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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을 둘로 나눈 뒤 인근 3개 마을로 묶어 논란이 된 광산구 임곡 내등마을. 녹색으로 표시된 곳이 이번에 자연녹지로 풀린 곳이다.
한 마을을 둘로 나눈 뒤 인근 3개 마을로 묶어 논란이 된 광산구 임곡 내등마을. 녹색으로 표시된 곳이 이번에 자연녹지로 풀린 곳이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광주시가 지난 8월 고시한 그린벨트 해제결정이 뒤늦게 말썽을 빚고 있다.

22일 광산구 임곡 주민들은 "그린벨트 해제 내역을 며칠 전 주민설명회를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됐다"며 "공청회 한번 없이 결정되었을 뿐 아니라, 유명인사 친인척 소유 토지에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50여명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 문제와 관련한 대책위원회(위원장 박경수)를 결성, 행정소송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광산구가 지난 19일 실시한 주민설명회는 뒤늦게 내역을 알게 된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또한 임곡에 이어 평동, 삼도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두고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광주시가 지난 8월 14일 결정 고시한 개발제한 구역 내 집단취락지역은 관내 196개 마을 8092㎢.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71년 첫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는 그동안 건축 등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 등으로 많은 주민불편을 불러왔다. 그만큼 주민들은 이번 해제 내역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주민공청회 한번 없이 해제가 결정돼, 대부분의 주민들은 확정 고시된 4개월여가 지나도록 이 같은 내역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의견청취, 통장인 나도 모르는 사실"

주민 박명숙(55·산막동)씨는 "몇 사람만이 아는 사실인지 몰라도 해제와 관련된 주민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주민설명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지난 19일 실시한 주민설명회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설명회 자리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주차장이나 놀이터 등 부대 시설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것.

김홍주(58) 원산막 통장은 "구청과 광주시는 마을주민과 대화하고 의견수렴을 했다고 하지만 통장인 나도 모르는 사실이다"며 "그린벨트 해제 도면도 설명회 날에서야 처음 보여줬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뒤늦게 그린벨트 해제의 불합리성을 알게 된 주민들이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사무소 회의실에 모였다.
뒤늦게 그린벨트 해제의 불합리성을 알게 된 주민들이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사무소 회의실에 모였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해제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엄연한 가옥이 누락된 곳이 있는가 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역이 수혜를 입는 등 기준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것.

고룡동 연동마을에 위치한 모 소유자의 토지는 이례적으로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경우. 몇 달 전까지 광주시청 유관 부서 한 관계자 친인척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과 마을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이 자연녹지도 아닌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내등마을의 경우는 유독 한 마을이 두 군데로 나눠져 도면이 작성된 경우. 주민들은 "가구수가 부족한 원정마을에 위치한 특정 토지를 풀기 위해 멀쩡한 이웃마을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 마을단위로 도면이 작성되는데, 일부 조건이 미흡한 마을끼리 합친 경우는 있지만 내등마을의 경우가 다르다는 것. 특정인을 위한 짜 맞추기라는 주장이다.

반으로 나뉜 내등마을 한편은 인근 원정, 신봉정 3개 마을과 하나로 묶여, 결국 원정마을 인근 19,207㎡가 자연녹지로 풀렸다. 이중에는 전 중앙은행장을 지낸 모씨 소유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주민은 "54호나 되는 내등마을을 분리한데는 해제조건에 맞추려 했던 것 아니냐"며 "다른 곳에 함께 묶이다 보니 정작 내등마을은 하나도 풀리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또 "내등마을 경우를 적용하자면 다른 곳도 얼마든지 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동네는 물론 산봉우리 문중 땅까지 풀어"

이 외에도 산막동, 등림동 신등마을, 두정동 비시동마을 등에서 주택 일부가 아예 누락되거나 대지사이의 자투리 땅이 누락되는 등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또 일부 가옥은 경계지역과 100여미터에 미치지 못하는 곳임에도 대상에서 제외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이 해당 마을 도면을 살표보고 있다. "누가 특혜를 입었는지 한 눈에 보인다"며 대부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이 해당 마을 도면을 살표보고 있다. "누가 특혜를 입었는지 한 눈에 보인다"며 대부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기철종(61) 통장단장은 "해제 기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아직까지 없었다"며 "공직자나 유명인사의 경우 자기동네는 물론 산봉우리 문중 땅까지 풀어버린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쏟았다. 일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사전 정보누출이나 투기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그린벨트에서 풀리지 않을 지역으로 알고 매매하자 그 뒤 해제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1월까지만 해도 해제대상이 아니었던 곳이 뒤늦게 갑작스레 풀린 곳도 있다"며 "30여년 고생해 온 주민은 외면당하고 투기업자나 힘있는 사람들이 보상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 도시계획과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전국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열람기간을 공고 해 주민의견을 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에서 주민들한테 일종의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일부 누락이 있었다고 해서 그 마을이 피해 본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규정이 있지만 가능한 한 이 기회에 수혜가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동성을 두는 등 시에서도 적극 노력했다"며 "일부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소송이외엔 다시 반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집단취락지 해제기준 어떻게 됐나

이번 그린벨트 해제에 해당되는 집단취락지는 마을당 20호 이상, 호수밀도는 ㏊당 10호당 이상이 그 기준. 해제 가능면적은 주택수(호)×호수밀도+나대지 1,000㎡ 초과면적+도시계획시설 부지면적이다.

대지는 전체면적을 해제대상에 포함하나 독립가옥은 취락의 경계로부터 100m 이내만 해당되며 2주택 이상은 200m까지 대상으로 했다.

해제 경계선 설정은 건축물이 있는 토지나 나대지의 지적경계선을 따라 설정하고 대지와 대지사이의 자투리용지는 포함했다. 또 도로, 하천 기타 유사한 도시계획 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설의 취락 쪽 경계선을 기준으로 하고, 주택이 모여있는 지역 간의 대지가 아닌 곳은 각 지역의 대지 외곽선을 직선으로 연결해 포함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의 신청기간 ▲열람 597명 ▲의견접수 207건 ▲수용 74건 ▲일부수용 14건 ▲미수용 115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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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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