제작진의 반대로 인해 자신의 방송 출연이 무산된 것처럼 얘기한 것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정신적 충격과 상처까지 받았다고 했다면 뭔가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한나라당 의원 "김대중-노무현 집권은 한국현대사의 비극"
한편 이날 문부식 위원이 참석한 '한국의 길' 창립기념 세미나에는 한나라당 관계자를 비롯해 보수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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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요즘 한국사회에는 극심한 대결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는데 그것을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방해하는 세력간의 충돌로 보는 견해가 많다”며,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추종자로 대표되고, 변화는 막으려는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아무리 변화를 이야기해도 수구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매우 서글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들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는데 그 거센 변화의 물결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아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겠다던 김대중 정권은 민주화 세력이 집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주류 교체를 이야기하는 노무현 정부는 국정의 혼란과 난맥으로 인해 국가운영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집권, 이 두 가지 사실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창조적 파괴를 이야기하는데, 무엇을 왜 부수고 그 자리에 어떤 가치와 질서를 세울 것인지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도종 명지대 교수도 “민주화세력의 집권으로 인해 정통성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효율성은 왜 떨어지는지 의문"이라며 민주화세력의 집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