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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매장 입구에서 아이들의 발길을 잡는 대형 산타
할인매장 입구에서 아이들의 발길을 잡는 대형 산타 ⓒ 유성호

그래도 큰녀석은 연신 물어봅니다.

"왜 나무에 불이 들어와요?"
"크리스마스 때는 왜 어린이집에 안 가요?"

나름대로 설명은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가 번거로워 그냥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라고 얼버무립니다. 어떻게든 답을 해야만 녀석의 질문이 잠시나마 멈춥니다.

쇼핑카트에 타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
쇼핑카트에 타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 ⓒ 유성호

쇼핑 카트에 탄 두 녀석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목표를 찾습니다. 큰 녀석은 몇 번 온 기억이 있는 터라 지하매장으로 가자고 조릅니다. 지하 매장에 장난감 코너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트리 장식품도 같은 매장에서 팔기에 할 수 없이 지하로 향합니다.

트리 장식품 매대 앞에서 포즈를 잡은 아이들
트리 장식품 매대 앞에서 포즈를 잡은 아이들 ⓒ 유성호

트리 장식용품 앞에선 녀석들은 마냥 신나합니다. 형형색색 알롤달록한 소품이 수북히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저것 사자는 녀석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가는 예산 범위를 절대 맞출 수 없습니다. 트리는 지난 해 것을 재사용하고 장식품 몇 개만 살거라는 설명을 하자 녀석들의 손놀림이 잠잠해집니다.

산타 모자를 쓰고 재롱을 부리는 큰 아이
산타 모자를 쓰고 재롱을 부리는 큰 아이 ⓒ 유성호

한 쪽 박스에 있는 산타 모자를 큰녀석에게 씌어 주자 재롱을 부립니다. 작은 녀석도 덩달아 씌어달라고 조릅니다. 작은 녀석은 어색한 미소로 형의 재롱을 똑같이 따라 합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녀석들에게 줄 선물을 스스로 고르게 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녀석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저 역시 그 의미를 알기까지 그랬으니까요.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창고에 묵혀 둔 트리를 꺼내 조립을 하고 장식품을 달았습니다.

환하게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
환하게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 ⓒ 유성호

지난해보다 반짝이는 빛이 덜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탄의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네 물정 때문일까요. 이런 저런 생각 중에 아이들은 신나서 연신 불을 껏다 켰다 합니다.

아이들처럼 다시 크리스마스가 의미도 모른 채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온누리에 성탄의 빛이 내려 온 국민이 은총을 받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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