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코넛 나무에서 발견한 새알
코코넛 나무에서 발견한 새알 ⓒ 김훈욱
봄이 되면 새들은 집을 짓고 알을 낳는데 새들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종달새처럼 땅에다 집을 짓고 알을 낳는 새가 있는가 하면 작은 나무에 집을 짓는 새도 있고, 물총새 같은 특별한 경우는 벼랑에 구멍을 파고 집을 짓는다. 물론 까치 같은 경우에는 높은 버드나무 위에 집을 지어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새집을 찾으려고 산에 있는 나무를 다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요령이 없으면 새집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야산 여기 저기를 다니면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새들 중에서 마른 지푸라기를 입에 물고 있는 새를 발견했을 때 몸을 숨기고 끈질기게 기다리면 주위를 한참 살피던 새가 땅으로 기어서 조심스럽게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새들이 갑자기 땅으로 기어 도망가거나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돌며 울고 있으면 그 주변에는 벌써 알을 낳은 새집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집을 발견하면 매일 관찰하다 새끼가 다 자랐을 즈음에 집에서 키운다고 조심스럽게 모자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지만 제대로 키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직도 고스란히 남은 기억

이젠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았던 이런 어릴 적 기억이 아직 머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어느 날부터 사무실 근처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지푸라기를 물고 왔다갔다하는 것이 보였으나 사람 왕래가 빈번한 도심에 새가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한 쌍의 새가 보여 주의 깊게 살펴보았더니 높은 코코넛 나뭇잎 아래에 새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동안 집을 짓는 것 같더니 어느 날부터 한 마리의 새가 계속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매일 새의 모습을 관찰하다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어릴 적 많이 보아온 것이기는 했으나 새삼스럽게 신기한 마음이 들어 알이 부화되고 성장할 때까지의 과정을 잘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은 오후 아무리 살펴도 새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사진을 찍는데 놀란 어미 새가 몸을 숨기고 있나 하여 가까이 다가가 살피고 있으니 근처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다가와 그 새알을 자기들이 장대로 때려 깨어 버렸다고 했다. 보잘것없는 새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그 새에 대한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자연보호 현수막이 오히려 자연을 해치듯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오히려 해를 입힌 것 같아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필 그 곳에 집을 지었을까?

이렇게 몇 달이 흘러간 어느 날 또 지푸라기를 물고 다니는 새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새를 관찰하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작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심어 놓은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자그마한 나무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필 매일 우리가 휴식을 하면서 떠드는 곳에 집을 지을게 뭔가?

ⓒ 김훈욱
다행스럽게도 인부들은 지난번에 내가 실망하는 모습을 봐서인지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담배 피울 때도 조심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정성이 통해서인지 새는 2개의 알을 낳고 오랫동안 품고 있더니 무사히 부화했다.

처음에는 어미를 구분하지 못하는지 사람의 기척만 있어도 노란 부리를 벌리고 먹이를 달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 너무 귀여워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시간을 이용하여 새끼 새들을 쳐다보며 즐겁게 지내는 일이 많아지고 모든 관심이 새들의 성장에 모아지게 되었다.

우리의 보호가 도움이 되었는지 방해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새끼 새는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것 같더니 어느 날 아침 한 마리가 비실비실 하더니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원인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인부 한 사람이 오더니 새끼 새가 사람들의 기척이 있으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는 것이 너무 귀여워 가끔씩 사람들이 비스킷을 물에 불려 주었는데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어미 새는 새끼에게 다른 냄새가 나면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서….

노란 부리를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새들
노란 부리를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새들 ⓒ 김훈욱
새들에게도 인연이 있을까?

이런 일이 있고 부터는 우리의 행동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새끼 새도 털이 자라 본래의 의젓한 모습을 찾아가면서 사람을 경계하는지 사람의 기척이 있으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집 속으로 몸을 낮추어 숨곤 했다.

새집을 벗어나는 횟수가 많아진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조용한 것 같아 조심스럽게 새집을 관찰했더니 새집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이미 다 자라서 집을 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도 되었으나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한 마음은 남아있었다. 직접 나는 연습을 하는 새를 봤으면 이런 불안도 없고 좋았을 텐데 말이다.

새들은 생김새가 모두 같으니 어느 새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비슷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면 그 새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출가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디 잘 자랐으면 좋겠다. 까치는 매년 같은 곳에 알을 낳는데 그 새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이것도 인연인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